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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고성희 "치열하게 산 20대, 스스로 대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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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배우 고성희는 참 예쁘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외모의 소유자다. 하지만 비단 외적인 면만을 두고 예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성희는 지난 14일 종영한 KBS2 '슈츠'에서 대형 로펌의 법률보조 사무 주임 김지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지나는 생기 넘치고 통통 튀는 캐릭터다. 등장할 때마다 극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고연우(박형식 분)와의 로맨스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슈츠'의 김지나는 고성희와 닮아있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밝은 에너지가 온 몸에서 느껴진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전작 tvN '마더'에서 선보인 자영 역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영은 자신의 딸을 방치하고 학대하며, 미혼모가 된 뒤 극도로 불안정한 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떤 면에서는 악하고, 어떤 면에서는 가엽고, 기본적으로 어둡다. '슈츠'의 김지나와는 조금도 접점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다. 하지만 고성희는 두 캐릭터 모두 이질감 없이 표현해냈다.

생각해보면 전작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프로페셔널한 검사 신희민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부터 '슈츠'까지 쉬지 않고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맡은 배역 또한 완벽히 살렸다. 그 사이 영화 '트레이드 러브'도 찍었다. 고성희는 참 치열하게 자신의 20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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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 끝났습니다. 지나는 잘 떠나보내고 있나요?

“정말 실감이 안 나요. 다음 회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지나의 마무리가 오픈엔딩처럼 그려져서 그런 걸까요.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지나도 아직 안 보냈어요. 시즌2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죠. (…) 지나라는 인물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어요. 작가님이 캐릭터를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주셨고, 내가 의도한 대로 작품에 나와서 스스로의 만족도가 커요. 또 다양한 연령층의 팬분들이 나를 알아봐 주셔서 작품 자체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느끼죠. 굉장히 트렌디한 드라마인데 부모님 세대도 많이 보셨더라고요. 아무래도 장동건 선배님의 힘이 아니었을까요?(웃음)”

▲ ‘슈츠’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지나는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나와 닮아있고, 가장 긍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굉장히 솔직하고 위트 있어요. 그래서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어요. 생각보다 개그 욕심이 많아요. 그동안 펼칠 곳이 없었죠. 극중 지나가 보시는 분들의 숨통을 틔워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초반에 했는데, 그 부분은 잘 표현이 된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지나를 매력적으로 봐주셔서 만족하고 있어요”

▲ 어떤 점이 지나와 닮았나요?
“지나는 감정 표현에 솔직한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숨기지 않고 다 드러내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수긍이 빠르고 뒤끝이 없죠. 그런 지점이 나와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또 본인의 결핍을 혼자 힘으로 극복해나가려고 하는 게 나와 닮았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많이 갔어요”

▲ 장동건과 박형식의 브로맨스가 주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극에서 지나 캐릭터의 위치는 어떻게 잡으려고 했는지 궁금해요
“잘 묻어가려고 했어요. 분량이 아쉽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건 작품 들어가기 전에도 알고 있던 거였어요. 또 드라마가 회마다 집중되는 인물들이 바뀌잖아요. 그게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시청자분들이 지나라는 캐릭터를 기다려주고 재미있게 봐준다면 내 역할을 충분히 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봐주셔서 좋았어요”

▲ 전작 ‘마더’가 여성 중심 서사를 가진 드라마라서 분량이 더 아쉬웠을 것 같기도 해요
“다행히 캐릭터를 한 명 한 명 모두 입체적으로 살려주셔서 그 부분에 의미를 많이 뒀어요. 당연히 여성 배우들이 주체가 되는 작품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마더’를 하면서도 감사했고요. 그런 작품은 늘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도 분량보다는 캐릭터와 작품을 함께 하는 선배님들, 감독님, 작가님을 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 지점에 더 의미를 두기 때문에 내 분량은 크게 개의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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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지나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사실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마더’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마더’ 촬영 중에도 대본 리딩을 하고 종영하자마자 촬영을 바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법정 드라마('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문지식을 공부할 필요는 크게 없었어요. 감독님도 대본을 보지 말고 '마더'를 하얗게 불태우고 오라고, 놀러오듯이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오라고 하셨어요. 고성희 자체가 김지나라고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뭘 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 전작의 자영과 너무 다른 인물이라 캐릭터를 잡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자유로워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나에게는 인간 고성희 자체로 돌아오는 게 시급했죠. 특히 지나는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기 때문에 자영이로 살면서 쌓인 부정적인 기운을 환기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그거 말고 다른 건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상대 배우였던 박형식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작품에서 보신 것처럼 좋았어요.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에요. 나보다 한 살 어린데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고요. 그리고 연기할 때 굉장히 유연해요. 내가 던지는 애드리브도 잘 받아치고, 개그 코드도 잘 맞았어요. 둘 다 개그 욕심이 많아서 감독님이 자제시키느라 애를 먹으셨죠”

▲ 극 중 박형식과의 로맨스가 열린 결말이라 아쉽겠어요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나 봐요. 자꾸 여기가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마지막 회에서 두 사람이 재회했으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열린 결말로 끝나서 궁금함도 남고 시즌2가 더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 풀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지나는 2년 동안 뭘 한 걸까요. 변호사 시험은 봤나 몰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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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당신이 잠든 사이에’부터 ‘마더’, ‘슈츠’까지 쉬지 않고 촬영했어요. 힘들지 않나요?

“체력적으로는 조금 지치긴 해요. 그런데 연기하는 게 참 좋아요. 내가 가장 많은 에너지와 성취감을 얻고 삶의 낙을 느끼는 곳이 연기에요. 그래서 육체적으로는 지치는데 정신적으로는 좋아요.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달리고 싶어요. 내가 일 욕심이 조금 많아요. 영화까지 올해 네 작품을 했어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죠. 그래서 다들 작품 하나 끝나면 운다는데, 나는 눈물이 안 나요. 바로 다음 작품을 시작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마더’ 끝나고도 나만 안 울었어요(웃음)”

▲ 차기작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위트 있고 재미있는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쌈, 마이웨이’ 같은 작품이요. 현실적이고 코미디 요소가 있는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어두운 캐릭터는 잠시 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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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올해 29살이죠.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도 한창 사랑할 나이에요

“그러니까요. 작품에서라도 대리만족을 느껴야 행복하지 않을까요?(웃음) 그런데 정말 연애 생각이 안 나요. 그동안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 욕심이 더 많은 상태에요. 외로울 때도 있는데 아직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아요”

▲ 20대 마지막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요
“일을 정말 미친 듯이 하고 싶어요. 내 20대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고, 빨리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목표 때문에 더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같아요. 더해야죠. 아직 멀었어요”

▲ 30대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네, 없어요. 사실 나이 개념 자체가 별로 없어요. 서른 살이 되면 기분은 묘할 것 같아요. 누가 내 나이를 물어봤을 때, 서른 살이라고 답하려면 그땐 좀 기분이 이상할 것 같긴 해요. 그런데 한 편으론 기대가 돼요. 선배님들이 20대로 돌아갈 수 있어도 안 돌아가고 싶다고, 30대가 훨씬 안정되고 자유롭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30대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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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20대를 정말 치열하게 보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태하게 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늘 살아있음을 느끼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 30대가 된 후 돌이켜봤을 때 고성희의 20대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그래도 내 시간과 행복을 포기하면서 살진 않았어요. 새벽에 촬영이 끝나고 잠을 며칠씩 못 잤어도, 쉬는 날이면 꼭 친구들을 만나서 놀았어요. 일도 열심히 했지만, 다시 오지 않을 20대의 이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 20대를 돌아보면 스스로 대견해요. 매 순간 참 열심히 살았어요”

▲ 고성희라는 배우가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제가 선택한 작품과 배역에 사람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고성희가 선택했다면 좋은 작품이겠지, 고성희라면 저 역할을 잘 해내겠지’라는 신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실력이 좋아야겠죠. 옳은 선택을 해야 하고요. 갈 길이 멀었죠”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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