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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동진’ 안혜경, 배우라서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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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은희와 안혜경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안혜경을 방송연예인이나 전 기상캐스터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배우라는 수식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2010년부터 다양한 작품 활동 가운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열일하는 배우로 우뚝 선 인물이다.

■ 순수함과 마주한 순간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 ‘사건발생1980’ 등 김진욱 연출과 함께한 전작들은 주로 가족이야기가 많았어요. 사람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는 처음 해보는 거였죠.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다만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컸죠.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배역들이 서로 맞물리고 이어지는 가운데 중심을 잡아야 했거든요”

연극 ‘정동진’에서 배우 안혜경은 여자 ‘동진’ 역을 맡았다. 남녀 더블캐스팅으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동진은 극의 흐름을 이끄는 주요한 역할이다.

“할범팀과 할멈팀 더블캐스트라 공연마다 느낌이 달라요. 관객 분들의 시선에 따라 배역의 느낌도 달라질 수 있죠. 실제로 공연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많은 부분들이 변해가요. 지금이야 첫 공연 때보다 긴장도 덜 되고, 작품 흐름 자체도 굉장히 안정됐죠. 그리고 전작들에서 생활고에 찌든 억척스러운 연기를 주로 해왔다면 지금은 상당히 편안한 역할이에요. 평범한 인물이라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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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혜경과 정애화



그가 연기하는 동진은 순수하다. 동진은 정동진에서 헤어진 연인을 1년이 지나도록 기다리는 인물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그는 처음엔 동진을 이해하지 못했다. 과연 정동진에서 헤어진 연인을 1년이나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현실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동진은 순수한 인물이에요. 헤어진 연인을 한 장소에서 계속 기다리죠. 그것 자체로 순박함을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이에요. 다만 이를 연기로 표현한다면 그 순수함을 제대로 녹여낼 수 있을지가 고민됐어요. 작품에서 할멈과 동진은 이야기를 핑퐁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그런 부분이 묻어나야 해서 특히 신경을 많이 썼죠. 인물 간 순수하게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꾸준히 연습해나가는 부분이기도 해요”

첫 장면과 끝 장면, 즉 연인과 헤어지고 다시 재회하는 순간에도 동진은 순진무구하다. 맘 속 감정은 치열할지라도 기다림 그 자체를 평범한 일상처럼 빚어낸다. 그러한 관점에서 안혜경이 연기한 동진은 순수의 결정체다.

“작품 전후로 사랑에 대한 지평이 더 넓어진 건 사실이에요.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가운데 지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생겼거든요. 세상엔 수많은 사랑이 있어요. 작품 속 사랑도 그중 하나일 뿐이죠. 그래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무언가를 크게 얻어가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나면 그런 마음의 여유가 돋아날 거라 생각해요. 모쪼록 관객 분들이 공연을 보는 동안 웃고 울고 떠들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커요”

작품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소소한 감정을 펼쳐놓는다. 어떤 장면이나 인물의 행동이 흡입력 있게 관객을 이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사랑과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자라난다.

“어떤 작품을 보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하나씩은 있잖아요.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드는 장면이 있어요. 꼭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냥 보다 보면 자연스레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들이죠. 재밌거나 지루하거나 하는 대중적인 관점에서 이런 감정들을 생각하면서 연기에 임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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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정동진 배우 안혜경



■ 어엿한 성장형 배우

그는 어쩌다 연극판에 서게 됐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상캐스터와 방송연예인을 거쳐 연기를 고심하는 배우 안혜경이 궁금하다.

“예전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었고 해보고 싶었어요. 2010년 ‘춘천 거기’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는데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역할이라 부담감은 없었죠. 당시 김진욱 연출이 상대배우로 출연했는데 이게 인연이 돼 계속 이어졌어요”

극단 ‘웃어’ 활동은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밤샘 연습은 물론 세트를 직접 만들고 재활용 센터로 가 재료도 구하고 벽지를 바르기도 하는 등 극단 식구들과 많은 고생을 했다. 공연이 끝나는 날이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어느새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됐다.

“극단은 2014년 ‘가족입니다’라는 작품을 계기로 하게 됐어요. 너무 친하니까 서로 마음도 잘 통하고 호흡도 잘 맞았죠.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극단은 개인적인 공백을 거쳐 다시 시작할 수 있던 계기이자, 연기를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줬어요”

다방면에서 활동한 그의 연예분야 경력이 뛰어난 적응력과 도전정신을 만들었다. 연기도 그중 하나다. 그는 극단 활동을 필두로 다양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어 한다.

“배우로서 극단 활동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도 하고 싶어요. 특히 가족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싶죠.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고 역할도 다양하잖아요. ‘정동진’에서도 미친 사람처럼 나오는 ‘은하’ 역 같은 특별한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과연 내가 하면 어떨까, 어떤 느낌으로 표현될까’ 생각해보니 기대도 되고 재밌을 것 같거든요. 많은 배우 분들이 다양한 연기를 선보여 왔듯이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연기들을 도전해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이 커요. 무엇보다 좀 더 캐릭터가 확실하고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는 어엿한 성장형 배우다. 연예인이기에 앞서 배우라 더 매력적이다. 이제 그에게 연기란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삶의 지표가 됐다.

“연기란 가족 같은 것이에요. 시작은 서툴렀지만 차곡차곡 계단을 쌓듯 올라가면 마치 아이가 자라는 듯한 느낌이죠. 내가 지치고 힘들어도 나를 북돋아주는 가족들의 응원이 다시 한 번 일어서라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처럼, 연기는 울고 웃는 나를 다독여 끝까지 나아가게 만들어줘요.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는 김성령 선배처럼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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