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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희의 보다가] 용머리 블랙핑크, 뱀 꼬리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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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박진희 기자] 연예기사를 보다보면 역대급 표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특히 스타들의 행보에 자주 쓰이는 이 신조어는 ‘역대 최고’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강력한 수식이 너무 흔하게 쓰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요즘 진짜 역대급 신인이 등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다.

블랙핑크의 데뷔는 2013년부터 예고돼 왔다. 이는 YG 수장 양현석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남녀 그룹이 쏟아져 나오면서 채 3개월의 준비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데뷔하는 모습은 가요계에 흔한 풍경이 됐다. 정규 앨범 발표와 함께 데뷔를 알리던 옛날과 달리 디지털 싱글만으로도 데뷔가 가능해지면서 생긴 일종의 문화다. 일단 간부터 보고 저지르겠다는 제작자들의 돌다리 두드리기 전략이다.

그에 반해 양현석의 블랙핑크 데뷔는 촘촘했다. 3년 전부터 멤버 한 명이 확정 될 때마다 ‘괴물 신인’ ‘대형 신인’이라는 수식과 함께 티저 마케팅을 펼쳤다.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블랙핑크 데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YG에서 내놓는 7년 만의 걸그룹이라는 기대감은 2NE1이 확보하고 있는 팬덤과 관심을 고스란히 넘겨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양현석과 2NE1을 등에 업은 블랙핑크를 두고 가요계의 금수저라 불린다. 아니나 다를까 불을 붙이기도 전에 솥단지가 끓어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8일을 데뷔일로 잡은 블랙핑크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데뷔 쇼케이스 생중계에는 42만명의 네티즌이 몰렸다. 신인그룹의 데뷔를 특집으로 다루는 기사도 쏟아졌다. 3년 전부터 시작한 양현석의 티저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를 접수한 블랙핑크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2NE1의 연장선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가장 유니크한 걸그룹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오래된 YG의 팬들은 우려를 쏟아 놓는다.

흡사 용머리 같은 데뷔식은 블랙핑크만 치른 게 아니다. YG 소속 아티스트들은 데뷔 전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받아왔다. 빅뱅은 지드래곤과 태양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2NE1은 이효리 CF 속 상큼했던 소녀 박봄 그룹이라는 소문 속에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데뷔를 전후해서는 폭풍 같은 관심 속에 곧바로 정상에 우뚝 섰다.

위너와 아이콘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두 팀이 빅뱅, 2NE1과 같은 인기행보를 이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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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을 완성한 위너는 2014년 8월 데뷔 앨범 ‘2014 S/S’를 발표했다. 동시에 ‘공허해’와 ‘컬러링’을 히트곡 반열에 올렸다. 그리고 2016년 2월 ‘EXIT;E’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센치해’는 ‘공허해’보다 다소 부진했다. 그리고 2016년 8월 현재까지 위너의 앨범 활동은 전무하다. 강승윤, 이승훈, 송민호, 남태현, 김진우 등 멤버들은 아이돌 그룹이 수순처럼 거쳐 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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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가 주춤한 사이 YG에서는 또 다른 대형 신인 그룹이 탄생했다. 2015년 9월 15일 이례적으로 데뷔 웜업 싱글 ‘취향저격’을 발표하며 새로운 형태의 데뷔 마케팅을 보여주었다. 트렌디한 가사와 멤버들의 실력은 또 한 번 가요계를 긴장 시켰다. 아이콘은 같은 해 11월과 12월 더블 디지털 싱글 ‘웰컴백(Welcome Back)’을 연이어 발표했다. 위너보다는 보폭이 빠른 듯 해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올해 5월에 들어서야 디지털 싱글 ‘오늘 모해’를 발표한 후 또 다시 3개월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또 다른 괴물 신인 블랙핑크가 탄생했다.

일부겠지만, 블랙핑크의 데뷔를 지켜보는 위너와 아이콘 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위너와 아이콘이 좀 더 빠른 템포로 앨범 활동을 했다면 데뷔 당시의 뜨거운 바람을 이어갈 수 있었으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지금의 위너와 아이콘은 인기 역주행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치 데뷔 이벤트를 펼친 듯 뜨겁게 선 보였다가 빠르게 식는 모습이다. 블랙핑크의 호사스러운 데뷔에 우려의 시선이 섞이는 이유다.

위너와 아이콘이 여타 그룹들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과 꾸준한 스킨십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이들의 최종 성적을 논하기는 이르다. 소속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치부하기에는 출중한 실력을 갖춘 팀인 탓이다.

이렇든 저렇든 팬들은 YG의 콧대 높은 마케팅에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한다. 팬들과의 스킨십이 늘어야 한다는 바람이 담겼다. 보다 촘촘한 음악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이다. 블랙핑크의 데뷔를 두고 용두사미라는 비아냥을 피하려면 YG가 그만 콧대를 낮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 YG의 콧대가 조금만 낮았다면 위너와 아이콘의 운명은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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