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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언어의 스타일리스트가 들려주는 실연의 민낯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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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모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때마다 사람은 도리 없이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들리지 않는 것의 바깥과 안을 모두 보게 되는 것. 사강은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로 선사했던 백영옥이 이번엔 실연당한 이들의 마음을 다시, 어루만진다. 최근 재출간된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은 더욱 성숙하고 스타일리시한 파동을 전한다.

책 한권에 밑줄 긋고 SNS에 올려놓고 싶은 문장이 수두룩한 언어의 스타일리스트 백영옥. 그는 2012년 출간된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을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 온 끝에 기존 원고에서 상당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시류에 영향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면서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는 연애소설을 재탄생시켰다. 수정을 거듭한 끝에야 완성된 이 책은 인생과 일상, 일과 꿈, 사랑과 이별을 세련된 필치로 그려내는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이야기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라는 간판을 건 레스토랑에서 시작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연인과 사랑하며 남긴 흔적, ‘실연의 기념품’을 가지고 와 서로 교환한다. 사강은 어느 날부터인가 특별한 날마다 배달되어오기 시작한 다양한 언어의 책 꾸러미를, 지훈은 헤어진 연인과 함께 사용하던 카메라를 들고 그곳을 찾는다. 그리고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미도가 레스토랑에 먼저 와 있다. 유년의 상처에 치명적인 사랑의 상처까지 더해진 여자, 연애가 지루했지만 돌연 지루했던 일상의 연인을 잃게 되는 남자, 커플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또 다른 여자가 만나는 레스토랑의 이야기는 내밀한 상처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백영옥은 관계 안에서 자족하고 성장하고 상처받고, 다시 또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는 등장인물들의 발걸음을 촘촘히 따라가며 그들 마음의 결을 포착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 또 작가 스스로 작품에 온전히 빠져들어 인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데, 상처를 이야기하면서도 재치를 잃지 않는 백영옥식 서사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백영옥은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고,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펴냈다. 백영옥 지음 | 아르테(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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