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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개천용이 안난다고? 지옥에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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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허구의 세계는 결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현실은 누군가의 상상보다 훨씬 더 팍팍하고 잔혹한 시험의 연속이다.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 J. D. 밴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힐빌리의 노래’를 써냈다.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와 일찍이 양육권을 포기해버린 아빠, 가난과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을 딛고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녀작인 ‘힐빌리’의 노래로 작가는 정치계 입문을 권유받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됐다. 빌 게이츠를 필두로 저명한 미국 인사들이 이 책을 추천했을 정도다.

‘힐빌리의 노래’는 기억 저편의 과거를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아냈다. 저자 인생의 뿌리이자 장애물이며 행복과 불안의 근원이었던 가족과 그들을 잠식해가는 정신적 빈곤, 그리고 인간의 성장에 있어 안정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과 없이 묘사한다. 더불어 예일에서 느꼈던 차별과 메울 수 없는 격차까지도 상세히 그려내며 미국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저자는 윤리와 문화의 붕괴, 가정 폭력과 가족 해체, 소외와 가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성장 에세이라는 잔잔한 서사 속에 녹여내 자신이 겪었고 남겨진 이들이 앞으로도 겪을 사회문제를 세상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화를 결정했을 만큼 생생한 묘사와, 빈틈없는 서사, 마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탁월한 힘을 지닌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제적으로 쇠락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혼란과 사회문제를 자신의 삶의 궤적에 투영해 들려주는 개인사 대부분은 그가 ‘힐빌리 문화’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분리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떠나 할모의 곁에서 안정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 해병대에 자원한 그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목표의식을 갖게 됐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책 속에 펼쳐지는 충격적 진실 속에서 진정한 희망을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가족과 복지, 일자리와 교육, 정치와 문화,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서 개인과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전한다. J.D.밴스 지음 |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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