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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읽기] 정승환, ‘봄의 발라드’로 증명해낸 '정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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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사진=안테나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안테나 수장 유희열은 정승환을 두고 “진하게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연기든 소화하는, 연기의 폭이 넓은 발라드 가수”라고 칭찬했다.

이것은 유희열이 바라본 정승환이다. 대중이 바라보는 정승환은 어떤가. 앞서 정승환은 오디션프로그램 출신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는 2016년 11월 이제 막 첫 번째 앨범을 낸 신인일 뿐이었다. ‘폭이 넓다’는 말을 설명하기에는 보여준 스펙트럼이 부족했다.

그리고 1년 3개월 뒤, 정승환은 정규 1집 앨범 ‘그리고 봄’으로 유희열의 말을 스스로 증명했다.

정규 1집 앨범 ‘그리고 봄’은 정승환이 겨울의 ‘목소리’를 들려줬던 그 때를 지나 다시 한 번 품은 ‘봄의 소리’다. 그래서인지 앨범은 전반적으로 화사하다. ‘비가 온다’는 일찌감치 타이틀로 낙점된 곡이란다. 이 곡이 월등히 귀에 박혀서가 아니라 정승환의 특기를 잘 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래는 부드러운 연주와 호소력 짙은 보컬이 어우러진 정통 발라드다. 지난 타이틀곡 ‘이 바보야’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중심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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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사진=안테나 제공)



여기에 기대어 열심히 변모하는 건 수록곡이다. 첫 번째 트랙 ‘다시, 봄’은 첫 몇 마디만 들으면 별다를 것 없는 발라드다. 하지만 후렴구를 향해갈수록 멜로디는 예상을 깬다. 점차 분위기를 전환하며 앞으로 어떤 곡들이 나올지 예상케 한다. 이 4분짜리 노래는 인트로의 역할과도 같다.

이후부터는 아직은 살갗에 차갑게 와 닿지만 결코 날카롭지는 않은 바람, 이윽고 비추는 햇살이 반복된다. 전반부에 나오는 ‘비가 온다’ ‘변명’은 쓸쓸하지만 부드러운 온기를 품고 있다. ‘사뿐’ ‘타임라인’으로 봄의 기운을 충분히 받은 뒤에는 ‘제자리’ ‘오뚝이’ ‘바람 같은 노래를’ 등 꽃샘추위 같은 트랙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결국엔 ‘봄’이다. 두 번째 트랙 ‘눈사람’과 마지막 트랙 ‘이 노래가’가 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눈사람’에서는 반짝이는 소리로 겨울이 끝나감을 알린다. 이 영롱한 소리는 공감각적이다. 마치 따스한 햇살에 서걱서걱 대며 녹아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 트랙 ‘이 노래가’는 들뜨지 않은 멜로디로 앞서 나온 곡들의 분위기를 잇는다. 그러다가 점차 빌드 업되면서 후렴구에 도달해서는 팍 터진다. 노래 속 “이 노래가 언젠가 꽃 피기를”이라는 가사와 비슷하다. 얌전하게 꽃잎을 모으고 있는 꽃봉오리는 잠들어 있는 것 같지만 아니다. 그것은 깨어 있다. 때를 기다리던 꽃봉오리는 한순간에 화사하게 피어난다. 그 순간 조용히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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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사진=안테나 제공)



총 10개의 트랙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찰나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완전한 겨울의 끝도, 완연한 봄도 아닌 이 계절을 정승환은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겨울이면 으레 생각나는 조용한 노래, 봄이 되면 들어야 할 것 같은 시즌송을 벗어났다. 그의 노래는 차가운 바람과도 같다가 피어나는 아지랑이 같기도 하다.

정승환이 고루한 틀을 깰 수 있던 이유는 오히려 기본을 지켰기 때문이다. 앨범에는 유희열, 김제휘, 1601, 존박, 노리플라이 권순관, 박새별, 이규호, 루시드폴, 아이유 등 대단하고 다양한 이들이 앨범에 참여했다. 이들 사이에서 정승환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발라드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곡마다 서로 다른 완급으로 차별을 뒀다. 이게 바로 유희열이 말한 ‘연기의 폭’이 아닐까.

앨범을 차례로 들으며 그의 흐름을 자연스레 따라가면 봄은 시나브로 내 앞에 있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닿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는 시처럼, 그렇게 정승환의 봄은 찾아온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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