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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X일상의 진화] ② “개인의 기록→모두의 공감” 영상 콘텐츠의 현재, 그리고 미래

  • 기사입력 2018-08-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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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의 일기장을 들춘다면 우리는 그 행동을 두고 ‘훔쳐본다’라고 표현한다. 일기(日記)는 개인의 기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먼저 일기를 꺼내어 들추고, 대중은 그것을 보고 즐기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자신이 공부하거나 일하는 모습, 친구들과의 수다, TV를 보는 모습 등까지 적나라한 생활상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때로는 노트에 자신의 상태를 써내려가듯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영상으로 기록하는 공개일기 ‘브이로그(VLOG)’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가 영상 기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메라 업체들도 맞춤형 제품을 속속 내놓는 중이다. '브이로그'의 매력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가능성은 얼마나 큰지 미래의 시장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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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뷰티, 음식 관련 유튜브 영상을 자주 봤는데 어느 순간 콘텐츠들이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어떤 유튜버의 여행 브이로그를 봤는데 콘셉트가 정해져 있는 영상보다 더 재미있고 현실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후로 브이로그를 자주 찾아보게 됐죠”

브이로그를 시작하고 싶어 고민하고 있다는 이지영(여·28) 씨는 해당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상대적으로 덜 정제된 현실의 모습’을 들었다.

브이로그 영상에는 당사자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배경음악과 폰트, 자막 스타일, 말투가 그렇다. 언뜻 보이는 인테리어와 소품, 친구들과 만나 방문하는 카페의 분위기, 행동의 속도 등 수많은 것들이 브이로거의 취향과 생활패턴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이는 시청자들의 관찰 욕구를 자극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을 끌어 올린다.

브이로그가 이토록 날 것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영상’이란 형식 덕이다. 움직임을 담아내는 영상은 글이나 사진으론 품을 수 없는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브이로그는 SNS에 올리는 단편적인 영상과 달리 연결된 일상의 ‘과정’을 담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에 편집을 가했더라도 실제로 영상 속 인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한 서사를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유튜버 선희는 “사진은 텍스트로 부연설명을 해야 하는데 영상은 꾸밈없는 표정과 말투와 배경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척, 맛이 없는데 맛있는 척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만큼 영상은 솔직한 매체이고 그래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에서는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만 업로드 대상으로 여겼는데, 브이로그를 시작하고 평소 일상을 찍다보니 모든 것이 촬영 대상이 됐다. 직장에서 커피를 타는 모습이나, 사무실에서 타자를 치며 일하는 모습 등을 모두 촬영하는 것이다”라면서 기존 SNS와 브이로그의 차이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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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버 선희, 윤이 브이로그 캡처)



■ 브이로그의 생생함, 모두의 공감으로 번지다

브이로그의 살아있는 서사는 시청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영상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일상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조회수가 높거나 댓글 반응이 좋은 영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집에서 혼자 나른한 일상을 보내거나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없이 생활소음만 들리는 등 자극적인 요소가 없다. 최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ASMR이 유행하는 것처럼, 화려한 콘텐츠에 지친 이들은 조용한 일상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브이로그에서 ‘이벤트’라고 불리는 포인트 또한 특별한 게 아니다. 친구를 만나거나 요리를 하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거나 하는 정도다.

그래서인지 브이로그를 즐겨 보는 이들은 시간을 내서 시청을 하기보다, 밥을 먹을 때나 노트북 작업을 하는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틀어 놓는 경우가 많다. 딱히 집중이 필요한 콘텐츠가 아니면서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화면과 소리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일상이 내 생활에 들어오는 것, 이는 개인의 기록이 모두의 것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이런 확장은 구독자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제작자 역시 구독자와 실제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유튜버 윤이는 “어제 일어났던 일을 오늘 저녁에 업로드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정말 친구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기분이 들곤 한다”면서 “구독자 분들의 얼굴은 모르지만 정말 친숙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나도 까먹고 있던 지난 영상의 일들을 말해줄때가 그렇다. 마치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웃어주고 좋아해주는 친구들 같다. 그런 친구들이 2만 명 넘게 있다는 건 정말 최고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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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플리케이션 브이로거 화면 캡처)



■ “브이로그 통한 소통, 매력적인 영상의 표준이 될 것”

실제로 어플리케이션 ‘브이로거(vlogr)’는 제작자와 구독자 사이의 현상과 니즈를 파악했다. ‘브이로거’에는 영상 편집 기능에서 더 나아가 SNS처럼 자신이 만든 브이로그를 올리고 다른 이들의 것도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피드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을 적절히 섞어 놓은 모양새다.

브이로거 관계자는 이런 기능에 대해 “브이로그는 만들어서 개인적으로 소장만 해도 생생한 일기라는 관점에서 가치를 지닌다”며 “하지만 만든 브이로그를 친구나 팔로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공유하면 또 다른 가치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업로더는 자신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의 공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성을 전달하며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시청자는 자신과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새로운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서 “브이로그를 공유할 때 생기는 이러한 가치들 때문에 ‘브이로거’를 단순한 영상 편집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브이로그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감 그리고 공감으로 제작자와 구독자의 경계를 없앤 브이로그의 형태는 앞으로의 영상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꼽히기도 한다. 브이로그는 시대의 변화를 따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구까지 단단하게 결합된 형태다. 개개인이 갖는 일상이 결코 똑같을 수 없다는 점도 새로움을 원하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지점이다.

브이로거 관계자는 브이로그 시장의 전망에 대해 “추세가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영상 서비스로 넘어갔듯 SNS의 헤게모니가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결국 중요한 질문은 ‘매력적인 영상의 표준은 어떤 모습일 것인가’다. 그 표준이 인스타그램 비디오, 스냅챗 같은 형식일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라이브 영상일지는 아직은 모른다. 브이로그를 제작하는 것도 앞으로 더 쉬워지고 재밌어져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다”면서도 “점차 브이로그가 사진 기반의 블로그와 SNS가 하던 역할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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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프라이버시 침해·어긋난 예의’는 주의해야

다만 이처럼 불특정다수와 맺는 긴밀한 관계에는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바로 ‘프라이버시’와 ‘예의’에 대한 문제다.

브이로그에는 집 구조, 현관문을 나서는 모습, 자주 가는 동네, 배경으로 보이는 물건들 등은 모두 간접적인 사생활에 해당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이런 개인의 삶은 불미스러운 일의 ‘단서’로 뒤바뀔 수 있다. 실제로 한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가 비춰질 때도 있는데 어디인지 알더라도 댓글로 언급하는 건 삼가셨으면 좋겠다”면서 간곡히 부탁을 했다.

이에 대해 유튜버 선희 역시 “무의식중에 집이나 직장주소, 핸드폰 번호 등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노출되면 꼭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를 한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제작자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 구독자는 익명의 상태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생기는 불편함도 있다. 브이로그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상에서 비추는 세세한 것들에 대해 지적하거나 인신공격을 일삼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튜버 윤이는 브이로그를 하며 생긴 고민을 묻는 질문에 “세상에 많은 이들이 존재하고 모두의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타인의 피드백이 힘들 때가 있다. 간혹 댓글을 보다가 움찔움찔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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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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