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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뷰] 제주를 사랑한 예술인… 12명의 ‘봄 그리고 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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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대표하는 이중섭, 중광, 김영갑 작가를 포함한 전시가 예술의 전당에서 오는 11일까지 열린다. (사진=COO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강소영 기자] “제주의 봄과 함께 희망이 찾아오길 바란다” CCOC 강욱 대표가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봄 그리고 봄展’(See&Spring JEJU)을 세상에 내놨다. 학살이라는 아픔을 견뎌낸 제주는 이제 희망이라는 열매를 맺는 영감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츠왓, 제주시대, CCOC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맞이해 ‘봄 그리고 봄’(See&Spring JEJU)을 주제로 열린다. 제주에서 태어나거나 제주로 인해 인연을 맺은 열두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작가들은 모두 제주를 매개로 한 작품을 만들어낸 바 있다. 이중섭, 중광 등 유명 작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의 화풍에도 제주의 풍경은 어디에나 스며있다. 김풍창부터 이해강까지, 제주를 각각의 색으로 해석한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이들은 기성 작가들의 세계관을 이어나가거나 확장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넓혔다. 그들이 그린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 제주에 살어리랏다

이번 전시에는 ‘황소’로 유명한 이중섭을 비롯해 오름을 사랑한 김영갑, 불교계와 주류 미술계에서 이단아로 불렸던 중광의 작품이 걸린다. 도예가 강혜경과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부언, 제주 돌의 아름다움을 담은 하석홍도 참여한다. 곶자왈(숲)을 그리는 김품창도 있다.

이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만난 야마모토 마사코, 슬하의 두 아들과 함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제주 서귀포에서 11개월을 머물렀다. 서귀포는 이중섭의 예술판도를 바꾸는 분기점이 됐다. 이중섭의 은지화(담뱃갑 속에 든 은종이에 그린 그림)에 주로 등장하는 섬, 게, 물고기, 아이들 등은 모두 서귀포에서 탄생했다. 서귀포는 이중섭의 인생에 있어 가족과 가장 단란한 시간을 보낸 시간이기에 그의 작품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서귀포 생가에서 본 ‘바다가 보이는 풍경’ ‘게와 가족’, 아내에게 그려 보냈던 엽서화 등이 전시됐다.

오름을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품도 전시됐다. 그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5년에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는 제주 유명 오름 중 하나인 용눈이 오름 흐벅진 굼부리에 들어가 카메라를 놓고 하루 종일 살았던 작가로 유명하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는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식음을 전폐하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미술관을 만들어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세 점의 사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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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광의 병풍 (사진=COOC)



중광은 외국에서 먼저 알려졌다. 그의 그림을 접한 세계적 대석학 루이스 랭카스터 박사는 중광을 ‘한국의 피카소’라고 극찬하며 그의 이름을 높이 샀다. 중광은 1977년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1980년 버클리대학, 1983 록펠러재단에서 그림과 시를 발표하며 외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중광의 천재성은 그의 추상적인 화폭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그의 그림으로 만든 병풍은 동양적인 미(美)와 함께 다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꽃을 도자기로 빚는 작가 강혜경은 요가를 하다 감명을 받고 요가 중 보이는 자세들을 도자기로 빚어 ‘몸짓’이라는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 제주가 가진 ‘생명’

‘봄 그리고 봄(See&Spring)’을 기획한 강욱 CCOC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신진 작가들이 오름에서 말을 뛰고 달리고, 풍광을 보고 재해석해 작가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느끼도록 했다. 또 제주를 담은 영상을 보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바람은 젊은 작가들이 보고 느낀 제주에서 잘 드러난다.

강부언은 제주 나무의 숨결을 조명했다. 제주도의 나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에서 작가가 떠오른 풍경을 그려넣었다. 쓰던 도마에 새겨진 무늬에서 제주마의 기운을 느껴 제주말을 새기는 방식이다. 나무판자의 무늬를 따라 바다, 오름 등을 새긴 ‘함덕 백사장에서’ ‘봉화 오름’ 등도 전시된다.

강 대표가 제주 출신 작가 중 가장 주목받은 작가로 꼽은 강문석도 주목할 만 하다. 청동으로 말의 근육을 표현한 듯한 철근같은 선들은 제주말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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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품창 '제주환상(어울림의 공간)' (사진=COOC)



김풍창의 제주의 사계절을 그린 ‘제주환상’ 시리즈는 파스텔 색채로 곶자왈을 표현하고 있다. 김풍창의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숲을 유영하는 ‘고래’와 ‘눈(Eye)’이다. 오름, 나무 등에는 모두 눈이 그려져 있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숲이다. 그러나 최근 제주 개발의 여파로 곶자왈의 면적 수가 줄고 있다. 작가는 숲이라는 존재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공존을 이야기한다.

제주 출신인 김지영은 ‘이상한 나라의 제주’를 주제로 선보인다. 김지영은 제주의 부엌, 화장실 등의 공간에 자신의 상상력을 투영했다. 루씨쏜은 민화 속에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을 익살스럽게 담았다. ‘동백꽃과 요기’로 이해강은 따뜻한 소통을 꿈꾸며 영상 작품 ‘거인’을 만들었다.

강 대표는 “제주는 4.3 사건으로 70년동안 아픔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픔을 이겨내고 희망의 봄을 맞이하자는 주제를 담고 있다.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도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봄 그리고 봄展’은 오는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제 3, 4 전시실에서 열린다. 제주도민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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