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악역에 특화된 배우들이 있다. 분명 다양한 캐릭터를 해왔는데 대중들에겐 악역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희원이다.

2010년 ‘아저씨’가 너무 강렬했다. ‘아저씨’로 대중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김희원. 아직까지도 그의 기사 댓글엔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극중 대사가 도배되기도 한다. 이후 ‘미생’의 박과장, ‘송곳’ 정민철, ‘불한당’ 병갑 등의 캐릭터는 김희원의 악역 연기에 정점을 찍었다.

그런 김희원이 ‘나를 기억해’에선 정의로운 전직 형사 오국철 역을 맡았다. ‘나를 기억해’는 결혼을 앞둔 여교사 서린(이유영이)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스터가 과거 사건을 협박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신스틸러로 활약해 온 김희원의 첫 주연 작품이기도 하다.


▲ 첫 주연작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전혀 다른 게 없어요. 조연으로 나올 때도 인터뷰를 많이 했고 홍보 활동도 똑같아요. 예능도 나가고 라디오도 나가고. 주연이라서 그렇기 보단 영화가 잘 되기 위해선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야죠. 과연 주연인가 싶기도 할 정도로 똑같아요. 포스터에 얼굴이 있어서 주연인 줄 알아요(웃음)”

▲ 촬영은 이미 1년 전에 마쳤던 걸로 아는데?

“아직까진 생생해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이은 10년 전도 기억이 나요. 100%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하루하루 거의 다 기억나죠. 이쪽만 특화된 것 같아요. 근데 집 비밀번호나 사람 이름, 전화번호는 잘 기억 못해요. 핸드폰도 무서워서 못 바꿔요”

▲ 영화 완성본을 보고 나니 어떤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100% 좋은 환경에서 찍은 게 아니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한 것에 비해 돈 아깝다는 정도의 욕은 안 먹을 거라고 생각해요”


▲ 피시방에서 초딩들과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영화 속 국철의 대사에서 어느 정도가 애드리브인가?

“애드리브 반 대사 반이에요. 중간에 비는 말들은 다 애드리브인 것 같아요. 나름 상황을 정리하고 이어 갔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글로서는 다 표현하기 힘든 게 있어 캐릭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만들기도 해요.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면 그걸 분석해서 살아있게 만드는 게 배우의 직업이잖아요. 캐릭터가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살리다 보면 이 캐릭터가 다르게 말할 순 있겠다 싶어요”

▲ 영화 소재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시기에 영화가 개봉돼 노림수가 아니냐고도 하는데 이 영화는 개봉 시기를 정할만큼 힘이 없어요. 1년 6개월을 개봉 못하고 있다가 나왔어요. 누가 미쳤다고 ‘어벤져스3’ 전 주에 개봉하겠어요(웃음)그 시기를 노리려는 건 말도 안되죠. 우리 영화는 그런 걸 할 수 없는 예산이 작은 영화에요”


▲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는데?

“자의반 타의반이에요. 아직 일이 없었을 때 트라우마가 심하게 있어요. 일이 잡힌 상태에서 놀면 몰라도 아무 일 없이 놀면 힘들어요. 예전에 일이 없어서 괴로워하고 우울증 걸렸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일을 안 쉬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고 다행히 많이 찾아주셨어요. 어떤 배우들 보면 ‘3개월은 쉴래’하는데 부러워요. 나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 지난해 ‘불한당’으로 칸에도 가고 아이돌 못지않은 열성적인 팬들도 생겼다. 1년 사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너무 큰 호사를 누리고 있죠. 신기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전에도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지만 더 신중하고 관객들에게 더 부끄럽지 않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부담감이 커졌어요. 그전엔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책임감 있게 연기를 해야 하니 더 걱정이 많아요. 이번 영화도 과연 책임감 있게 했나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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