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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석] ‘ 시선, 시각’, 팩트(Fact)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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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하나의 사물이나 사안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차이는 어느 정도로 다를 수 있을까?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의도치 않은 말의 와전과 상황의 전개로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수도 없이 많다.

그 가벼운 질문에서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의도치 않은 진실 왜곡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이것은 진실 왜곡일까 관점의 차이일까.

이 연극 ‘ 시선, 시각’은 강렬하다. 배우들은 첫 장면에서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빨주노초파남보 각기 다른 색깔의 양말을 신는다. 이후 주황빛 조명이 켜지고 배우들은 각기 맨 앞줄에 선 이의 양말 색깔에 대해 논한다. 누구는 빨강색이라고 하고, 누구는 주황색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보라색이라는 주장까지 펼쳐진다.

조현병이라고도 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에 살던 8살 초등학생 여아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연일 화제 선상에 오르고 있는, 일명 인천초등생살인범 17세 피의자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주말(17일) 한 교양프로그램은 이 피의자의 잔혹성과 그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범행은 조현병이나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정신질환으로 해석될 수 없는 내용이다. 피해자 가족과 수많은 대중들은 피의자 가족이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형량을 낮춰보고자 내세운 게 정신증과 병력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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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테러뱅)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어떤 것들에 대한 의심과 다른 시각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 시선, 시각’의 차민엽 연출자는 이 대목에 주목했다.

미국의 한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던 여자 관람객이 칼에 찔렸지만 작품을 감상하던 이들은 모두 미술관의 퍼포먼스라고 여기고 도와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역사와 접목시켜가며 관객을 골몰하게 한다.

여전히 의혹이 많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 그것은 진실이었을까? 진실로 믿고 있기 때문에 진실이 된 것인지, 진실이기 때문에 진실로 믿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또한 정답과 오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 시선, 시각’은 배우의 대사를 통해 역사와 물리, 인문학과 예술의 영역을 다양하게 버무려가며 현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바로 이 지점이 기존 작품들과의 화끈한 차별점이다.

은유와 도치, 반어를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고심케 하지 않고 학문적인 접근을 토대로 직설한다. 연출자가 던져준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신 관객이 얻어야 하는 답은 다채롭다.

여기에 무용,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무대 예술을 펼쳐 놓음으로써 시각적인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무대설치 또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것은 여성 연출자의 섬세함 덕분이다.

지난 16일~18일까지 열린 고양예술인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한 번 선보인 ‘ 시선, 시각’는 이처럼 짧은 기간, 소수의 관객들에게만 선보이기 무척 아까운 작품이다.

다행히 ‘ 시선, 시각’ 올해 10월 서울연극협회에서 주관하는 서울미래연극제에 공식 선정되어 서울에서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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