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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뮤지컬 ‘벤허’, 무대서 품은 대서사시 영민한 무대 구성 '단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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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컨텐츠컴퍼니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무대 위로 옮겨진 대서사시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의 연출로 보다 극한의 전율을 안겼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벤허'는 루 월러스(Lew Wallace)의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서기 26년, 제정 로마의 박해에 신음하는 예루살렘 시대의 명망 높은 귀족 가문 장손 벤허(유준상)은 로마의 장교가 돼 돌아온 친구 메셀라(민우혁)과 오랜만에 재회하지만 그의 배신으로 반역죄를 뒤집어쓰며 가문이 몰락한다. 누명을 쓴 벤허는 로마 군함에서 노를 젓는 노예가 되고, 어머니(서지영)과 여동생(곽나윤)도 노예로 전락한다. 하지만 벤허는 로마 장군(남경읍)의 목숨을 구하며 그의 양자가 된다. 노예에서 다시 귀족이 된 벤허는 메셀라를 향한 복수와 예루살렘의 독립을 위해 투쟁을 펼친다.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벤허’(1959)는 엄청난 흥행력을 자랑하며 그해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펙터클한 장면이 몰아치는 영화에선 전차 경주, 해상전투 등의 박진감 넘치는 신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간적 제약이 있는 무대에선 이 같은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극의 중심부 같은 위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내용상 절대 빠질 수 없는 대목이었다. 왕용범 연출의 해결책은 홀로그램과 물량 공세였다.

해상전투와 전차장면에서의 홀로그램 활용은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엔 충분했다. 자칫 단출할 수 있는 장면을 홀로그램과 영상 활용을 통해 보다 꽉 찬 무대를 구성한다. 또한 무대에서 구현할 수 없는 장면들도 영상으로 대체됐다. 예를 들어 벤허가 물에 빠지는 장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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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컨텐츠컴퍼니

드라마틱한 전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신, 복수, 용서로 전개되는 내용은 벤허의 굴곡진 삶을 밀도 높게 따라가며 희로애락을 그린다. 휘몰아치듯 고난과 역경을 마주하는 벤허의 삶은 강한 몰입도를 자아낸다. 메셀라가 오랜 친구인 벤허를 배신한 이유도 섬세한 감정선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메셀라를 악의 길로 이끄는 빌라도(이정수)의 캐릭터 부분이다. 비리의 척결이면서 비정한 인물로 등장하는 빌라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갖은 음모를 꾸미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하지만 극 중 가장 악랄해야만 하는 그의 캐릭터는 다소 가볍게 묘사된다. 공연에서 가장 유머 섞인 대사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분명 관객들은 그의 대사에 웃지만 인위적인 유머 코드가 남발된다. 때론 그의 대사나 행동이 이질감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벤허’의 전체적인 구성은 꽤 매끄럽고 화려하다. ‘벤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전차경주에선 배우들의 호연과 무대 장치, 영상, 소품 활용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구체관절 말 8마리를 원형 회전 무대에 올려 경주 장면을 연출한 데 이어 무대 뒤편의 슬로우 모션 영상이 생동감을 더한다. 유준상과 민우혁의 호연도 돋보인다. 무대 경험이 많은 두 배우는 인물간의 교차되는 대립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원작을 짧게 추려내려다 보니 관객을 이해시키기 위해 장면의 대부분이 대사로 이어지는 점은 아쉽다. 넘버로 꽉찬 뮤지컬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벤허'는 오는 10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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