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연;뷰] 뮤지컬 ‘모래시계’ 가슴 먹먹한 현대사 관통하지만…
이미지중앙

뮤지컬 모래시계(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모래시계’는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한다. 그늘지고 먹먹한 시대를 보내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역사책을 읽듯 뜬구름 잡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격동의 시대에 맞서 신념과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다.

창작뮤지컬 ‘모래시계’는 동명 국민 드라마를 원작으로 격동기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던 세 청년 태수, 혜린, 우석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24부작 드라마의 방대한 분량을 과감하게 축약하는 대신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들과 창작진이 참여해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복합예술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모래시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균형이다.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조화로운 시너지를 내뿜는다. 1980년대 중심축을 관통하는 서사에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얹고, 현대적 재해석을 가미한 무대미술과 영상, 아름답고 강렬한 군무, 역동적이고 선 굵은 무대연출이 더해지며 상상 이상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이미지중앙

뮤지컬 모래시계(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남성적이고 빠른 전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인물 간 대치 전환이 속도감 있게 그려져 박진감이 넘친다. 호흡은 다소 가쁘고 거칠지만 중심을 잡고 연기하는 배우들 덕에 과하지 않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만든 영리한 각색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권력의 심부름을 하는 태수 역의 한지상은 비장미를 유지하는 섬세한 연기로 극을 이끈다. 작품 후반부까지 강한 존재감을 유지한다. 또 태수의 똘마니 짓을 일삼다 배신하는 종도 역의 강홍석은 장면에 활기를 불어넣고 엄청난 성량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다만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부자연스러워진 점은 좀 아쉽다. 특히 혜린과 태수가 갑작스레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사회 변혁을 꿈꾸던 능동적인 혜린이 별안간 수동적으로 변해 정체성을 잃고 흐지부지해진 점도 아쉽다. 인물형을 서사에 끼워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변형한 듯 자연스럽지 못하다. 특히 급작스러운 장면 전개는 박진감에 힘을 싣지만 인물에 대한 설득력을 잃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는 2월 1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