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창작의 新바람] ①창작자와 소비자, 무너지는 교류 장벽

‘창작’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일이다. 또 다른 정의를 내리자면 취향을 확고히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창작물을 소비하며 개성을 찾아가는 일도 가치가 있다. 실제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텀블벅과 곳곳에 위치한 창작촌 등에는 이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이전과 달라진 창작의 열기가 맞닿아 있는 곳,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이미지중앙

(사진=픽사베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이제는 문화예술의 창작에 대한 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시대다. 창작자와 소비자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기준은 점차 무너지고 있다. 대림미술관이 대중화를 전면에 내세워 ‘전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깬 것도, 빈티지 소품이 유행하면서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던 숍이 유명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현상은 ‘창작자와 소비자의 활발해진 소통’을 보여준다. 신선한 창작물이 대중화되고, 개인에게 다다른 그것이 또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 순간이다. 비유하자면 패셔니스타들만 알고 있던 기성복 브랜드 제품을 보다 많은 이들이 구입해 자기식대로 리폼과 수선을 하는 것과 같다. 한 마디로 소비자는 또 다른 창작자가 되고, 그를 통해 창작자는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을 얻는다.

이미지중앙

텀블벅에 올라온 '연말정산'(사진=텀블벅, 데이오프 제공)



■ 창작물을 둘러싼 소통의 장벽을 낮추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형식의 사단법인 텀블벅은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하고 싶은 창작품에 돈을 지불한다. 이때의 과정은 단순한 구매가 아닌 ‘후원’의 의미를 지닌다. 창작자는 소비자가 지불한 돈으로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창작자를 지원하는 셈이다.

텀블벅에 올라온 제품 중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하나 꼽자면 작은 책자 형식의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은 프로젝트그룹 데이오프(Day-off)의 작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질문을 모아놓았다. 독자들이 저마다 개성대로 꾸밀 수 있게 일부러 하얀 종이에 검은 텍스트, 최소한의 디자인만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해봤더니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대로 꾸민 책을 인증하고 있었다.

이미지중앙

텀블벅 이용 방법과 실제로 올라온 후원 프로젝트들(사진=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텀블벅 홍보팀 임선민 씨는 이처럼 창작물을 둘러싼 소통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과거에는 ‘창작’이라는 게 보통 사람인 내가 하기 어려운 것이란 느낌이 강했다. 이제는 ‘창작’이 생각보다 쉽고 접근하기 쉬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창작 도구의 보편화로 인해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일이 굉장히 용이해졌다”고 현상의 배경을 짚었다.

아울러 임선민 씨는 “텀블벅과 같은 플랫폼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창작에 필요한 자금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서 등장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거창하게 예술가나 창업가가 되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는 경향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지중앙

(왼쪽부터)도쿄규림일기 원본, 출판 결과물, 김규림씨가 직접 꾸민 사진(사진=김규림 씨 제공)



■ “가장 개인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

도쿄 여행기를 그림과 글로 담아낸 ‘도쿄규림일기’를 써낸 김규림 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출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썼던 기록을 “얼떨결에” 책으로 내게 됐다.

김규림 씨는 “독립출판계의 생태가 궁금해 독립서점에서 열리는 한 달 과정 수업에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그런데 일인당 한 권씩 책을 만들어 입고까지 하는 게 커리큘럼이라는 것 아닌가. 새로 글을 쓰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마땅한 소재도 없어서 평소에 썼던 일기 중 하나를 출판해보기로 했다”고 출판 배경을 밝혔다.

막상 자신의 것이 세상 널리 퍼진다면 두렵기도 하지 않을까. 김규림 씨는 독자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까, 흥미를 갖지 못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용기를 낼 수 있던 건 수업을 진행한 강사의 말이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 됩니다”.

도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도쿄규림일기’는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1월 판매 순위에서 1위로 진입해 2월, 3월에도 두 번째 순위를 지켰다.

이미지중앙

도쿄규림일기 내부(사진=김규림 씨 제공)



김규림 씨는 “말 그대로 혼자만의 기록이어서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순간의 감정이나 경험 위주로 썼는데, 후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감상을 보는 게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다양한 후기를 통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동안 후기 보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특히 ‘도쿄규림일기’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표지를 꾸밀 수 있도록 여백을 준 것이 특징이다. 김규림 씨는 그 이유에 대해 “또 다른 결과물을 위해”라고 답했다. “나도 누군가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옆에 글로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그 책은 온전히 내 것이 되죠. 책이 만들어지면서 작가를 떠나지만, 독자를 만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도 ‘도쿄규림일기’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와 결과물을 만들어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