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씨네;리뷰] “나라면?”…‘목격자’가 던지는 질문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살려주세요”

‘목격자’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말이다.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대사지만 ‘목격자’에서 이성민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살려주세요”는 그 의미가 다르다. 무관심에서 파생된 공포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목격자’는 평범한 가장 상훈(이성민)이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범인과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다. 대출을 끼고 힘들게 마련한 아파트에 이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평범한 가장인 상훈은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는다.

‘목격자’는 추격 스릴러이지만 처음부터 범인의 얼굴을 공개한다. 대부분 스릴러가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릴을 느끼는 반면 ‘목격자’는 일찌감치 범인을 공개해버린다. ‘범인찾기’가 주가 아니다. 범인에게 당위성 따위도 주지 않는다.

이미지중앙


그럼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목격자’는 범인 찾기가 아닌 목격자 상훈의 상황을 관객이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살인사건을 목격했지만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한 상훈의 심리를 개연성 있게 만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나라면’ 이런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상훈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몰입도가 높아진다.

망치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범인(곽시양)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그렇지만 범인 못지않게 무서운 것은 삭막한 회색빛 현실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집값 떨어질 것이 두려워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에 협조하지 않고 가족을 찾는 이에게 전단지도 붙이지 못하게 한다. 마지막까지 아파트 가격을 운운하는 부녀회장의 모습은 씁쓸함을 넘어 조소가 나오게 한다.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시스템 문제도 건드린다. 무능력하고 성과주의에 매달린 경찰의 모습은 공권력이 내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지 확신을 주지 못한다. 씁쓸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관객이 상훈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 데에는 이성민의 역할이 컸다. ‘미생’에서 오차장으로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이성민은 이번 영화에서도 주위에서 볼 법한 인물을 완성해냈다. 범인을 찾아가는 형사 재엽 역의 김상호,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상훈의 아내 진경의 연기 내공도 돋보인다.

흥미롭고 신선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지만 2시간을 끌고 가기엔 역시 쉽지 않은 소재였다. 그렇다보니 후반부 범인과 상훈의 대치하는 지점에선 그간 끌고 왔던 긴장감이 맥 없이 풀려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나온 내내 상훈의 마지막 대사를 곱씹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이 주는 공포도 상당하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는 15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