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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레이더] 담백한데 달콤하게, 가수 장희원의 표현법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장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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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원(사진=민트페이퍼 제공)



■ 100m 앞, 각종 ‘출신’ 이름표만으로 믿음 가는 가수

배철수, 무한궤도, 전람회, 이선희, 이상은 등 명곡을 보유한 이들은 가요제 출신이다. 손꼽히는 가수가 모두 가요제를 겪은 건 아니지만, 가요제를 거친 가수들은 대부분 이름을 날린다. 보장된 뮤지션 등용문인 셈이다.

2014년 ‘몰랐어’로 데뷔한 가수 장희원은 제27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실력자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팀만 해도 조규찬, 유희열, 심현보, 이한철, 루시드폴, 방시혁, 김연우, 임헌일, 스윗소로우, 노리플라이, 박원 등 하나 같이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전하는 가수들이다.

장희원은 민트페이퍼의 ‘민트 브라이트(mint bright)’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요조, 브로콜리너마저, 오지은, 검정치마, 데이브레이크, 10cm, 가을방학, 제이레빗, 슈가볼, 혁오 등 100여 팀을 소개했다. 현재 음악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가수들이다. 이처럼 장희원은 믿음직한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출신’이라는 든든한 이력을 쌓은 장희원은 지난해 첫 번째 미니앨범 ‘ㅎ/’를 발매하고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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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원(사진=민트페이퍼 제공)



■ 70m 앞, 대표곡 ‘배드민턴’

노란색과 파란색의 비비드한 색감, 옛날 오락기 일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투박한 그림체가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면 단번에 장희원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 과하게 꾸미지 않고 삐뚤빼뚤한 느낌은 어린 아이 같은 풋풋함을 준다. 장희원은 ‘너와 나 사이엔 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결국 넌 날 놓쳐 버린 거야’라는 내용의 가사를 정직한 발음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며 내뱉는다.

서서히 시작되는 도입부,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멜로디, 그리고 2절의 후렴구에서 더욱 고조된 분위기는 공을 주고받는 배드민턴 경기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덕분에 노래는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 40m 앞, 장희원 목소리가 다 해냅니다

장희원의 음악은 간질간질하다. 대부분 사랑을 다루고 있다. 장희원은 그 중에서도 닿을 듯 말 듯, 알 듯 말 듯한 ‘썸’을 노래한다. 그의 목소리는 귀엽고 발랄해서 두근거리는 멜로디에 잘 묻어난다. 속삭이듯 말하는 창법은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이런 붕 뜬 마음을 가볍게 눌러주는 것도 장희원의 목소리다. ‘누워 자란’ ‘’띄어쓰기‘ ’나무에 걸린 물고기‘ 등을 들으면 나타난다. 느릿느릿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그의 소리는 담백하다. 부드럽지만 귀에 쏙쏙 박히는 장희원 특유의 음색은 평평하게 흘러가는 노래 속 기분 좋은 자극이다. 양쪽의 분위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그다. 그래서 장희원에게는 ‘담백한 달콤함’이라는 모순된 수식어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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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원(사진=민트페이퍼 제공)



■ 10m 앞, 추상적인 감정 꿰뚫는 참신한 비유와 대비

장희원의 가사는 일상적인 것에서 도출한 비유와 감각적인 대비가 인상적이다. 타이틀곡 ‘배드민턴’은 상대와 자신 사이에서 오고 가는 감정(공)을 배드민턴 경기로 표현했다. ‘가운데 그은 선’이라는 말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온 힘을 실은 공’을 보냈지만 넌 ‘가볍게’ 다시 던졌다는 대비도 눈에 띈다.

‘5cm’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사이의 썸을 말하는 ‘5cm’라는 수치는 듣기만 해도 애가 탄다. ‘5, 4, 3, 2’라며 숫자를 세다가 다시 ‘3, 2, 4, 5’로 넘어가버리는 카운트는 0으로 가 닿지 못한다. 상대의 왼손과 내 오른손이 맞닿기까지의 거리. 이곳에서도 장희원 특유의 대비가 있다.

‘누워 자란’ 역시 원래 위로 뻗으며 자라나는 풀을 뉘여서 표현이 주는 이미지를 풍성하게 사용했다.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나뭇가지에 걸려 옴싹달싹 못하는 느낌을 단어로 표현한 ‘나무에 걸린 물고기’도 그렇다. ‘띄어쓰기’에서 말하는 공백은 사람 사이에 놓인 침묵이다. 사이에 마침표가 찍힐까 잠시 커서를 깜빡이며 멈추는데 또 다른 말을 위한 쉼표이기도 하다.

■ 드디어 장희원, 추천곡 ‘5cm’

‘5cm’: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노래다. ‘배드민턴’이 장희원의 개성을 깊숙이 느낄 수 있는 곡이라면, ‘5cm’는 장희원의 입문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피고 천천히 개화해 마침내 ‘팡’하고 터져버리는 과정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장희원은 이토록 담담하게 감정을 노래하는데, 듣는 이는 벅차오르는 마음을 부여잡아야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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