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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운명이 쥐어준 '이중성' 속 인간의 몸부림 '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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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조자' 책표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세상에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 중 정체성에 있어 끝없이 자문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에 속했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맞는가. 시대에 휩쓸려 살아가기에도 헉헉한 이들에게 운명이 쥐어준 소속이란 허울 좋은 울타리 뿐일 수도 있다.

첫 소설로 2016년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 미국 언론과 문단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는 바로 이런 인간의 숙명적 고민을 담아낸 작품이다. '동조자'는 퓰리처상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 메달, 펜 포크너 상 등 미국 주요 문학상 9개 부문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 8개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는 성과를 거뒀다.

'동조자'는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 날카롭고 유머러스하며 풍자적인 문장과 고도의 실험적인 문학 장치를 능숙하게 구사한 작품으로, 다인종 다문화 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2천 년대 이후 미국 문학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통찰력 넘치는 장편소설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야기는 베트콩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나'의 자백으로 시작된다. 1975년 4월,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육군 대위인 나는 수도 사이공이 함락 당하기 직전 상관인 장군 가족과 함께 CIA가 제공한 수송기를 타고 괌으로 탈출할 준비를 한다. 원래 북베트남 출신인 주인공은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가다가 CIA 공작원 '클로드'에게 발탁되어 정보 요원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사실 북베트남이 남쪽에 심은 고정 간첩.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주변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이중성이란 낙인이 찍힌 주인공은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자이자 이중간첩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을 상징하는 두 친구에 관한 우정과 첨예한 이데올로기, 고도의 정치· 사회 풍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작가이자 민족학 교수인 베트남계 이민 2세대 비엣 타인 응우옌도 주인공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그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네 살부터 거기서 자랐고,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하며 미국과 베트남이라는 두 세계 사이의 낙차를 끊임없이 인식하며 살아왔다. 미국 내 소수 민족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연구와 집필로 이어졌고, 그 첫 성과물인 '동조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문학에 빠져 있던 부분을 채우고,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평을 얻었다.

작가는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두 얼굴의 남자를 통해 어느 곳에도 완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는 영원한 국외자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 민음사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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