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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읽기] 위아더나잇, 혼자의 끝에서 시작을 준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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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아더나잇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밤의 감수성을 노래하는 밴드 위아더나잇의 노래는 몽환적이다. ‘몽환’이라는 감상은 어떤 느낌일까.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각자 느끼는 뉘앙스와 분위기는 다르다. ‘밤(Night)’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밤을 노래하며 절절한 슬픔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련한 추억에 빠질 수도 있다.

위아더나잇이 들려주는 몽환의 밤은 서서히 취기가 올라 나타난 발그레한 홍조,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이다. 기분이 너무 고조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경쾌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에 몸을 흔들어도 좋고, 힘을 빼고 뭉개진 듯 노래를 부르는 보컬에 잠시 눈을 감아도 괜찮다.

굳이 따지자면 ‘들뜸’에 가까운 상태다. 다만 지난 앨범 ‘위 아 더 나잇’ ‘별, 불, 밤 이런 것들’까지만 해도 말이다. 위아더나잇이 방향의 전환을 시도한 앨범은 ‘녹색광선’ 때부터였다. 이들의 밤은 서서히 짙어져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새벽의 빛을 띠기 시작했다. 위아더나잇은 기존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부재에 대한 허무와 그리움을 담아 리스너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약 1년 뒤인 지금, 위아더나잇은 들뜬 마음을 차분히 누르고 있다. ‘녹생광선’에서 주변 환경으로 인한 나의 심경을 담았다면,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저로부터 끌어올린 감정들을 풀어냈다. 혼자 남은 새벽,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좇으며 파고드는 것이다. 바깥을 향해 있던 안테나는 저절로 안으로 향했다.

앨범 설명을 직접 작성한 함병선은 앨범을 두고 ‘누구에게나 각자 철저히 혼자가 되는 방법’이라는 표현을 썼다. 첫 번째 트랙 ‘노 땡큐(No thank you)’는 복잡한 세상을 벗어나는 출발점이다. ‘녹생광선’에서 ‘부재중 연락이라도 남길까’(트랙 ‘부재중’) 고민하던 화자는 ‘노 땡큐’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결국 연락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읽지 않은 메시지만 남았다. 뭘 해도 재미없는 회의감이 다가오고, 사랑과 이별로 점철됐던 머릿속을 비워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번째 트랙 ‘깊은 우리 젊은 날’은 비틀거리는 청춘에게 ‘울지 말라’며 손을 내민다. 이제는 손을 뻗어도 어쩔 줄 모르던 그 때가 아니다. 세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있잖아’에서는 좀 더 희망적이다. 위아더나잇은 우리의 그늘은 막막하지만 빛난다고, 흐린 날도 환해질 수 있다고 그래서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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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아더나잇 제공)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했을 때 다가오는 기쁨도 있지만 오히려 그 아련함이 외로움으로 다가올 때(‘그 드라마처럼’)도 분명 있다. 그래도 이내 기운을 차린다. 또 다른 타이틀곡 ‘ 풍선껌’이 그 극복의 전환점이다. 지난 불안들을 입 안 가득 모아 풍선을 분다. 한층 밝아진 멜로디로 시작된 노래는 ‘터져버려도 괜찮지 뭐’라는 의연함으로 흐른다. 서사에 따라 풍선이 부풀어 오르고, 그에 맞춰 점차 고조되는 신스사운드가 곡의 지루함을 없앤다. 풍선껌 특유의 달콤함과 질겅거리는 질감을 동시에 표현한 지점이 노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대야 안녕’과 ‘LCD’는 혼자만의 새벽에서 빠져나오는 트랙이다. ‘그대야 안녕’에서도 노래했듯 한바탕 시끄럽고 뜨거웠던 날들은 지나갔다. 자의든 타의든 달뜬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흐려진다. 곡의 마지막에 나오는 ‘초점 나간 사진을 찍자’ 가사는 결국 흐린 기억도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함병선은 앨범 소개글에 통영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탄 순간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떠오른 혼자만의 생각들을 적었다. 그 내용들은 마지막 트랙 ‘LCD’의 가사 ‘이곳은 어디야/정신을 차려봐,,,이곳은 어디야/우리의 노래야/우두커니 켜진 저 빛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자는 홀로가 된 새벽 4시 30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자 마음이 놓인다고 했으며, 여전히 음악의 힘을 믿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이 아닌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목적지는 내가 목표했던 마지막임과 동시에 그곳에 다다랐기 때문에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함병선이 ‘내겐 끝이 있고 시작은 방금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는 위아더나잇의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희망차면서도 무거운 주제들이, 그에 따라 한층 어두워지고 가라앉은 노래들이, 새롭게 시도하는 사운드의 질감과 표현법이 그렇다. 그렇게 위아더나잇은 끝없이 파고들어간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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