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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금붕어가 바다로 나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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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하루하루가 의미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샛별 다방에 어느 날 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그는 영화감독이다. “세계적인 명배우도 보통 여자였다”며 그는 꿈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꿈을 심어준다. 사람들은 각자의 고통스런 현실을 마주하며 그와 반대되는 희망찬 내일을 자신의 영화 속에 투영한다. 그들은 자신이 주인공인 꿈속에서나마 행복해한다. 카메라를 들고 홀연히 나타난 사나이는 그들의 구원자다.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1987년 불안한 꿈을 안고 사는 샛별 다방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무엇보다 일상에 갇힌 사람들에게 꿈꾸는 순간의 감동을 선사해 구질구질한 일상을 잠시나마 탈피하도록 만든다. 통장의 6만 4000원이 영화 속에선 64억이 되듯 그들은 영화를 통해 꿈을 꾼다. 사나이가 연신 되뇌던 “브라보 나이스 원더풀”이 절로 나온다.

사실 사나이는 영화감독이 아니다. 영화촬영을 핑계로 사람들을 등쳐 먹는 사기꾼이다. 그러던 사나이는 사람들의 믿음 속에 허세를 기세로 만들며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거짓이 지친 일상인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그들의 마음이 사나이를 진실로 바꿔놓는다. 이 작품은 인간이 얼마나 유약한 존재인지 알리는 동시에, 또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나이가 백지를 채운 것처럼, 관객도 '홀연했던 사나이'를 통해 생각의 백지를 건네받는다.

의미없는 인간에서 의미를 찾아나서는 인간으로의 변모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사나이가 자신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승돌에게 진심을 전하는 대목은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한다.

“허세랑 허풍은 다르단다, 아저씨는 허세를 부린 거지 허풍을 떤 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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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사나이 덕분에 다방 속 사람들은 깨닫는다. 금붕어가 바다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금붕어가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바다를 향해 몸을 움직이는 일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처럼 꿈을 가진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현실조차 가능한 상황처럼 투영된다. 어느새 무대 위의 울림이 불길처럼 번져 객석으로까지 전이된다. 바깥에선 일상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관객들의 생의 의지가 다방 속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발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홀연했던 사나이’를 메시지가 탁월한 이야기가 되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은 배우들이다. 현실적이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감칠맛을 살린다. 그중 오종혁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와 하현지의 섬세한 배역 묘사가 압권이다. 보통 사람들을 그려낸 휴먼 코미디답게 각자의 배역을 작품 안에 잘 녹여냈다.

또한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인물들이 핑퐁처럼 대사를 주고받으며 속 시원히 펼쳐지는 무대는 한 편의 만담을 보듯 유쾌하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어느새 무대를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배역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정서적 울림에 직면한다.

다만 몇몇 장면에서 음향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인물들의 대사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의미 전달이 불명확하다. 작품의 의도성과는 별개로 배우의 언어가 명료하게 전해지지 않으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층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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