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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에 빠진 드라마 사전제작] ③안되면 환경 탓? 진짜 중요한 건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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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드라마를 추구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사전 제작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나오는 다수의 사전 제작 드라마들은 왜 ‘태양의 후예’가 되지 못했나.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경제적 논리에 잠식된 ‘사전 제작’에서 ‘태양의 후예’급 신드롬을 기대하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러 맹점을 안고 있는 이 시스템은 현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결국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안고 가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대체 문제가 뭐야?”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사전 제작 드라마는 본래 기형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드라마를 추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경제적인 수단으로 전락했다. 본래 의미가 퇴색된 시스템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맹점은 하루 하루 달라지는 트렌드를 쫓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작이 끝난 상태에서 방영이 시작되기 때문에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려야 살피수가 없다. 결국 피드백 없는 일방적인 드라마가 될 뿐이다. 단적인 예로 ‘사임당; 빛의 일기’는 피드백 불가라는 사전제작드라마의 취약점을 정통으로 맞았다. 결국 제작진은 시청자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 작품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하기 위해 전면 재편집을 결정했다. 이런 까닭에 반(半)사전 제작 시스템에 대한 니즈가 생기고 있다.

OCN ‘나쁜녀석들’, SBS ‘괜찮아 사랑이야’, tvN ‘디어마이프렌즈’ ‘시그널’ ‘굿와이프’ 등은 총 회차에서 절반 이상을 미리 촬영한 반사전제작시스템 드라마들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역시 반사전제작 드라마로 시청률과 화제성, 해외반응까지 다 챙겼다. 그리고 인기리에 방영 중인 ‘힘쎈 여자 도봉순’도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한 관계자는 “꼭 사전 제작이 아니더라도 대본만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이 된다면 실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힘들고 불편한 제작환경을 어느 정도 개선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 분량을 사전에 촬영해 놓고 시청자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사와 배우, 어느 쪽에서 봐도 이편이 훨씬 리스크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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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사전제작드라마가 가장 좋은 대안일까. 성공률이 떨어지는 사전 제작 시스템을 보완한다는 점에서만 놓고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전이든, 반사전이든 정작 중요한 건 작품의 완성도다. 환경만 탓할 게 아니라 본래 취지에 부합한 드라마인지 살피는 게 우선이다. 앞서 언급했던 몇 안 되는 반사전제작 드라마의 공통점은 사전제작을 ‘필요’에 의해 사용했다는 점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실제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는 “분명한 건 ‘태양의 후예’가 기존 방식을 따랐다며 아마 방송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재난상황이나 총격전, 해외 촬영 등의 신들은 사전제작이라 가능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도는 시청자의 시각에선 드라마의 ‘재미’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흥행 공식은 아주 간단하다. 재밌으면 본다. 일단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사전제작 드라마는 이러한 기본은 잊은 작품이 많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판권 판매와 수익 창출에 더 관심을 쏟다보니 작품의 완성도와 서사의 일관성을 유지하자는 사전제작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의 입맛에 맞는 캐스팅도 문제 삼았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되기 위해 중국 내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사전 제작이라는 시스템을 받아들인 케이스가 많다. 그러다 보니 캐스팅에 있어서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연기력 논란이 끊임없이 답습되는 것이다.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에 집중한 진짜 사전 제작 드라마가 나오지 않는 한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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