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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남경주 6년만의 ‘시카고’ “이렇게 좋은 작품인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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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주(사진=신시컴퍼니)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배우는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여러 부분이 복잡하게 공존해야 해요”

37년차 뮤지컬배우 남경주는 생의 반 이상을 무대 위에서 보냈다. 1982년 연극 ‘보이체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달려온 결과다. 이젠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제 이름과도 같다. 그런 만큼 배우로서 가치관도 뚜렷하다. ‘배우란 무엇인가’를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쉼 없이 장황하다. 열변을 토하는 그의 눈빛은 열정 가득한 신인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37년의 관록은 그에게 나태함 대신 책임과 생기를 실어 넣었다.

뮤지컬이 일반 대중에게 생소했던 시절부터 업계에 발을 담궜던 그는 여전히 주연 자리를 꿰찬다.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무대 위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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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공연 중인 김지우와 남경주(사진=신시컴퍼니)


지난 2012년 후 6년 만에 ‘시카고’ 무대에 올랐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일부러 피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의도는 있었죠. 작품이 좋은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6년 사이 개인적으로 여러 일이 있기도 했어요. 교수를 했다가 그만두고 다른 여러 작품에도 참여했죠. 또 대학원도 입학해서 공부도 더 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 논문을 마치지 못해서 다음 학기에 끝내야 해요. 그렇게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죠. 많은 일들을 겪고 상황이 변한 상태에서 ‘시카고’에 임하게 되니까 작품이 새롭게 보여요. 원래 좋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나 좋은 작품인지 미처 몰랐을 정도에요(웃움)”

▲새로워진 관점에서 ‘시카고’의 어떤 부분이 좋게 느껴졌나요?

“‘시카고’가 만들어진 지가 30년 정도가 됐어요. 오래된 작품인데 지금 봐도 세련됐거든요. 이런 부분이 놀라워요. 당시 작품을 만들었던 팀들이 도대체 얼마나 앞서간 걸까 감탄했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물론 당시에도 천재적 수완을 가지고 작업했겠지만 결론은 좋은 작품은 ‘어느 시대에 갖다놔도 보편적인 걸 담는 거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요. 기본에 충실하게 작업을 한 거죠. 기본에 충실한 건 어느 시대에서든 필요한 덕목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죠. 그리고 음악에서도 빅밴드 재즈를 차용했어요. 빅밴드 재즈는 올드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다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가 않아요. 음악적인 부분도 현대적인 요소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세 시즌 연속 ‘시카고’에 참여하다가 6년이나 쉰 이유가 있나요?

“연속으로 공연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세 시즌을 하다 보니까 다음에 또 같은 역을 하게 됐을 때 본능적으로 두려운 게 있었죠. 이미 내 근육과 머리가 그 배역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서 느끼지 않는데도 그냥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6년 만에 했는데도 예전에 했던 것들이 아직까지 기억이 나요. 그때 계속 했으면 얼마나 더 기계 같았을지(웃음). 그래서 다른 작품에 참여했죠.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는 굉장히 심적으로 자유롭고 후련했어요. 누구나 안락함보다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에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잖아요”

▲6년 전의 빌리 플린과 지금의 빌리 플린의 차이점이 있나요?

“이전엔 작품을 겉에서 봤다면 이젠 속으로 보는 시각이 생겼어요. 빌리 플린 대사가 많은 편이거든요. 전에는 그냥 변호사라는 태도만 갖고 자신감만 가득 차서 연기했어요. 극중에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빌리 플린 밖에 없거든요. 본인이 알고 있는 걸 이야기했기 때문에 늘 자신감에 차 있었죠. 이번엔 좀 달리 보이는 것 같아요. 하고 있는 말의 단어 하나하나를 조금 더 살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변호사한테는 시간이 금이고 돈과 마찬가지잖아요. 만일 내가 맡고 있는 사건의 무죄판결 받기 위해서라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할까를 생각했죠. 그렇다면 빌리 플린은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겠구나 깨달았어요. 그럼 나 역시 그렇게 준비해서 연기한다면 자신감 있는 척 연기를 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확신에 찬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했어요.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말도 정확하게 하려고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의 나는 말을 많이 버렸더라고요. 예전에 했던 빌리 플린은 좀 창피해요”

▲‘시카고’ 오리지널 팀이 빌리 플린 역에 배려를 해줬다고 하던데?

“빌리 배역 중 처음으로 탭댄스를 춰요. 탭을 잘 활용하면 한국판 빌리 플린 캐릭터가 잘 세워지겠다고 해서 넣어준 거였죠.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에요. 이번엔 한국식 해석에 대해서도 여지를 많이 열어 줬어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처럼 강조하는 부분도 고칠 수 있게 했어요”

▲'시카고' 티켓 판매를 위해 홈쇼핑에도 출연했어요. 소감이 어땠나요?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상상하던 것보다 더 재밌었죠. 스튜디오에서 탭댄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그랬어요. 이런 점을 보면서 '이제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하는 점도 흥미로웠죠. 홍보하는 방법이 진짜 다양해졌구나 느꼈어요. 게다가 방송 도중 갑자기 표가 몇 천 장이 팔렸다니까 놀랐어요. 아마 이 홈쇼핑이 동력이 돼서 '시카고'가 더 잘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데뷔 37년차에요. 아직도 무대 위에서 긴장을 하나요?

“긴장을 하는 건 아니지만 긴장하려고 노력해요. 연기자가 긴장을 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긴장은 연기를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주범이죠. 그렇다고 너무 자연스러움만 추구하면 거기에서 또 문제가 생겨요. 자연스러움만 추구하는 게 무대는 절대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거든요. 관객에 따라 나태하게 볼 수 있죠. 긴장과 자연스러움의 균형이 어디까지인지는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금의 긴장이 필요한 것이 무대에요. 배우라는 건 감성과 이성이 사이에서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공존해야 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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