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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건명 “배우는 50년 할 일, 아직 반도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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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명(사진=CJ E&M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내 청춘과 함께한 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직접 부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영광이고 행운이에요”

1996년 데뷔해 올해로 22년째 한길만 걷고 있는 이건명은 ‘열일하는 배우’다. 하지만 겸손한 자세가 더 눈길을 끄는 배우이기도 하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중년 명우 역 캐스팅 당시에도 그는 영광스럽다는 표현으로 작품에 끌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숱한 주연을 섭렵해온 베테랑이지만 그는 결코 안일해지는 법이 없다. 공연에 임하는 자세와 진중한 마음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동료들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똑같은 대본과 같은 노랫말로 개인이 차별화를 두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해요. 나의 좋은 점과 타인의 좋은 점을 섞어 조화롭게 가야 연기가 더욱 풍성해지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 작품을 두세 가지 눈으로 보고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이건명이 연기한 중년 명우는 임종을 1분 앞두고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건명은 폐암말기 환자라는 배역을 더욱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몸무게까지 감량하고 무대에 오른다.

“공연 중일 땐 특히 온 신경을 컨디션 관리에 쏟고 있어요. 목 관리를 위해 좋은 건 많이 먹고 몸에 해로운 일은 안하려고 하거든요. 연습할 때도 소리를 많이 안 지르고 컨디션을 조절해요. 절대 공연에 지장 받아선 안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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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명(사진=CJ E&M 제공)


■ 언제나 노력으로 말하다

‘광화문연가’에서는 이영훈 작곡가의 대표곡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수의 명곡 퍼레이드다. 세대를 아울러 모든 관객이 흥얼거릴 수 있는 히트곡들이 펼쳐진다. 다만 무대에 오르는 배우 입장에서는 영광이면서 동시에 곤혹이다. 원곡 가수와의 비교는 숙명인 탓이다.

“이문세 형님이 워낙 노래를 감미롭고 아름답게 잘 부르니까 처음에는 부담이 됐어요.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아름다운 소리가 곡의 매력 포인트고 이영훈 작곡가님도 이런 걸 감안하고 곡을 썼을 테니까요. 게다가 뮤지컬은 아름답기보단 드라마틱하게 부르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죠. 곡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연기와의 조화를 살릴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게 숙제였어요. 기존 곡의 뉘앙스나 공감대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드라마틱한 요소를 짚어내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연습에 매진하는 그다. 완벽한 공연까진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한 공연이란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건명은 “수십 회의 공연을 아무런 차이 없이 보여주기 위해 평상시 최선을 다해 연습해요. 끈을 놓지 않는 한 격차가 큰 공연은 없을테니 아쉬움도 없죠”라고 노력하는 이유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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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명(사진=CJ E&M 제공)


■ 행운아가 전하는 행복론

‘최선의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한다’는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고충마저 행복하다 말한다. 관점이 남다르기에 가능한 행복이기도 하다. 그는 기대감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에서 순도 높은 행복을 발견한다.

“배우가 겪는 고충이란 곧 다가올 기쁨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엔 컨디션과의 전쟁이 쉽지가 않거든요. 언제나 평균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건 힘든 싸움이에요. 다만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공연을 무사히 해냈을 때의 희열은 상상 이상이에요. 이게 뮤지컬 배우의 재미거든요. 아마 모든 배우들이 맛보는 행복이자 의미일 거예요. 그만큼 세상엔 쾌감이 대단한 좋은 배역들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거든요. 오랜 시간 좋은 배역을 많이 해왔지만 부디 지금의 행운이 더 유지가 돼 더 많은 배역을 해내고 싶어요.”

무대를 넘어 각종 예능과 드라마까지 섭렵한 이건명이지만 그는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중에도 내달 초연을 앞둔 연극 ‘미저리’ 연습에 한창이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꾸준히 도전하고 문을 두드리길 멈추지 않는다. 50년 배우생활을 꿈꾸는 그의 스펙트럼은 여전히 넓어지고 있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뮤지컬은 내 전부에요. 단지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도 꿈길을 걷고 있지만,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맡아 보고 싶은 배역도 많거든요. 무엇보다 무대에 서있으면 가장 행복해요. 관객들도 무대에 선 내 모습을 보고 행복해져가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그 행복이 오래 유지됐으면 하기에 배우로서 노력하는 마음이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50년이나 할 일인데 전 아직 배우생활 반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의 초심을 보며 배우고 있어요. 그분들처럼 풀어지지 않고 꾸준히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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