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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택시운전사’, 송강호의 말 없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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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장황한 응원의 말에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아무런 말없이 어깨를 두들겨 주는 것만으로 위로를 전달할 때가 있다. ‘택시운전사’는 잘 버티고 열심히 살아온 세대들을 위한 담담한 위로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혼자서 딸 아이를 키우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가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을 태우고 길을 나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이야기는 실존 인물인 피터,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소감에서 시작됐다.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는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 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자신을 데려다 준 김사복(김만섭)과 광주 젊은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는 힌츠페터가 끝내 찾지 못했던 택시운전사 김사복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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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혹함을 전달한다. 사복조장은 시위에 가담한 이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군은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눈다. 진실을 담은 기사는 세상에 내놓을 수조차 없다. 실제로 이뤄졌던 일들을 스크린으로 목도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슬픔, 분노를 넘어 고통을 준다. 극적 상황을 추가해 신파로 넘어갈 수 있는 요소가 충분했지만 ‘택시운전사’는 사건을 훼손하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관객들을 1980년 5월, 광주로 끌고 들어갔다.

영화의 중심 인물은 광주에서 직접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아닌 낯선 서울사람 김만섭과 피터다. 이방인의 눈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 때문에 이야기가 담백하게 흘러갔다. 특히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대학생들의 시위를 이해조차 하지 못했던 만섭이 피터를 다시 서울로 데려가기 위한 사명감에 휩싸이는 감정 변화다.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이라도 광주 안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로 인해 변화하는 만섭의 모습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캐릭터를 구현했다. 그 안에서 고마움, 미안함, 분노, 슬픔에 희망까지 관객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택시운전사’가 좋은 영화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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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 가능하게 한 것은 송강호의 연기다. 익살스럽고 푸근한 소시민부터 결국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이자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사건의 중심의 뛰어든 모습까지 허투루 넘길 수 있는 연기가 없다.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혜은이의 ‘제3한강교’, 송강호가 부르는 두 곡이 주는 감정도 극과 극이다.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137분의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오는 8월2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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