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언제나 그렇듯 예의 바르고 또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물론 그의 눈은 아직도 소년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맑았다. 그 지점이 어쩌면 도경수의 장점이고 도경수의 힘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가 지금까지 거쳐 온 단 세 편의 작품(‘카트’ ‘순정’ ‘형’)이 그를 소비한 형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년의 감성 속에서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혼란을 표현한 캐릭터 말이다.
“너무 과찬이신 것 같아요(웃음). 단순하게 먼저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상으로는 일단 연기 변신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됐어요. 제가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분명 다른 지점이 너무 많았거든요. 시나리오 그 자체도 좋았죠. 하지만 진짜 욕심이 나는 것은 ‘두영’이 자체로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을 분명히 보여드릴 기회라 생각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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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러니까요. 제가 아직은 작품을 선택하고 고를 처지가 아니잖아요(웃음). 그동안 참 어두운 인물들을 많이 해왔어요. 물론 몇 편 안되지만. 반면에 ‘형’의 ‘두영’은 상처 받은 인물이고 아주 어두운 면부터 정말 밝고 긍정적인 면까지 다 보여줄 수 있겠더라구요. 사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 대부분이 ‘짠내’ 진한 인물들이잖아요. 하하하.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도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선택했었죠.”
이미 1년 전에 찍은 영화이기에 기억 속에서 잊혀진 지점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먼저 극중 ‘두영’은 촉망받던 유도 선수였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는 도경수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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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진짜 걱정스러웠던 점은 ‘시각장애’ 연기다. 경험을 할 수도 없었다. 눈만 감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공감한다고 말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분들의 심정을 1000분의 1도 느끼지 못할 것이지만 최대한 그분들의 모습 속에서 극의 자연스러움을 살려내고 싶었단다.
“진짜 부담은 시각장애 연기였어요. 겪어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으니 어떤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죠. 예전에 김하늘 선배님도 ‘블라인드’에서 시각장애 연기를 하면서 찾아갔던 곳이 있다고 생각이 나서 저도 가봤죠. 완전 깜깜한 곳인데, 눈을 떠도 안보여요. 그냥 그 안에서 만지고 듣고 냄새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해요. 그 안에서 아주 작지만 어떤 힌트를 좀 얻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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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설명이 안될 정도로 너무 많이 웃었어요. 우선 정석이형은 예상 밖의 애드리브를 쏟아내세요. 아니 그런데 그게 정석이형의 계산이 아니에요. 사실 감독님 때문인데. 감독님이 컷 사인이 되게 늦으세요. 그럼 저나 정석이형은 ‘어? 대사 다 끝났는데’ 이러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애드리브가 튀어나오죠. 정말 기상천외한 대사들 많이 나와요. 그리고 도연 선배님과의 키스신도 진짜(웃음). 아니 실제로 한 건 아닌데. 정말 그때 현장에서 모든 분들이 너무 웃어서. 하하하.”
도경수는 영화와 연기 얘기에 푹 빠져 얘기꽃을 피우던 중 갑자기 화제를 ‘요리’ 쪽으로 돌렸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밝혔고 또 개인적으로도 관심 분야이며 취미 생활이 됐을 정도로 요리 마니아임을 자처하는 도경수다. 연기 얘기, 엑소 얘기, 그리고 요리 얘기를 할 때의 도경수 얼굴은 한 결 같았다. 너무도 행복한 미소가 눈코입 표정 모든 것에 녹아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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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명 웹툰 원작인 ‘신과 함께’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도경수다. 여러 작품과 ‘엑소’ 활동 병행 등 눈코 뜰 새가 없다. 몸은 힘들지만 너무 즐겁단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현재가 너무도 감사하다고.
“영화가 좋다 나쁘다. 제 연기가 좋다 나쁘다. 노래를 잘 한다 못한다. 전 다 감사해요. 다 소중하구요. 세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전 복 받은 거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앞으로 연기 쪽에선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믿고 보는 배우’란 타이틀을 한 번 달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아 개인적인 버킷 리스트는 전 세계 ‘미슐랭 쓰리 스타’ 음식점 모두 가보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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