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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휘경의 오감만족] “관념을 뒤집은 상상력” 알렉산더 지라드의 한계 없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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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이휘경 기자] “인간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표현은 한계가 없다”

기하학의 무늬와 직선, 곡선의 유기적인 융합을 우리는 몽땅 ‘모더니즘’ 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 평가절하하고 있는 건 아닐까. 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 알렉산더 지라드가 그 관념을 과감히 깨부순다. 그는 여전히 대중에겐 멀기만 한 현대 예술, 순수예술과 응용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알렉산더 지라드의 700여 점 이상의 작품이 서울에 도착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은 다채롭고 풍성한 '작은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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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건축, 상업, 생활문화 전반에 이른 알렉산더 지라드의 디자인 세계를 풀어낸다. 통상 예술가의 삶 연대기를 따라 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일반적인 요소와 달리 그의 예술적 영감과 철학에 따라 흥미롭게 연결되는 동선은 관람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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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건축학교 재학 시절 그린 수채화


■ 예술가의 시작점, 풍부한 색감에 더한 상상력

1부는 알렉산더 지라드의 드로잉과 수집품들을 보여준다. 지라드가 AA 건축학교 재학 시절 그린 수채화부터 ‘아프리카 춤’, ‘스툴’ 등 가볍고 일상적인 움직임을 따뜻한 감성으로 채운 작품들은 예술가의 초보시절을 엿보는 것 같아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정원 전시관을 위한 드로잉’, ‘꽃다발과 벽부조’로 연결된 동선은 역시 종이가 감성적 매체의 발원임을 강조한 지라드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 고전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한데 풍부한 색감으로 상상력을 덧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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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en sculpture


1929년 자신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구이도 우지엘리 아파트(1939), 맨하탄 아파트(1935)까지 이르는 디자인 프로젝트는 그의 상업적 감각이 꿈틀거리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다만 히틀러의 독재 체제가 부른 전체주의의 영향을 받은 걸까. 지라드의 작품은 단순한 드로잉 속에 정형적 구도와 배치, 불규칙 속의 짜임새 등으로 역사주의적 성격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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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컬러, 패턴, 텍스타일의 디자인 작품들


2부의 '컬러, 패턴, 텍스타일의 동선'에선 선, 색, 배열의 향연이 펼쳐진다. ‘트라이앵글’, ‘리본’, ‘데이지’ 등 구상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에서 기하학적 추상 패턴까지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이 한 데 모여 황홀감을 자아낸다. 바로 1950대 지라드가 허먼 밀러사의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면서 디자인한 텍스타일과 월페이퍼다. 1971년까지 이어진 지라드와 허먼 밀러와의 인연은 컬러플한 모티브, 그리고 장식적이고 의인화된 환경장식패널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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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angles No.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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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ged No. 982



■ 토탈 디자인으로 꽃피운 천재성

지라드의 토탈 디자인은 1965년 브레니프 항공사와의 인연으로 그 꽃을 피웠다. 7가지의 색상으로 기업의 로고부터 글씨체, 비행기의 외관과 내부, 식기, 티켓, 짐표, 배지 등 총망라한 토탈 디자이너로서 기질을 가감없이 발휘한다. 3부 '기업에서 토탈 디자인'에서는 글씨의 연속성이 강렬한 항공사 광고, 무채색의 항공사 담요 패턴,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지라드의 천재적인 상업적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공간을 이룬다. 특히 무채색의 체크 담요 디자인은 현대의 정석이 된 시초이기도 하다. 티켓 디자인에선 글씨의 색상, 크고 작음, 배열의 속성으로 화려함 대신 절제미와 유니크함을 강조해 보는 맛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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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니프 항공사 유니폼, 로고 등 토탈디자인이 전시된 3부 '기업에서 토탈디자인으로'


지라드의 이같은 센스는 그가 16세 때부터 포크아트를 수집한 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부 '수집과 설치' 테마에서는 약 10만 점 이상의 포크아트 소품을 수집한 지라드의 남다른 취향이 한 데 버무려진다. 전 세계 각국에서 한 데 모인 소장품들은 재료, 의미, 구성, 시각까지 공통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이질감의 향연이다. 그럼에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작은 작품들이 세계의 축소판이 돼 이채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작품들은 매우 쌩뚱맞으면서도 역동적이다. 해골, 빠삐용(코사레 인형), 악마, 언덕 위 집과 사람, 짚으로 만든 기차 등 수 많은 포크아트 작품들은 지라드의 손 끝에서 각각의 테마를 통해 재탄생 됐다. 이는 스스로에게 또다른 영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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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지라드가 16세 때부터 수집한 포크아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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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ft for the poster Magic of a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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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xity Diversity Enrichment Mythology - India



시대와 미술을 구분짓지 않은 자, 열정을 품은 뜨거운 영감 속 명료함의 절제가 고급스러웠던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은 오는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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