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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CF D-day] 부산국제 '영화' 말고 '코미디'페스티벌, 가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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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조직위원회)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오늘(24일) 오후 부산에서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이 막을 올린다. 오후 7시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김준현의 진행으로 팡파르를 울리는 부코페는 올해 6회를 맞이했다.

■ 벌써 6회, 부코페가 뭔가요?

6년 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이 축제의 목표는 전세계인들이 모여드는 세계인의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로 손꼽히는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캐나다의 몬트리올 페스티벌, 호주의 멜버른 페스티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

하지만 부코페는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갈 길이 멀다. 집행위원장 김준호를 비롯한 코미디언들이 방송 등을 통해 적극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일반적 인지도는 좀처럼 높아지지 못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코페는 코미디언 김준호를 중심으로 시작된 행사다. 코미디만 유독 한류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의식과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든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은 왜 없을까 하는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김준호는 전유성, 최대웅 작가 등과 함께 2년간 준비한 뒤 사전 이벤트 격인 2012 한일코미디페스티벌을 열었고 그를 기반으로 2013년 8월 제1회 부코페를 개최했다.

이후 제6회 축제를 개최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왔다. 문제는 언제나 돈이다. 부코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인가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광역시의 후원으로 진행한다. 1회 때는 1억 원을 갖고 꾸려야 했던 탓에 집행위원장인 김준호가 사비까지 털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에서 지원금을 확보하면서 현재는 약 1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행사를 꾸려오고 있다. 회를 거듭할 수록 발전해 예산 규모를 10배로 늘렸지만 해외 코미디언들을 섭외하고 축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동반돼야 한다. 때문에 김준호는 여전히 후원과 협찬 협약 등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는 BNK부산은행과 협찬 협약을 체결, 1억 원을 후원받았다.

이처럼 김준호가 헌신하며 초석을 닦은 부코페에 동료, 선후배 코미디언들이 힘을 보탰다. 전유성은 명예조직위원장으로서 부코페 탄생 당시부터 함께 고생하며 축제를 지키고 있다. 심형래, 이경규, 박미선 등 선배 코미디언들은 부산을 찾아 직접 공연을 올리며 축제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올해는 임하룡이 데뷔 40주년 기념 디너쇼 ‘쑥스럽구먼’으로 부코페에 참가, 선배의 저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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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밖으로 나온 축제, 거리에서 만나는 코미디

이렇게 많은 코미디언들의 노력과 헌신이 모여 6년째가 됐다. 제 6회 부코페 개막식은 24일 오후 7시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김준현의 사회로 진행된다. 부코페의 공식 개막 행사인 블루카펫 행사와 셀럽파이브의 축하공연이 펼쳐질 예정.

이후 9월 2일까지 10일간 부산 곳곳에서 10개국 40개 팀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옹알스 팀, 부코페 최초로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이리오쇼 팀, 매년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는 변기수의 욕쇼 등 인기 공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을 찾아 행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킨다. 부코페의 모든 유료 공연은 온라인 예매처인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인기 공연의 예매를 놓쳤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6회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예매 없이 볼 수 있는 야외 무료 공연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부코페는 ‘소통’을 키워드로 야외에서 ‘코미디 스트리트’와 ‘오픈 콘서트’를 개최하며 보다 많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준호는 기자회견에서 “관객들과 함께 피부로 느끼면서 공연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길거리 곳곳에서 코미디언들과 공연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영 부집행위원장도 “거리 등에서 직접 시민을 만나고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공연 위주로 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관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번 부코페에는 유명 개그우먼 오나미와 박소영이 진행하는 깜짝 팬미팅과 게릴라 콘서트, 코미디 어택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산을 찾은 관객들에게 보다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 공감형 시그니처 콘텐츠 시급


하지만 세계 4대 코미디 페스티벌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와 현실의 괴리는 크다. 지난해 열린 제5회 부코페에는 10개국 46개팀이 참가했다. 평균 관람객은 3만 명 정도의 규모.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제22회 행사에서 69개국 영화 299편을 상영했다. 그 중 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월드 프리미어 영화가 99편, 해당 국가 외의 해외에서 처음 상영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영화가 31편이었다. 총 관객 수는 영화 단체들이 보이콧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19만 명을 돌파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비하면 부코페는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역시 '국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외연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다른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과 비교해 행사 기간도 짧은 편이다. 1회 때 4일로 시작해 현재 10일까지 늘긴 했지만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몬트리올 페스티벌, 멜버른 페스티벌 모두 한 달가량 행사가 이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코미디언들이 모여들고 도시 전역이 하나의 마켓 혹은 공연장처럼 변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세 페스티벌 중 가장 역사가 짧은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1987년 시작)만 보더라도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찾으며 유료 티켓 판매 수익이 60억~70억 원에 달한다. 부코페 역시 부산 전역에서 공연을 진행했으나 아직 축제 규모가 작다보니 오히려 관객 동원력이 떨어지고 관객들의 집중도가 떨어져 지난해부터는 센텀시티 쪽으로 장소를 집중시켰다. 공연장소 확대에 앞서 축제 규모를 키우는 일이 선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코페에서만 볼 수 있는 시그니처 콘텐츠가 없다는 것. 외국 관객들이 즐길 콘텐츠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아직까진 국내팀 공연 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가 국내팀 공연은 대부분 토크 의존도가 높은 콩트형 공연이라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은 즐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이니 한국어 공연이 많다는 점을 비판할 수는 없으나 국제 행사를 지향하는 만큼 넌버벌(non-verbal) 코미디 등 비중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일본 외 다른 아시아 국가 코미디 콘텐츠는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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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조직위원회)



■ 에딘버러, 멜버른, 몬트리올 그리고 부산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 속에서도 부코페는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해나가고 있다. 국내 참가팀은 관객들을 좀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한 공연을 고심하고 있으며 행사 주최측은 유명 해외 코미디언들을 섭외하기 위해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외국 페스티벌을 찾고 있다. 홍보가 부족한 탓에 축제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지만 매년 이경규, 송은이, 컬투 등 선후배 코미디언들이 의기투합해 홍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코미디 특강, 코미디 UCC 공모전, 코미디 댄스공연, 코미디 스쿨어택 등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부대행사를 늘리고 아웃도어 공연을 기획하는 등 관객 유치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보다 멀리 바라보고 꾸준한 노력과 보완을 이어간다면 부코페 역시 해외 유명 코미디 페스티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것으로 여겨진다. 내로라하는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도 처음부터 규모가 컸던 것은 아니다. 여러 해를 거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현재에 이르렀다. 올해 71주년을 맞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도 8개의 공연단체가 소규모 공간에서 공연하는 것에서 출발해 지금은 해마다 약 1만 60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축제로 성장했다. 특히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은 부코페와 시작이 비슷하다. 1987년 당시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베리 험프리와 피터 쿡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는 점이 김준호를 비롯한 인기 코미디언들이 주축이 되어 부코페를 기획한 것과 유사하다.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은 3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매년 약 50만 명의 관객들이 찾는 축제로 발전했다. 이제 6살인 부코페 역시 잘만 키운다면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

부코페는 브라운관에 갇혀 있다시피 하던 코미디를 다시 무대 위로 불러들이는 데 일조했고 관객들이 함께 소통하며 코미디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그러나 정체돼선 안된다. 매회 성장하고 있지만 관객의 불만과 아쉬움을 수용하고 반영해야 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진정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주에 대한 경계, 그것이 부코페를 성장시킬 원동력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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