북한이 헌법을 개정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민국을 화해의 대상으로 보고 남북관계를 동족간의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명목상의 대남 노선을 완전히 폐기한 것이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을 ‘핵무력에 바탕한 독자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정립시키고 한반도의 분단을 영구화하겠다는 야욕을 공식화한 것이다. 남북한을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는 반통일적 반민족적인 책동이다. 정부는 강력하되, 냉철하고 신중한 대응으로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고 빈틈 없는 안보 태세로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이틀 전의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는데,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번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은 적대국가”라는 일부 개정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주장한 남북 간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으로 신냉전 구도에 편승,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반도는 1950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고 불안정해 보인다”(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연구원)는 해외 전문가의 평가까지 나왔다.
김정은은 북방한계선(NLL)이 불법이라며 헌법 개정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북한의 접경지 무력도발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말이다. 정부는 우발적 충돌이 무력 대결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한·미·일은 16일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 감시기구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출범을 발표했는데, 이같은 외교적 노력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결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남북간, 남북미간 소통 채널 확보를 비롯해 고조된 긴장을 완화시킬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