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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킹키부츠’ 남자다움, 여자다움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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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남자다움은 뭐고 또 여자다움은 뭘까.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빨간 롱부츠를 신은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들은 성 역할이라는 완고한 성역을 무너뜨리고자 무대 위에 섰다. 자꾸만 쳐다보게 만드는 야릇한 매력이 있다. 입이 떡 벌어진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에게 반문한다. “남자다움, 여자다움 그게 뭔데?”

그런 의미에서 ‘킹키부츠’는 정체성이 확실한 작품이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자들’을 위해 드래그 퀸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다분히 도전적이지만 호감형이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유쾌한 마력이 있다. 마냥 즐거워 보이는 인물들이 선보이는 이야기는 청량감이 넘치다 못해 막힌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주인공 찰리가 아름다운 남자 롤라를 만나면서 파산 위기에 빠진 칙칙한 구두공장을 다시 일으킨다는 성공담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꽉 차 있는 알찬 구성이다. 탄탄한 서사 위에 얹은 음악은 심장을 울리게 할 만큼 경쾌하고 역동적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무엇보다 서사와 넘버를 모두 사로잡아 비율이 좋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다채로운 넘버 중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는 이 뮤지컬의 백미로 손꼽히며 정성화와 김호영을 비롯한 전 출연진들의 완벽한 호흡이 돋보인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한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은 따라하기 쉬운 안무로 흥에 겨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킬링넘버로 재탄생해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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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드래그 퀸 롤라와 그를 연기한 정성화의 존재감이다. 롤라는 매사에 자신만만한 캐릭터다. 여장을 하고 다닐 땐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여왕처럼 군다. 그러나 그도 위축될 때가 있다. 바로 남자처럼 옷을 입었을 때다. 그에게는 남장여자의 모습일 때가 자연스런 본래 모습이다. 정성화는 이를 소화하고자 짙은 화장에 굽 높은 부츠를 신고 화려한 의상을 덧대 무대를 누빈다. 스토리를 충실하게 이끌어가면서 존재감마저 탁월하다. 관객들은 사이비 교주를 열망하듯 정성화의 롤라에 몰입하고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롤라는 사랑스럽고, 이쯤 되면 성 정체성마저 흔들릴 법하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롤라의 이야기가 더욱 또렷하게 귓가에 맴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 나만은 보통의 존재에 머물러있을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롤라의 진심이다.

‘킹키부츠’는 오는 4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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