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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전쟁④] 트렌드vs몰개성화, 변화하는 공간의 가치

“오늘은 식사를 거르고 카페투어를 해야겠다. 스크랩해둔 리스트를 살펴볼까? 신상카페도 검색해봐야겠다. 메뉴는 아인슈페너 혹은 플랫화이트, 베이커리는 까눌레나 스콘, 토스트 중 하나.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채도와 대비를 최대한 낮춰 분위기를 더하는 보정은 필수다.” 우리가 ‘프로카페러’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인생카페’를 찾아다닌다. -편집자주

* 이하 모든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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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이소희 기자) *사진과 내용은 무관합니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유행에 따라 시장과 소비자가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 일정 기간 동안 유사한 문화와 행동양식이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사회적 동조현상이 바로 유행이다. 그러니 쏠림현상 역시 무수한 트렌드 속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카페의 유행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할까? 모두 비슷해지는 몰개성화 혹은 취향이 모두 같아지는 쏠림현상으로 치부해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점차 견고해지고 폭 넓어지는 트렌드의 현상으로 여겨야 할까?

■ 만들어진 취향도 개성일까

공간은 그곳을 만든 이와 찾는 이가 공존해야 가치를 발한다. 다시 말해, 공간을 만든 사람만 있다고 해서 그곳이 오롯한 의미를 지니는 것도 아니고, 공간을 찾는 이에 의해 공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무엇이며, 공간을 제공하고 받아들이며 대하고 즐기는 대상만 달라지는 것뿐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의 수단으로 장소를 만들어낸 카페 주인과 그곳을 즐기기 위해 찾는 손님이 원활하게 교류하는 순간, 공간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트렌드에 의해 만들어진 취향일지라도 주인의 일관된 색깔이 바탕을 이룬다면 손님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정체성이 형성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하고 그에 비롯한 문제도 발생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닌 교류의 과정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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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이소희 기자)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카페가 트렌드를 따라가는 그 자체가 틀렸다고 단언할 수 없다. 흐름을 짚어내는 것 또한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다. 다만 유행하는 것들을 짜깁기 식으로 어설프게 끌어다 놓을지, 공간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어 반영할 지는 큰 차이를 불러온다.

최근에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두 가지 분위기를 제공하는 카페도 생겼다. 합정에 위치한 취향관은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신상카페’다. 트렌드에 따라 주택을 개조하고 엔틱한 인테리어를 선보이면서도, 손님들의 성향에 따라 선택권을 부여한다. 안팎을 드나들며 대화를 하고 싶은 ‘토커(talker)’와 홀로 사색을 즐기고 싶은 ‘씽커(thinker)’로 손님을 분류해, 그에 맞는 공간으로 안내를 해주는 방식이다.

가격도 메뉴가 아닌 이용시간별로 금액이 정해져 있어 웨이팅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 한 편에는 작가들의 전시가 꾸준히 이루어진다. 이것이야 말로 트렌드가 만들어낸 새로운 개성, 주체성이 담긴 또 다른 트렌드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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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사진=이소희 기자) *사진과 내용은 무관합니다.



■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 정체성

결국 중요한 것은 카페의 정체성이다. 일차원적인 영업장 아니면 교류의 공간으로 남느냐가 본질을 관통하는 문제다.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비슷한 카페와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일부 태도가 아쉬운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개성과 취향은 사라지고 흘러가는 트렌드만 남았을 때 우리는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아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둘 사이의 매개체만 있을 뿐,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오픈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카페의 주인 A씨는 “커피 분야에만 10년 넘게 있었는데, 확실히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소규모 카페들이 홍보하기는 쉬워졌다. 나 역시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맛보다 비주얼이 우선이거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카페들의 인테리어와 메뉴까지 따라한 카페들도 많다. 이런 건 너무 거저먹는 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래 가지 못하는 곳들을 보면 너무 그 당시 유행만 쫓아간 경우가 많더라. 소위 말하는 ‘오픈발’로 바짝 뜨고 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건 주인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계속 메뉴 개발도 하고 노력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현상을 짚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트렌드 자체를 논하는 데서 더 나아가 공간이 어떻게 완성되고 가치를 지니게 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카페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 만큼, 그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


[카페전쟁①] ‘#가오픈’ 검색해 ‘카페투어’ 다니는 프로카페러
[카페전쟁②] “아인슈페너랑 까눌레 주세요” 요즘 카페를 즐기는 법
[카페전쟁③] 웨이팅하고 사진 찍고, ‘핫한 카페’의 명암
[카페전쟁④] 트렌드vs몰개성화, 변화하는 공간의 가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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