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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박병은, 우는 남자의 귀여운 순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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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은(사진=tvN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보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대사에 반영된 처지는 서글펐고 각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씁쓸하다. 그런 가운데 미소를 짓게 되는 장면이 몇 있다. 배우 박병은이 등장하는 신은 드라마가 추구하는 은근한 위트를 제대로 살리는 순간들이다.

극중 박병은은 어플 ‘결혼 말고 연애’의 대표다. 스타트업 회사인 만큼 발로 뛰며 회사를 부흥시키려 열심히 노력한다. 대표로서 진지하게 일에 임하는 모습, 벌써 큰 성공을 거둔 회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그의 능력 등은 캐릭터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설정이다. 그러면서 권위나 지위를 강조하는 모습은 없다. ‘이런 대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직원들과 친화적이다. 특히 친한 사이인 이민기(남세희)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무장해제가 되어 만담 같은 분위기도 연출한다.

이 캐릭터는 왜 진지한데 위트 있는 걸까, 위트 있는데 진지하기도 한 걸까. 아무래도 박병은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전자의 경우인 듯 하다.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박병은에게 일뿐만 아니라 ‘연애’라는 또 다른 상황이 주어졌는데, 이때부터 그 매력이 더욱 극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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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은은 저녁 미팅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솜이 직장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하자 큰 계약까지 뒤엎으며 멋있게 상황을 타파한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이솜이 고민이 있어 보이자 재빠르게 눈치 채고 털어놓게끔 자연스레 유도한다. 이솜이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놓고서는 편한 속옷이라며 한가득 사와 무심하게 건넨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이솜과 충돌할 때마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 애쓰고 배려한다.

이렇게 박병은은 멋있는 행동을 종종 한다. 유난히 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박병은이 눈물을 흘리던 때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상처를 받고 우는 쪽은 여자였다. 하지만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다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소신이 확실한 이솜과 현실에 순응하고 박병은,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츤데레처럼 구는 이솜과 한 번에 마음을 쏟아내며 ‘좋아해달라’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던 박병은이다.

기존 남성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강인한 틀을 깨서인 것일까.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박병은의 모습은 찌질하게 비춰졌지만 사실은 꼭 안아주고 싶게 만든 킬링 포인트였다. 기대고 싶게 하면서도 이솜의 말 한 마디에 설레고 아파하고 흔들리는 박병은을 잡아주고 싶다. 솔직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찌질’이 아닌 ‘귀여운 순애보’로 소화한 박병은에게 다시 한 번 끌린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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