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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무한동력’ 평범함이 빛을 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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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컷(사진=아도르따요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무한동력’은 특별하지 않다. 지극히 평범하다. 무대 위엔 특색 있는 이야기나 어떤 특별한 배역조차 없다. 단순히 평범한 인물들이 공연장 곳곳을 누비며 존재감을 채울 따름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우리 삶에 하나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만 같은 보통의 존재들에게서 가슴 먹먹함을 느끼고 나아가 마음까지 쏠린다. 왜냐하면 무대 위에 투영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2015년 뮤지컬로 제작된 ‘무한동력’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무대화된 작품이다. 취업 준비생, 공무원 준비생, 괴짜 발명가, 아르바이트생, 고3 수험생, 사춘기 소년까지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들이 수자네 하숙집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작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뮤지컬 판타지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이야기이기에 앞서, 현실에서 자주 넘어지는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이 공감을 이끈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선다. 인물들 개인마다 사연이 있다. 이는 저마다 어떤 고민을 담고 있을 관객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이처럼 ‘무한동력’은 현실공감이란 평범한 색채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통해 빛을 발한다.

평범함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듯한 무대구성도 현실감이 넘친다. 특별히 큰 무대 변환은 없지만, 무심한 듯 몇몇 요소마다 깨알 같은 움직임이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배경 자체가 하숙집인 탓에 별로 부유하지 않은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기에도 적절하다. 특히 어딘가 소외되고 결함 있는 인물들의 거처로는 개연성이 넘친다.

더욱이 무대 중심에 놓인 무한동력 기관을 중심으로 여러 톱니바퀴가 있다. 무대 위 인물들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서사를 꾸려가는 장이라는 점에서 작품 자체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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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컷(사진=아도르따요 제공)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현실적인 설정으로 볼수록 감정이 몰입되는 오종혁과 임철수는 물론 연기구멍이 없는 전 출연진들이 평범한 극에서 일당백 역할을 한다. 결코 개인이 돋보이려하지 않는 합리적인 연기선으로 저마다 개성을 획득한다. 스포츠 경기라면 팀플레이가 좋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평범한 이들이 관객들에겐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만 뮤지컬이란 장르로서 음악적인 요소가 경시된 지점은 좀 아쉽다. 작품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대표곡이 없고, 특별하게 기억나는 넘버도 없다. 오히려 뮤지컬보단 연극적인 요소가 짙어 명대사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이런 지점이 보완된다면 다음 시즌 공연에선 눈과 귀가 더욱 다채로운 공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오는 7월 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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