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터널’ 하정우, 재난 아닌 생명 말하는 연기甲
“재난? 이 영화는 보편성에 대한 얘기 결국 생명”
이미지중앙

사진=OSEN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전작 ‘더 테러 라이브’ 폭풍 흥행이 하정우에게 새로운 타이틀을 선사했다. 바로 ‘1인 재난극 전문가’다. 단 한 편의 흥행으로 그는 ‘먹방 스타’에서 다시 새로운 타이틀 하나를 추가했다. 배우이전 연예인 하정우에겐 즐거울 수도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배우 하정우에겐 사실 딱히 반가운 기분만도 아니다. 이젠 무엇을 하더라도 그 본질을 흔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정우는 하정우였다. 영화 ‘터널’이 개봉을 앞두고 ‘더 터널 라이브’란 오해가 퍼지기도 했다. 또 다시 하정우의 원맨쇼가 펼쳐질 것이란 선입견에 영화 자체의 본질이 뒤흔들렸다. 물론 막상 뚜껑이 열린 ‘터널’은 기존 재난 영화의 상식을 뒤흔들어 버린 화제작이었다. 그 지점은 하정우의 힘이 분명히 작동한 결과물이었다. 아니면 하정우가 가진 또 다른 힘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미 ‘롤러코스터’ ‘허삼관 두 편의 영화를 연출한 하정우가 감독이 아닌 ’배우‘로 돌아왔다. 전작 ’끝까지 간다‘로 스토리 동력을 끌어 올리는 방법의 탁월함을 터득한 김성훈 감독의 차기작 ’터널‘을 선택했다. 소설이 원작인 ’터널‘은 한 남자가 터널 속에 갇힌 뒤 그를 구하기 위해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갇힌 남자와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얘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어떻게 하다 보니 또 혼자 재난의 중심에 빠지게 됐네요(웃음). 하지만 ‘더 테러 라이브’와는 본질적으로 많이 달라요. 우선 ‘터널’의 정수(하정우)는 상황이 아주 힘들어요. 고통스럽죠. 언제 구출될지도 모르고. 절망적인 상황인데 그걸 견디기 위해 다른 감정을 이용해요. 사실 그 지점은 나와 감독님이 만들어 낸 부분이기도 해요. 그저 힘들고 고통스러워야만 할까. 이미 상황은 벌어졌는데? 관객 분들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미지중앙

영화 '터널' 속 하정우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이 선택한 지점은 결국 상황이 만들어 낸 아이러니였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오히려 재난의 절망감을 상쇄시키고 극 전체의 흐름을 끌고 갈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무너진 터널 안에서 무려 35일을 홀로 버틴 한 남자의 심리가 영화 속에서처럼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지점이 오히려 현실로 다가오는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

“사실 영화에서 전반부에 정수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있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요. 그 지점을 간과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결론은 더 중요한 지점에 집중하자였죠. 극적 재미와 긴장감 그리고 그런 지점의 극대화. 시작 후 5분 만에 재난이 터지잖아요. 사실 관객들에겐 좀 불친절한 스토리이기도 한데. 오히려 그게 옳다고 봤죠. 그리고 그런 상황 속 정수의 태연함? 정수의 인간성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봤죠. 영화를 보시면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봐요.”

하정우는 처음부터 이 얘기에 매료된 것은 아니었다. 아니 매료됐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지점이 있었다. 스토리 흥미성이 배우나 관객 모두에게 첫 번째 선택 결정을 내릴 수 중요한 지점이라면 두 번째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감독을 꼽았다. 감독에 대한 흥미가 사실 이 영화로 자신을 이끌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끝까지 간다’를 봤죠. 하지만 감독님과 처음 만날 때까지 ‘끝까지 간다’를 못봤었어요. 그래서 저한테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관심이 갖던 지점이 김성훈 감독이었어요. 데뷔작 ‘애정결핍이…’를 찍고 무려 7년 뒤 ‘끝까지 간다’를 만드셨잖아요. 그리고 ‘터널’? 이 사람이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시간의 굴레를 버티고 견디며 이렇게 색깔이 다른 작품을 내놓은 거지? 우선 그 지점에서부터 흥미가 시작됐어요.”

이미지중앙

(좌로부터) 하정우, 김성훈 감독, 오달수=사진(OSEN)

작품 출연을 결정하고 난 뒤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과 함께 여행도 떠나는 등 가깝게 지내왔다. 당시 ‘암살’ 촬영 중이었다. 촬영 중 얻은 잠시 동안의 휴가를 김성훈 감독과 함께했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애’에 가까웠다고. 그 시간 동안 하정우는 오롯이 김성훈 감독에게 집중했다. 김성훈 감독도 하정우에게 집중했다.

“서로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죠. 감독님이 시나리오 각색을 하면서도 막힐 때 마다 제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하하하. 사실 작품을 함께 할 때 얘기의 재미? 그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에요. 물론 흥미는 있어야죠. 그 흥미가 생기면 감독님과 만나서 얘기를 나눠 봐요. 그럼 어느 정도의 힌트는 나와요. 캐릭터가 조금 빈약해도 얘기에 힘이 있으면 충분히 보완될 수 있어요. 반대로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새로워도 얘기 빈약하면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하죠. ‘터널’은 그 두 가지의 포인트에서 단점도 있었지만 장점이 훨씬 컸어요.”

그런 지점을 생각하며 만들어 간 ‘터널’ 하정우에겐 또 다른 도전이자 새로운 재난이었다. ‘더 테러 라이브’의 성공으로 1인 재난극의 달인으로 통하게 됐다. 이번 영화에서도 ‘터널’안 재난은 오롯이 하정우 혼자의 몫이었다. 그 안에서 하정우는 혼자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연기를 해야 했다. 혼자 있어야 했기에 표현의 방식과 소품에 집착하며 캐릭터의 얘기를 만들어 냈다.

“우선 소품에 진짜 집착을 많이 했죠(웃음). 뭔가 혼자 있는 상황에서 잔가지를 만들어야 했기에 많은 의견을 제시했어요. 무너진 터널 속에서 뭘할 수 있을까. 트렁크 안에는 뭐가 있을까. 가방? 그럼 가방 안에는 뭐가 있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서 소품을 요청했죠. 감독님도 흔쾌히 수긍해주셨구요. 그리고 사실 살도 많이 뱄어요. 안 느껴지시죠(웃음). 그게 티가 안나서 아쉬워요. 하하하.”

이미지중앙

사진=OSEN

하정우는 혼자 갇힌 모습의 변화를 위해 수염 길이부터 머리카락 길이 체중 변화까지 세밀하게 체크해 인물을 구축했다. 스크린에서 그 지점이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디테일이 모이면 큰 줄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터널 안에서 홀로 갇혀 있지만 ‘터널’ 밖에는 분명 배두나 오달수가 버티고 있었다. 든든한 힘이 됐다.

“‘터널’안은 저 혼자 만들어야 하는 지점이지만 이 영화는 안과 밖의 두 가지 큰 줄기로 이뤄져 있잖아요. 밖에서도 두나와 달수 형이 많은 부분을 만들고 계셔서 힘이 됐죠. 결국 나 혼자만 안에서 잘하면 되겠다? 뭐 이런 느낌(웃음). 혼자 갇힌 남자의 상황을 많이 상상하며 애드리브도 만들어 내고(웃음).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많이 생각하며 인물을 구축했죠. 시간의 변화에 따라서 감정이 달라지고 웃음의 포인트가 드러나는 점을 고민해봤어요.”

그는 이 영화가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의도를 했던 의도를 하지 않았던 ‘터널’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그 사건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영화 자체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예민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하정우는 크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 사건에 대한 공감은 분명했다. 그러나 ‘터널’을 통해 느낄 몫은 자신의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지중앙

사진=OSEN

“전 ‘터널’이 나오기까지 힘을 보탠 한 사람일 뿐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 분들의 몫이죠. 그건 제 것이 아니잖아요. 글쎄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보편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생명의 중요성. 영화 속에서 달수형의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도롱뇽이 아니다 사람이다.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지금 저기 사람이 갇혀있다’란 대사. 이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잖아요.”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