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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잇 수다] 비와 당신에게,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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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스틸컷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주륵주륵 비가 내리면 감성이 꿈틀거린다. 빗줄기가 세차질수록 밖으로 향하던 마음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초여름 가뭄에 그토록 바라던 비는 뒤늦게야 몰아 내린다. 당신과,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비오는 날 감성에 젖어 읽기 좋은 책 5편을 소개한다.

■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공지영 | 폴라북스

“흐리거나 비내리면 꼭 촛불을 켠다. 촛불은 내게 말한다. 천천히, 더 천천히……”

공지영이 25년간의 작가 인생을 돌아보며 20여 편의 작품 구석구석에서 소중히 길어올린 글귀들을 모았다. 앤솔로지(Anthology, 선집) 안에는 공지영이 그간 인생의 의미와 사랑의 길, 작가로서의 소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공지영은 이 책을 두고 “나 자신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 밝혔다. 작가의 눈으로, 작가의 작품 안에서 선별한 글귀지만 온몸으로 사랑했고, 열정을 다한 탓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잔잔한 감동이 스민다.

특히 ‘도가니’와 ‘의자놀이’를 집필하던 서재와 오래된 흑백 사진들을 비롯해 성모마리아와 예수의 초상, 아이들과 반려견들의 모습 등 집안 곳곳의 풍경이 23컷의 사진에 담겨 색다른 정취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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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트북' 스틸컷


■ ‘시 읽는 기쁨’ 정효구 지음 | 작가정신

2001년 1편, 2003년 2편, 2006년 3편이 출간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요즈음 주제에 맞게 시를 모은 책들이 차고 넘쳐나지만 ‘시 읽는 기쁨’의 정효구만큼 깊이 있고 다감한 시 해설을 곁들인 책을 보기는 드물다.

‘시 읽는 기쁨’은 시 대중화의 디딤돌이 됐다. 특히 시를 가까이 하고 싶으면서도 대체 뭘 펼쳐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시 읽는 기쁨’은 유려하게 정서를 표현해 온 국내 대표 시인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회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좋은 책에서는 야생의 향기가 난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야생인 채로 자신의 몸을 통과한 말들만을 고르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시에 대한 애정과 진솔한 단상들로 가득한 저자의 해설과 시의 만남은 3편에 이르면서 한층 더 내적이고 서정적인 차림으로 단장하기까지 했다.

‘시 읽는 기쁨’이 전하는 시의 세계는 순수하고, 자유롭고, 엉뚱하고, 기발하다. 은행나무가 쓴 자서전의 의미를 캐기 위해 그 나무가 마련해준 노란 벤치에서 몇날 며칠을 고민한다는 시인, 백여 평쯤 되는 하늘을 사들여 등기를 하고 취득세까지 물었다는 시인, 산골마을에서 지휘봉을 들고 밤하늘에 뿌려진 별들의 소리를 조율하는 시인 등 이야기도 감성의 문학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조용하게 소슬비가 내리는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 시공사

"눈물과 빗줄기와 안개 속에 갇혀서, 그녀는 차 문에 씌어진 빨간 페인트 글씨를 분별할 수가 없었다. ‘킨케이드 사진 연구소-워싱턴 주, 벨링햄’"

동명의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짧은 만남과 운명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기에 어떤 이에겐 뜨거운 태양 같은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오는 거리, 세상 가장 뜨겁게 사랑하게 된 남자에게 뛰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비와 안개와 눈물로 눌러 담는 프란체스카의 고통은 단연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진작가가 촬영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우연처럼 만난 여인과 일생일대의 사랑을 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열정을 감춘 채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시골에 정착해 살아가는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이들이 짧은 여행을 떠난 사이 바람처럼 나타난 운명의 사랑 로버트 킨케이드를 만나게 된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평생, 진실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남자지만 프란체스카를 보는 순간 심장이 말하는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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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풍의 언덕' 스틸컷


■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지음 | 김종길 옮김 | 민음사

제목에 대놓고 폭풍이 등장하는 데다 표지만은 수없이 봤던 식상한 고전일 터다. 그러나 이 처절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고전은 오랜 시간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폭풍의 언덕’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 작품이다. 발표 당시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이 작품은 백 년이 지난 오늘날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비교되리 만치 그 비극성과 시성(詩性)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폭풍의 언덕’은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본능적이며 야만적이기까지 한 히스클리프와 오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에게 끌리는 캐서린이라는 이상화되지 않은 현실적 인간을 통해 인간 실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어려운 말들을 걷어내고 나면, 제목 그대로 인생을 통째로 흔든, 휘몰아치는 사랑이다.

■ ‘스친 것들에 대한 기록물’ 김은비 지음 | 디자인이음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1991년생 작가에 선입견을 갖는다면 큰 오산이다. 기존 시의 체계를 무너뜨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원태연 이후로 참신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 독립출판 작가로 꾸준하게 활동해 온 김은비도 그 중 한 명이다.

‘스친 것들에 대한 기록물’은 김은비가 첫 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열렬하고 뜨겁기만 했던 사랑이 식어버린 후, 이별 후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연애와 사랑에 대한 그녀만의 통찰을 담았다. 디자인이음이 독립출판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엄선, ‘청춘문고’로 리뉴얼해 선보인 덕에 온라인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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