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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권율 "국어 100점 맞았다고 수학 망칠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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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권선징악은 언제나 통쾌함을 안겨준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그게 상응하는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면 짜릿함마저 느껴진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역시 그런 통쾌함을 시청자들에게 안겨줬다. 그 중심에는 잠재된 광기를 폭발시키며 전율마저 느끼게 한 강정일 역의 배우 권율이 있었다.

강정일은 가진 게 많았다. 하지만 결국 욕심이 그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로펌 태백을 갖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 강유택(김홍파)의 복수를 위해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악인으로 변모했다. 극 초반 보여준 냉철한 카리스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자취를 감췄다. 사랑 가족 우정까지 잃은 그의 눈빛은 오로지 독기 하나만을 내뿜고 있었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권율은 "끝없이 진화하는 강정일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가, 선과 악이 별개가 아닌 공존하고 있다는 시선 때문이었어요. 신영주(이보영) 이동준(이상윤) 역시 마냥 선한 캐릭터들은 아니거든요. 이동준은 청부 재판을 받아들였고, 신영주도 그것을 추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들이 재밌었어요. 강정일 역시 소시오패스처럼 그려진 한 면으로만 다가가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봤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강정일의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강정일을 연기해야 하는 권율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몰입은 수월했다. 오히려 강정일이라는 인물을 연구하고 고민해야했던 극 초반이 어렵게 느껴졌다.

"초반에는 혼자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밥도 혼자 먹고 음악도 듣고. 세트 주변을 걸어다니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강정일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보니 대본을 보면서 강정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상상하게 되고 옷 입는 스타일이나 성격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유추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이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반 감정몰입이 수월했던 것 같고요. 만약 제가 초반에 그렸던 강정일을 온전히 표현했냐고 물어보시면 아니라고 할게요. 놓친 부분도 있고, 중간에 수정되고 바뀌는 게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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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귓속말'이 방영 전부터 주목받은 건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 등 한국의 부조리한 권력 구조와 치부를 예리하게 찌른 박경수 작가의 후속작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과연 이번엔 또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덕분에 '귓속말'은 마지막회 20% 시청률을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법을 악용하는 법율 비적 '법비'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

"대본을 보면 작가님이 법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신 게 느껴져요. 법이라는 잣대로 좋은 행위를 벌 줄 수 있고, 반대로 나쁜 행위는 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법의 맹점이나 이중잣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걸 이용하는 게 법비였고요. 박경수 작가님과 '펀치'에서 호흡을 맞춘 감독님 역시 맹장이셨어요. 다정하시기도 하고요. 배우들이 힘들 수 있는 대본이었는데 지휘를 잘 해주셨어요. 덕분에 모두가 감독님을 믿고 따랐죠. 트러블 없이 좋은 시청률로 끝낼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의 공도 크지 않았나 생각해요."

'귓속말'로 인해 새삼 권율이라는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착하고 선한 이미지는 어느새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자신의 이미지가 180도 변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런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두려운 게 있다면 전작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서 지금 하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거죠. 전 그게 더 두려워요. 물론, 그 전에 가졌던 이미지들 모두 감사하고 좋은 칭찬들이죠. 하지만 만약 제가 국어 시간에 100점을 맞았는데, 다음 수학 시험까지 그 국어 100점 맞은 걸 생각한다면 수학 시험은 망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국어 시험은 끝났으니 이제 수학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만 집중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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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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