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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N책] ① '두근두근' 사랑과 공포를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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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책 표지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휴가는 신기루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아무리 빼곡하게 계획을 세워도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한여름밤 꿈처럼, 모기향이 피우는 연기처럼 하루하루가 그렇게 속절없이 사라진다. 첫 날은 시체놀이를 해서 잘했다고 위안하지만 휴가일이 다 지나고 나면 좀 더 알차게 지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숨을 쉬게 된다. 안 된다. 최소한 뿌듯한 한 가지는 남겨야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주저없이 책을 추천한다. 읽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최근 우후죽순 쏟아지는 인문학 예능은 지식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자격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대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천편일률적인 신간 소개 대신 잊혀진 구간과 추천할만한 신간을 주제별로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 이조차도, 사랑이다

“어느 빛 어느 바람이 이렇게 당신이 흘려 놓으신 물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이렇게 영원할 수 있나요”
이소라가 MBC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송창식의 ‘사랑이야’는 잔잔하게, 그러나 가장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현실의 사랑은 결코 녹록치 않다. 상대의 마음도, 나 자신의 마음조차도 영원할 수 없고 격정적이지 못하다. 끝없이 갈 것 같던 나의 사랑은 부질없는 담뱃재 같은 이에게, 언젠가 ‘나에게도 일생의 사랑이 찾아올 것’이란 환상이 있는 이에게 이들의 사랑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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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구간 :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 이부키 유키 지음 | 김해용 옮김 | 예담

2012년 출간된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는 이부키 유키의 장편 데뷔작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49일간 일어난 따뜻한 치유의 기적을 그려낸 ‘49일의 레시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이 작품으로 일본 출판사가 대중문학 발굴을 목적으로 만든 포플라 문학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삶에 지친 두 남녀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애틋하게 사랑을 나눠가는 과정을 투명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세련된 커리어우먼 아내와 영리한 딸, 좋은 학벌과 직업. 사회적 기준으로 남부럽지 않은 재력과 배경을 갖춘 서른 아홉 살의 남자 테쓰지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의 무력감과 회한에 휩싸인다. 동갑인 키미코는 일찍이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로 세상을 떠돌며 미용기술과 노동으로 고단한 삶을 일궈나가는 여자다.

아들이 바다에 빠져 죽고, 얼마 후 남편 역시 외지에서 동사한 후 여름만 되면 한적한 바닷가마을 미와시로 돌아온 기미코는 어느 날, 돌아가신 어머니의 별장을 찾은 테쓰지가 밤바다에 삼켜지려는 것을 구조한다. 언덕 위 집 도련님 테쓰지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이를 눈치 챈 키미코는 그를 돌보려 하고 두 사람은 일생을 바꾼 6주 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다.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는 삶에 지친 두 남녀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애틋하게 사랑을 나눠가는 과정을 투명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세파에 시달린 어른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오히려 인생의 숙성된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잔잔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 깊이 파고드는 책이다. 바람과 파도 소리, 하늘의 빛깔, 그윽하게 풍겨오는 한여름의 풀냄새, 관능을 일깨우는 여름과일의 맛이 모두 독자에게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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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신간 : ‘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 양윤옥 옮김 | 아르테(arte)

대학 재학 중 저명한 문학상을 받고 ‘일식’ ‘달’ ‘장송’ 등 인간 내면에 주목했던 히라노 게이치로가 연애소설을 내놨다.

작가는 ‘마티네의 끝에서’를 통해 10대 때처럼 감정에 올인하는 사랑이 아니라 일도 있고 가정도 있는 가운데서의 사랑, 거기서 배어나오는 당사자들의 인간성을 리얼하게 그려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심장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애틋한 로맨스인 동시에 프랑스 RFP 통신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국제적 정치와 사회적 상황에 대해서도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다루고 있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마지막 날 프랑스 RFP 통신에 근무하는 기자 고미네 요코를 만난다. 요코는 마키노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 예르코 소릿치의 딸이었고, 그녀는 기타리스트의 마키노 사토시를 팬으로서 좋아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열중하지만 요코에게는 이미 미국인 약혼자가 있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머나먼 이국에서도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커져간다. 마키노는 마드리드 페스티벌 초청을 계기로 요코와 재회하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요코 역시 그의 진심에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단순한 연애소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예측 불가능한 운명과 인간의 자유의지, 천재와 범재의 서글픈 평행선 등 인간의 삶의 밑바탕을 뒤흔드는 중요한 명제들을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일본의 대표 기타리스트들을 비롯해 난민지원협회, 나가사키 증언 모임, 국제인권 NGO 휴먼라이츠워치 일본 대표, 저널리스트 등을 직접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저널리스트 고미네 요코를 통해서는 이라크 문제와 테러, 그 뒤에 자리한 세계정세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 시원하게, 바닥에 붙어 쭉~달려보는 스릴러 시리즈물

해외는 꿈도 못 꾼다. 국내도 밀리는 도로는 질색이다. 챙겨야 할 가족도 없다. 격렬하게~아~무 계획 없이 시원한 곳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다. 이런 이들에게 과감하게 시리즈 추리 스릴러를 추천한다. ‘CSI’ ‘크리미널 마인드’만이 답은 아니다. 보여주는 영상보다 내 머릿 속에서 펼쳐지는 스릴러가 더 박진감 넘치는 명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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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구간 : 요 네스뵈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박쥐’, ‘바퀴벌레’, ‘레드 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빌스 스타’, ‘스노우맨’, ‘레오파드’)

★한 권만 읽는다면? ‘스노우맨’ 요 네스뵈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요 네스뵈 지음 | 노진선 옮김 | 비채)

인기 뮤지션이자 저널리스트, 경제학자이기도 한 노르웨이 국민작가 요 네스뵈가 북유럽의 서늘한 공포를 전한다. 특히 2012년 출간된 ‘스노우맨’은 ‘해리 홀레’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스칸디나비아를 비롯해 유렵 각국과 영미권에서도 베스트셀러로 명성을 떨쳤다. 연쇄살인범을 체포한 경력이 있는 노르웨이 유일의 형사,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해리 홀레가 활약하는 ‘스노우맨’은 첫 눈이 내리는 오슬로. 집 안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창밖에서 가족을 향해 집요한 시선을 던지는 눈사람의 존재에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날 밤 아이의 엄마가 사라진다. 수사에 투입된 형사 해리는 지난 11년 동안의 데이터를 모아 실종된 여자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정체불명의 ‘스노우맨’이 보낸 편지가 그에게 도착한다. 사라진 여자들, 사건현장을 바라보듯 세워진 눈사람. 해리는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직감하고 여형사 카트리네와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인기 작가 마이클 코넬리와 제임스 엘로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주인공’으로 꼽았고, 외국소설 안 읽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3달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화가 결정되며 더 큰 이슈를 일으켰지만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민첩하고 깡마른 몸, 수사에서는 천재적이지만 반항적 언행으로 종종 상관들의 골칫거리가 되는 매력적인 반영웅 캐릭터 해리 홀레 반장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단언컨대 재밌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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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신간 :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바람을 뿌리는 자’, ‘사악한 늑대’, ‘산 자와 죽은 자’)

★한 권만 읽는다면? 최신작 ‘여우가 잠든 숲’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완벽해지고 있다. 다만,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은 시리즈 중간부터 읽으면 주인공들의 서사를 건너뛰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 박종대 옮김 | 북로드)

‘여우가 잠든 숲’은 스토리콜렉터, 독일을 넘어 전 세계를 매혹시킨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다. 속편은 전편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속설과는 달리 타우누스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내용과 구성 면에서 더욱 진화된 모습을 선사하며 뜨거운 화제를 낳아왔다.

아름다운 풍경과 평범한 사람들 이면에 숨겨진 어둠을 정교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담은 ‘여우가 잠든 숲’ 역시 현지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슈피겔과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기존 타우누스 시리즈를 뛰어넘어 품격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독자들의 더욱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켰다.

독일 타우누스 지방의 작고 아름다운 루퍼츠하인은 보덴슈타인이 어린 시절 살던 동네로 살해된 이들이 모두 그와 잘 아는 사이여서 전작들에 비해 그 충격이 더욱 크다. 불타버린 남자, 살해된 말기 암 할머니, 자살로 위장된 신부 등 사건이 이이지고,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의 수사는 방향을 잃은 듯 지지부진 진행된다. 그때 보덴슈타인은 현재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 42년 전 자신의 어릴 적 소꿉친구와 애지중지 키우던 여우의 실종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시 첫사랑이었던 여우 막시의 실종은 어린 그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과거의 아픔은 지워지지 않고 퇴적물처럼 침잠해 있다가 악몽으로 나타나곤 했던 터다.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은 그날의 일로 자책하는 보덴슈타인은 개인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을 편견 없이 수사해갈 수 있을까.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결말이 선사하는 쾌감이 크다. 짜릿한 전율을 원한다면 주저없이, 이 세계로의 다이빙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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