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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형’ 조정석, 이제 ‘납뜩이’ 보내고 ‘고두식’이 맞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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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조정석의 영원한 아이콘 ‘납뜩이’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서만 해석을 하기에는 무언가 더 있다. 무언가의 실체를 알아보려면 사실 보는 사람 자체가 힘을 좀 빼야 한다. 남자 배우들의 연기에서 어떤 임팩트를 원한다, 혹은 자극의 강렬함을 필요로 한다, 이런 감정의 기대감을 버리면 열리는 문이 있다. 바로 조정석의 연기는 그 지점에서 힘을 뿜어낸다. 장르적 특성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힘보다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힘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래서 그의 연기에는 보편적 공감의 요소가 자리한다. 영화 ‘형’의 진부함과 뻔함 혹은 신파성 브로맨스의 평가가 조정석이란 배우적 도구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러운 공감의 힘을 얻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이유일 것이다.

18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정석은 ‘형’의 ‘고두식’도 있었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도 안고 있었다. 최근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조정석은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자신 안에 있는 어떤 한 부분을 그때마다 캐릭터로 끌어내 오는 것 같았다.

“어떤 작품이나 그래요.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그림이 바로바로 그려지는 그런 작품이 있어요. 절 기억해 주시는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랬어요. 제가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그림들이 거의 그대로 작품 속에 나오더라구요. 아마도 공감이 됐던 것을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번 ‘형’도 그랬어요. ‘오 나의 귀신님’ 촬영 가던 차안에서 읽으면서 울었다니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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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당시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스태프가 볼까봐 창가로 눈을 돌리고 눈물을 훔쳤다며 웃는 조정석이다. 뻔한 느낌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더 있는 ‘확’ 오는 어떤 것을 느꼈단다. 물론 작품이 좋고 자신이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작품 완성으로 오롯이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그 시기가 중요한 것이다. ‘형’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듯한 느낌이었다고.

“주변 조건도 참 잘 맞아 떨어질 정도로 거의 갖춰진 상태였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이 얘기가 꽂힌 것이 아무래도 ‘공감’ 적인 부분에 있지 않았나 생각돼요. 제가 형제들이 되게 많아요. 제일 큰 누님이 저랑 19세나 차이나세요. 큰 형님이 16세, 작은 형님은 10세. 엄청나죠. 하하하. 제가 막내이다 보니 오히려 이 얘기가 공감이 됐었나 봐요. 저희 형들 생각도 많이 났었고.”

영화가 공개된 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을 이번 작품 캐릭터 ‘고두식’과 연결하는 평가도 많았다. 그런 지점에 대해 조정석도 일부분은 인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배우 본인의 스타일이 최소한의 지점에서 만난 것은 분명 아니라고 전했다. 굳이 따지자면 조정석의 스타일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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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렇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나만의 색깔이라고 할까. 연기적인 부분으로 말씀드리면 ‘이화신’은 우선 많이 거칠어요. 남자와 마초 정도로 해석하면 마초랄까. ‘형’의 ‘고두식’도 많이 거칠죠. 그리고 욕까지 쏟아내니 좀 비슷한 모습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전 이번에도 이런 역할을 했으니 다음에는 꼭 다른 역을 해야지란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전혀 고려를 안 하는 것도 아니구요(웃음)”

조정석이 연기한 ‘고두식’이 전작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지점은 배우 보는 맛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영화 ‘형’의 변별 포인트는 전반과 후반의 급격한 온도 차이다. 이 점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 지점이 영화 전체의 톤을 흔드는 위험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조정석의 생각은 달랐다.

“재미있는데 슬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 ‘형’이 딱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꽤 무난하게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으로 갖다고 봐요. 신파란 얘기도 있지만 전 동의 안합니다. 너무 눈물 빼려고 달려든 점도 안보였구요. 영화 마지막 엔딩도 꽤 마음에 들었어요. 뭐 하지만 제 의도대로 갈지는 모르죠. 판단은 관객분들의 몫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번 영화 속 ‘고두식’이 동생 ‘고두영’(도경수)과 함께 하는 장면에선 조정석의 코미디 감각이 제대로 발동한다. 그의 전매특허인 ‘납뜩이’가 떠오를 정도였다. 그건 조정석만이 할 수 있고 조정석만 해야 하는 코미디의 색깔이었다. 물론 그것이 조정석의 한계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점이란 양면성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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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연애 코치하는 지점은 ‘납뜩이’의 어떤 점을 가져오려 했었어요. 뭐 일종의 오마주라고 할까요(웃음). 제게 코믹한 이미지가 자꾸 떠오른다면 배우로서 다음 작품 선정하는데 신경 써야 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전 일부러 코미디를 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어떤 지점에 매몰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으로 다음 작품을 선택한다면 제 연기가 분명 방해될 것이니까요.”

‘납뜩이’를 소환했다고 할 만큼 조정석의 속사포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애드리브를 당연히 연상시킬 정도의 대사발이 엄청났다. 상대역인 도경수가 ‘예상 밖의 애드리브’에 당황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첫 촬영을 조정석과 함께 한 박신혜도 ‘생각지도 못한 대사에 놀랐었다’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웃었다. 연출을 맡은 권수경 감독도 ‘조정석의 연기는 환상이었다’고 칭찬했다. 조정석은 이들의 얘기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절대 애드리브는 아니었어요. 하하하. 약간의 양념 정도였고.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생각되는 게 아니 그렇게 보이셨다는 게 그만큼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는 거 아닐까요. 사실 감독님이 컷 사인이 되게 늦으셨어요. 대사가 거의 끝이 났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이 되는데 컷 사인이 없어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몇 마디가 나오는 거였죠(웃음). 뭐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장면이 나올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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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말에 ‘형’이 어떤 성적을 가져올지 관심도 높다고 한다. 전작들에 대한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고 이번에는 도경수와 함께 영화 제일전면에 얼굴을 내밀고 등장하기에 분명 부담감은 크다. 더욱이 맏형으로서 느껴야 하는 심적 부담은 꽤 된다고 한다.

“사실 집에서는 제일 막내인데 이번에는 제일 큰형이 됐어요. 하하하. 흥행 좋죠. 외부 요소도 분명히 따라야 하는 거고. 입소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죠. 글쎄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이번 영화는 자신도 있구요. 일단 ‘형’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올해는 좀 기분 좋게 푹 쉬고 싶어요. 하하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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