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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잇 수다] "결혼은 왜 못하냐?" 무례한 친척에겐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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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2018년이 왔나 싶더니 설 명절이 코 앞이다. 민족 대명절이라는 설은 가족과의 만남, 휴일 등 갖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설레기만 할 명절은 아닐 터다. 일가친척이 모이는 만큼 기분 상할 일도 있고, 고부 간의 충돌이 예상되며 고부도 그 사이에 놓인 남자들도 괴로운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골라봤다. 친척 조카의 삶에 참 관심도 많은 어르신들에게 아무 말 못하고 뒤늦은 이불킥을 날릴 이들을 위해, 고부 갈등에 가슴을 치는 남녀들을 위해 딱 맞는 도서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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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련 책표지)



■ 참견쟁이 친척에게 응수하는 법

“결혼은 언제 하냐?” “너희 둘째는 왜 안 갖는 거냐?” “직장은 언제 잡는 거냐” “그 학교는 왜 간 거냐” “그 일 해서 밥 벌어먹고 살겠니?”…. 명절에 어김없이 이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친척집은 물론이고 고향집까지 가고 싶지 않다면 이젠 ‘기술’을 배워야 할 때다. 친척이라고 해서, 나이 많은 어른이라고 해서 무례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지난해 추석은 잊으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 가나출판사)은 ‘인생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라고 말한다. 특히 일상에서 만나는 무례한 사람들, 사람마다 관계마다 심리적 거리가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고 갑자기 선을 훅 넘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동요 없이 단호하면서도 센스 있게 할 수 있는 의사표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회사와 가족, 연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방법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또 저자가 시도한 훈련법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을 담아 무례한 사람을 만나도 기죽지 않고 우아하게 경고하는 법을 담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 마음의 숲)은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돈 많고 잘나가는 타인의 SNS를 훔쳐보며 비참해질 필요없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모두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불안하다고 무작정 열심히 할 필요 없고,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문제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특히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것’ ‘누구의 기대를 위해서도 살지 않을 것’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등 목차만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다.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 문학동네)은 앞선 책들과는 성격을 달리 한다. 논리적으로 당신의 삶과 가치관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가오는 몇몇 이들에게 어떻게 스스로의 지론을 펼쳐 보일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이 진단한 한국사회의 국가주의적, 집단주의적 사회 문화를 신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가족주의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개인이자 가족 구성원, 시민으로서 어떤 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들려주고 일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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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련 책표지)



■ 고부갈등, 모두가 공감하는 그 문제

명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고부 갈등’ ‘올해는 가고 싶지 않아요’ ‘등 돌리고 사는 게 편하다’ 등등등으로 귀결되는 고부 갈등은 명절이 되면 극한에 달한다. 착한 며느리가 뭐라고 차마 말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은 남들과 함께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라며 공감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해소된다. 특히 다음의 책들은 온라인상에서 “고부갈등을 모르는 남편들에게 꼭 읽으라 말하고 싶은 책”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사과의 맛’(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은 동화적 플롯에 가족과 낭만적 사랑의 이데올로기들을 파헤친 작품이다. 책에 담긴 9편의 이야기는 동화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인물들의 성격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을 통해 역설적으로 동화의 이데올로기를 폭로하고 해체한다. 특히 ‘닭과 달걀’에 여성 독자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홀로 아들을 키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대부분 시어머니의 압승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닭과 달걀’에서는 남편이 금강석을 캐러 떠난 후 며느리의 계획적인 복수가 펼쳐진다. 혹자는 이 단편을 두고 “목에 걸린 독이 든 사과가 빠져나오는 느낌”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짓눌리고 말 못하는 며느리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 셈이다.

‘며느라기’(수신지 | 귤프레스)는 아쉽게도 종이책으로 만날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이미 독자적인 팝업스토어에서 선주문 판매가 종료됐기 때문. 그럼에도 소개하는 이유는 인스타 웹툰인 이 만화가 여성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 ‘며느라기’ 인스타그램 속 웹툰에는 결혼한 여성이라면 대부분이 느꼈을 시댁에서의 차별, 불편함, 남편의 이기심, 말하지 못하는 갈등 등이 몽땅 담겨 있다. ‘며느라기’는 지난해 문화체육부가 주최하고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2017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신혼인 여성이 평범해 보이는 일상 안에 깔린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인식해가는 과정을 거악에 대한 묘사 없이도 서늘하게 그려냈다”고 평했다. 이번 명절의 스트레스는 ‘며느라기’와 함께 ‘씹어보는’ 건 어떨까.

‘82년생 김지영’(조남주 | 민음사)은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7년을 넘어 올해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책은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독자들의 엄청난 공감을 얻었다. 특히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내는 김지영의 말은 명절, 시댁에 가 있는 며느리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사돈 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 저희 집 삼 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같이 얼굴 볼 시간 없어요. 요즘 젊은 애들 사는 게 다 그렇죠.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주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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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련 책표지)



■ 설, 雪, 재미


그저 즐기고 싶다면 이왕이면 설에 걸맞게 설(雪)을 떠올리며 즐기면 하는 마음에 준비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히가시노 게이고 | 소미미디어)은 ‘백은의 잭’ ‘질풍론도’ ‘눈보라 체이스’ 등에 이은 스키장 연작 ‘설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의 배경인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을 무대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사를 작가 특유의 흡인력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점이 매력적이다. 소개팅에서 만난 모모미와 스키장을 찾은 고타는 곤돌라에서 잘 아는 사람과 꼭 닮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고글을 벗고, 페이스마스크가 벗겨지면서 드러난 얼굴은 고타의 동거 상대 미유키. 양다리를 걸친 남자가 애인과 스키장에 놀러 왔다 공교롭게 약혼녀를 마주친 셈. 이들 뿐 아니다. 멋진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스키장에 왔다가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거나 스키장 단체 미팅에 참여했다 인연을 만나기도 하는 다양한 이들의 꼬이고 얽힌 사랑의 화살표가 흥미를 돋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 예담)는 하얗게 세상이 뒤덮인 폭설 속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눈과 상관없지만 마치 눈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독자들이 푹 빠지도록 만든다. 세상 모두가 괄시하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스무살 청년의 이야기다. 못생긴 엄마의 헌신에 무명 배우에서 톱스타가 된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10살 연하 사업가 여성과 결혼을 발표한다. 자신과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고, 청년은 자신을 아버지가 싸놓은 똥 정도로 여기게 된다. 하루 하루 의미 없이 살다 백화점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은 의문의 권력을 가진 아르바이트생 요한을 만나고, 그녀를 만나게 된다. 모두가 외면하는 추녀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던 청년은 어느 순간,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가 의심하고 주저하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마음이 닿는 그 순간을 기다리려 한다. 세상은 잘생긴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녀 역시 청년을 사랑하게 됐지만 지금껏 조롱당했던 인생에서 얻은 것이 없다는 현실에 청년에게서 도망치고 만다.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지만 운명은 다시 두 사람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불 속에 파묻혀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책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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