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View] ‘형’ 도경수, 소년과 남자의 경계선 이 배우의 존재감
이미지중앙

사진=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24세, 내년이면 약 20대의 딱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소년이라고 하기엔 이미 늦었고, 남자라고 하기엔 아직은 너무도 이른 느낌이 도경수에게선 풍겨온다. 그게 도경수에겐 좋은 의미로 다가 올지도 모른다. 아니 소년도 남자도 아닌 경계선에 서 있는 그에게 부정적 견해로 내비쳐 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는 가수로서 최고를 경험 중인 현 시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쪽으로 확립해 나아가야 할지를 아직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것이 모른다는 개념에서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도경수는 ‘엑소’의 ‘디오’로서도 ‘배우 도경수’로서도 다 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한다. 두 마리 토끼가 다소 커다랗게 보여도 그는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소년과 남자의 경계선이 그렇게 위태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영화 ‘형’에서 그가 연기한 ‘고두영’처럼.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언제나 그렇듯 예의 바르고 또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물론 그의 눈은 아직도 소년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맑았다. 그 지점이 어쩌면 도경수의 장점이고 도경수의 힘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가 지금까지 거쳐 온 단 세 편의 작품(‘카트’ ‘순정’ ‘형’)이 그를 소비한 형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년의 감성 속에서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혼란을 표현한 캐릭터 말이다.

“너무 과찬이신 것 같아요(웃음). 단순하게 먼저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상으로는 일단 연기 변신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됐어요. 제가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분명 다른 지점이 너무 많았거든요. 시나리오 그 자체도 좋았죠. 하지만 진짜 욕심이 나는 것은 ‘두영’이 자체로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을 분명히 보여드릴 기회라 생각됐어요.”

이미지중앙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동안 도경수는 의외로 드라마 그리고 앞선 두 편의 영화 모두에서 어두운 인물만 연기해 왔다. ‘엑소’의 멤버란 아우라와 평소 도경수의 모습 속에서 보여 지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과는 분명 상반된 선택들이었다. 취향의 선택은 아니었단다. 그럼에도 맡겨지게 되는 역할 그리고 아직은 ‘선택을 하기’보단 ‘선택을 받아야’하는 입장이기에.

“하하하. 그러니까요. 제가 아직은 작품을 선택하고 고를 처지가 아니잖아요(웃음). 그동안 참 어두운 인물들을 많이 해왔어요. 물론 몇 편 안되지만. 반면에 ‘형’의 ‘두영’은 상처 받은 인물이고 아주 어두운 면부터 정말 밝고 긍정적인 면까지 다 보여줄 수 있겠더라구요. 사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 대부분이 ‘짠내’ 진한 인물들이잖아요. 하하하.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도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선택했었죠.”

이미 1년 전에 찍은 영화이기에 기억 속에서 잊혀진 지점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먼저 극중 ‘두영’은 촉망받던 유도 선수였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는 도경수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단다.

이미지중앙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하하하. 제가 개인적으로 몸 쓰는 운동을 사실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도 영화 속에서 우선 연기해야 할 캐릭터가 유도 선수이기에 관객 분들이 보시면 좀 그럴 듯한 느낌은 들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했는데. 어휴. 가수 스케줄과 유도 연습. 이거 두 가지만 하는 데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어요. 아니 안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몸도 너무 쑤시고. 그런데 유도가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더라구요. 사람을 ‘꽝’하고 매칠 때의 쾌감이. 하하하. 그리고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려 본 경험이 참 생소하더라구요.”

하지만 사실 진짜 걱정스러웠던 점은 ‘시각장애’ 연기다. 경험을 할 수도 없었다. 눈만 감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공감한다고 말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분들의 심정을 1000분의 1도 느끼지 못할 것이지만 최대한 그분들의 모습 속에서 극의 자연스러움을 살려내고 싶었단다.

“진짜 부담은 시각장애 연기였어요. 겪어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으니 어떤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죠. 예전에 김하늘 선배님도 ‘블라인드’에서 시각장애 연기를 하면서 찾아갔던 곳이 있다고 생각이 나서 저도 가봤죠. 완전 깜깜한 곳인데, 눈을 떠도 안보여요. 그냥 그 안에서 만지고 듣고 냄새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해요. 그 안에서 아주 작지만 어떤 힌트를 좀 얻어 왔어요.”

이미지중앙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영화 ‘형’의 최고 관람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폭풍처럼 쏟아지는 조정석의 애드리브다. 그리고 극중 최고의 웃음 폭탄이 장착된 ‘클럽 장면’에서 등장한 개성파 여배우 이도연과의 폭풍 러브신이 히든카드다. 이 장면은 촬영 당시에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기자들의 배꼽을 쥐게 만들었던 명장면이다.

“진짜 설명이 안될 정도로 너무 많이 웃었어요. 우선 정석이형은 예상 밖의 애드리브를 쏟아내세요. 아니 그런데 그게 정석이형의 계산이 아니에요. 사실 감독님 때문인데. 감독님이 컷 사인이 되게 늦으세요. 그럼 저나 정석이형은 ‘어? 대사 다 끝났는데’ 이러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애드리브가 튀어나오죠. 정말 기상천외한 대사들 많이 나와요. 그리고 도연 선배님과의 키스신도 진짜(웃음). 아니 실제로 한 건 아닌데. 정말 그때 현장에서 모든 분들이 너무 웃어서. 하하하.”

도경수는 영화와 연기 얘기에 푹 빠져 얘기꽃을 피우던 중 갑자기 화제를 ‘요리’ 쪽으로 돌렸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밝혔고 또 개인적으로도 관심 분야이며 취미 생활이 됐을 정도로 요리 마니아임을 자처하는 도경수다. 연기 얘기, 엑소 얘기, 그리고 요리 얘기를 할 때의 도경수 얼굴은 한 결 같았다. 너무도 행복한 미소가 눈코입 표정 모든 것에 녹아 들어 있었다.

이미지중앙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냥 요리가 너무 좋아요. 요리 예능 프로그램은 진짜 거의 대부분 본방 사수에요. 하하하. ‘냉장고를 부탁해’도 조만간 꼭 나가보고 싶어요. 아? ‘삼시세끼’도 불러주시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웃음). 음 요리는 정말 재미도 있고 최고 자신 있는 음식은 저희 어머니의 비밀 레시피를 이용한 ‘된장찌개’요. (뒤에 있던 매니저가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리고 파스타는 거의 종류별로 웬만큼 해요. 중식 중에서도 경장육사도 할 줄 알고. 멘보샤도 저 가능해요. 하하하.”

현재 동명 웹툰 원작인 ‘신과 함께’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도경수다. 여러 작품과 ‘엑소’ 활동 병행 등 눈코 뜰 새가 없다. 몸은 힘들지만 너무 즐겁단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현재가 너무도 감사하다고.

“영화가 좋다 나쁘다. 제 연기가 좋다 나쁘다. 노래를 잘 한다 못한다. 전 다 감사해요. 다 소중하구요. 세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전 복 받은 거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앞으로 연기 쪽에선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믿고 보는 배우’란 타이틀을 한 번 달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아 개인적인 버킷 리스트는 전 세계 ‘미슐랭 쓰리 스타’ 음식점 모두 가보기. 하하하.”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