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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전쟁①] ‘#가오픈’ 검색해 ‘카페투어’ 다니는 프로카페러

“오늘은 식사를 거르고 카페투어를 해야겠다. 스크랩해둔 리스트를 살펴볼까? 신상카페도 검색해봐야겠다. 메뉴는 아인슈페너 혹은 플랫화이트, 베이커리는 까눌레나 스콘, 토스트 중 하나.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채도와 대비를 최대한 낮춰 분위기를 더하는 보정은 필수다.” 우리가 ‘프로카페러’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인생카페’를 찾아다닌다. -편집자주

* 이하 모든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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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픽사베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7년 11월 개최된 제16회 서울 카페쇼는 2018년 키워드로 ‘휴먼(HUMAN)’을 꼽았다. ‘휴먼’이란 ▲High-quality(고품질) ▲Untact(비대면 서비스) ▲Mood(분위기) ▲Art(예술과의 연계) ▲New experience(새로운 경험)를 의미한다. 2017년 키워드는 ▲Sience(과학) ▲Signature(시그니처)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뜻하는 ‘S라인’이었다.

단 1년 사이 커피 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2017년은 바리스타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거나 각종 기술이 결합된 커피가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 2018년 트렌드에는 ‘분위기’ ‘예술’ 등 다소 추상적인 의미의 키워드가 더해졌다. 그 전까지는 커피의 맛과 다양성을 넓혔다면 올해는 더 나아가 커피 주변의 것들이 조명 받을 전망인 셈이다. 즉 ‘카페’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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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픽사베이 제공)



■ 1일 1커피는 옛말, ‘카페투어’하는 요즘

제16회 서울 카페쇼는 올해 트렌드에 맞춰 ‘카페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주요 카페 거리를 돌며 요즘 핫하다는 카페를 둘러보는 방식이다. 총 3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 이 투어는 각 코스 당 적으면 5개, 많으면 11개 카페를 하루에 전부 ‘체험’할 수 있다.

커피는 하루에 한두 잔씩만 마시는 것이고, 카페는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실화’다.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카페투어’라는 해시태그만 검색해도 70만 개에 달한다. 단어가 포함된 연관 해시태그 종류만 약 40개다.

J씨(27·여)는 “하루에 최대 세 군데까지 카페에 가봤다. 보통 약속 시간이 뜰 때 그 지역에서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혼자 가본다”면서 “평소 SNS에서 보고 궁금했던 카페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포털사이트 검색보다 인스타그램 헤비 업로더들의 계정을 통해 접근하는 편인데, ‘저장하기’ 기능으로 가고 싶은 곳들을 북마크 해놓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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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이소희 기자)



■ 우리는 왜 카페를 ‘투어’할까

‘투어’는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둘러보며 여행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카페투어’는 말 그대로 카페를 여행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여행지는 단순히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동네는 여행의 장이고, 그곳에 자리한 핫한 카페들은 관광지가 됐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 많은 이들이 카페를 단순히 거쳐 가거나 쉬어가는 장소에서 일부러 찾아가고 놀러가며 체험하는 공간으로 여긴다. 경유지에서 하나의 목적지가 된 셈이다.

그 배경에는 별다른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예쁘고 개성 있는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가 깔려있다. 바쁜 나날을 살아가는 이들이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바로 가까이 있는 일상을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요즘 말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멋지고 새로운 공간에 가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만족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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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픽사베이 제공)



여기에 인스타그램까지 만났다. 인스타그램은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으면서도, 트렌드를 쉽고 빠르게 알아낼 수 있는 SNS다. 그러니 일상의 탈을 쓴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더욱 강력히 발휘된다.

S씨(25·여)는 “혼자보다 친구들과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왕 수다를 떠는 것 분위기 좋은 곳을 찾게 된다”면서 “사진 촬영이나 SNS 업데이트를 위해 카페투어를 하기도 한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나 커피 맛을 생각하고 가는 편인데, 포털 사이트에 동네 이름과 카페를 검색해본 후, 인스타그램에서 2차 검색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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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이소희 기자)



■ 이미 뜬 카페는 지루한 이들의 검색법 #가오픈 #신상카페

보통 여행을 할 때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관광지를 선호하는 쪽과 많이들 찾지 않은 나만의 공간을 가고 싶어 하는 쪽이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카페는 그동안 많은 손님들이 다녀간 안정된 공간이라는 증명이고, 사람들은 다시 그 유명세에 이끌린다. 반면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모험하는 사람들은 이름을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싶다는 의지를 더 발휘한다.

이런 이들의 필수 해시태그가 바로 ‘가오픈’과 ‘신상카페’다. 트렌디세터들은 아직 정식 오픈을 하지 않은 곳을 찾아다닌다. 모두가 아는 카페는 이미 유행의 최전선이 아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전 ‘느낌 있고 감성적인’ 곳을 찾아야 한다.

S씨는 “나는 그렇지 않지만, 친구 중 한 명은 가오픈 카페를 찾아다닌다. 신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미 평가가 많은 곳과 달리) 직접 한 번 가보고 판단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새로운 카페를 소개해주는 사이트도 생겼다. 웹사이트 ‘카페 큐레이터’는 신상카페와 인기카페를 지역별로 선정해 알려준다. 홍보성은 띄고 있지 않으며 진짜 트렌드를 중요하면서도 심플한 기준들로 모아놨다는 점에서 요즘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카테고리에는 외국도 있다. 이는 외국여행을 할 때도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취미가 발휘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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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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