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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레온’ 카라에 없던 강지영 ‘민폐가슴’과 마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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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온' 스틸컷 (사진=엔케이컨텐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일본과 한국의 대중문화는 꽤 다르다. 여성 아이돌에 대한 시각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다. 일본 여성 스타에겐 흔히 ‘가와이’(귀엽다)라고 칭해지는 매력이 필수 요소나 다름없다. ‘걸크러시’와 ‘섹시’, ‘큐트’에서 ‘보이시’까지 다방면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기획되는 한국 걸그룹과 달리 일본에서는 ‘가와이’ 콘셉트의 소녀들이 가요계는 물론 대중문화계 전반을 휩쓴다. 일본에서 카라가 소녀시대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한 것도, 최근 엠넷 ‘프로듀스48’에 출연한 AKB48 멤버들이 심사위원들의 충격을 자아낸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레온’의 주연을 꿰찬 한국 걸그룹 카라 출신 강지영의 변신은 놀랍다. 단순히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특유의 B급 코미디 정서가 가득한 이 영화에서 강지영은 한국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연기를 소화해 냈다. 그는 ‘린다린다린다’와 ‘공기인형’의 배두나에 이어 오랜만에 일본 서브컬처에 성공적으로 녹아든 한국 여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아니 그 자체로 이미 매력 넘치는 일본인 소녀 ‘레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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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온' 스틸컷 (사진=엔케이컨텐츠)



강지영의 활약은 ‘레온’의 설정과 플롯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뭇 남성들로부터 ‘민폐가슴’이라고 놀림받는 소심한 20대 직장여성 레온(강지영), 그리고 여직원 성희롱을 일삼는 회사의 마초 사장 레오(다케나카 나오토)다. 이 두 사람이 돌연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려 서로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극과 극의 두 캐릭터를 오가는 강지영과 다케나카 나오토의 거침없는 연기는 줄곧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회사 경영권을 중심에 둔 음모와 코믹한 설정 속에서 이를 굵직하게 풀어가는 서사 역시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변태 아저씨’를 연기하는 강지영의 장면장면들은 그야말로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줄곧 마초적인 말투로 호통과 고성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빙의’라도 당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레온의 몸을 한 레오’로서 4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중견배우 다케나카 나오토를 압도하는 강지영의 연기에는 캐릭터 연구에 들였을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네가 너무 좋아, 너무너무 좋아”(Rock you) "기억 속 너를 깨워 잠든 사랑을 깨워“(점핑)라고 노래하던 시절의 강지영은 그렇게 변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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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온' 스틸컷 (사진=엔케이컨텐츠)



결국 ‘레온’은 강지영의, 강지영에 의한, 강지영을 위한 영화다. 조악한 CG와 과장스럽다 못해 만화적인 인물들, 비현실적인 설정, 다분히 작위적인 관계 구도조차 강지영을 통해 영화의 매력으로 기능한다. 한때 카라의 강지영을 좋아했던 팬이었거나, 단지 그를 알고만 있었던 한국 관객이라도 그의 변신에 유쾌해질 수 있는 건 그래서다.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분명히 단언할 만한 게 하나 있다. 우리나라 걸그룹 멤버가 이토록 당당하게 ‘망가지는’ 영화는 여태 없었다는 점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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