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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조형우, 부지런히 ‘현재’를 산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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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드라마 로고송과 광고음악을 제작하고 외부 곡 작업도 하고, 심지어 번역 일도 하는 가수가 있다. 혹자는 그를 두고 욕심이 너무 많다고, 하나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수 조형우는 그렇게 살아가는 게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이 일 아니면 난 죽는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걸 해야 에너지를 얻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약 4년의 공백기 동안 조형우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모으고 모아 그 중 저절로 남는 것들로써 스스로를 증명했다. 조용히, 자신을 속이지 않고 스스로를 쌓아올리는 방법들이었다. 그러자 음악을 숭고하게 여기는 신념과 직업적으로 여기는 관점 그 흑백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형우가 오랜만에 낸 미니앨범 ‘웨어(Where)’는 이전의 그를 소환하지 않는다. 조형우는 자신이 좀 더 부지런해져서 지금의 곡을 듣는 이들이 다른 노래까지 파고 들기를, ‘어, 이게 그 조형우 거였어?“라는 말을 듣기를 더 원했다고.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내는 사람이다. 이제, 지나치게 느리게 걷지도 빠르게 뛰어가지도 않아도 되는 조형우만의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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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동안 뭐하고 지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겠어요. 그간 외부작업을 하면서 지낸 건가요?

“사실 2년 전에 앨범이 나올 기회가 있었어요. 외부 곡이었는데 좋았어요. 그런데 ‘완전 내가 하고 싶다’ ‘이 곡은 내 거다’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지금 당장 곡을 낼 수는 없어도 진짜 내 것을 해봐야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윤종신 피디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일이 나랑 잘 맞을지, 이 일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우선 하라고. 그렇게 하다보면 그 중 남는 것들이 모여 내가 된다고. ‘웨어’는 분리되어 있는 나를 일체화하려 애쓴 앨범이에요”

▲ 더 잘하고 싶을수록 부담이 생기잖아요.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걱정은 없었어요?

“데뷔 때는 콘셉트가 강한 앨범들을 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형화된 모습을 강요하지 않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조형우가 왔어요!’라고 외치며 부담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앨범 재킷에도 내 모습이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음악 자체만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조형우를 정리하고 싶어서 어린 시절 쓴 곡부터 최근 쓴 곡까지 다 넣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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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각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곡으로 풀어냈다고 했는데, 타이틀곡 ‘후회’에는 구체적인 장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네요


“노래를 통해 듣는 이들이 각자만의 장소와 기억을 떠올렸으면 했어요. 또 타이틀곡을 뭐로 할까 고민했는데 ‘후회’가 제일 좋았어요. 내가 제일 하고 싶던 노래이자 사람들이 가장 조형우다운 곡이라고 말하던 노래였죠. 앨범을 만들면서 ‘이게 내 마지막이라면 사람들이 조형우를 어떤 곡으로 기억하면 좋을까’를 상상했거든요. 그러니 답이 나와 있더라고요. 타이틀곡은 무조건 ‘후회’여야 했어요”

▲ ‘후회’는 다채로운 장르를 지닌 트랙들 사이에서 가장 단순해서 눈에 띄어요. 피아노와 목소리, 미니멀한 구성을 취한 이유가 있나요?

“헤어질 때 상대를 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워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친구만한 사람이 없는 거죠. 이렇게 후회라는 건 기본적으로 쓸쓸하고 슬픈 감성을 지녀요. 노래 역시 시작하자마자 절절한 게 아니라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툭’하고 떨어지는 느낌으로 시작해 점점 고조되는 거죠. 여러 버전의 곡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모든 걸 빼기로 했어요”

▲ 다른 트랙들은 발라드, 포크, 모던 록, 힙합을 결합한 곡까지 마치 콜라주처럼 모아 놓은 모양새잖아요. 노래를 한 앨범으로 묶기 위해 ‘장소’라는 접점 외 어떤 일관성을 생각했나요?

“음악의 일관성이요? 내가 모든 작업에 다 참여했어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이런 거예요’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어도, 나로부터 나왔잖아요. 최대한 많은 작업에 참여할수록 일관성은 저절로 생긴다고 생각해요. ‘조형우’ 그 자체가 일관성의 뿌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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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전의 모습과 많이 바뀌었네요. 잃어버린 원래 모습을 찾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앨범이 어떻게 하면 잘 될까’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하는 생각을 내려놔서 가능한 변화인 것 같아요.

“내 일에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1년 뒤, 2년 뒤에 뭘 이뤄야겠다는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한 방 한 방을 무겁게 가져가며 목표를 세우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힘이 빠져요. 어떤 의미나 가치를 따지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는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겠죠. 무조건 내가 다 하겠다는 고집은 없애고요. 내가 하고자 하는 게 명확하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죠. 막 성공을 향해 달려하기보다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는 게 더 빠른 길인 것 같아요”

▲ 그간 지나온 4년은 ‘공백기’가 아니었네요. 마치 웅크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더 높은 곳으로 뛰어 오르기 위해, 더 멀리 뻗어나가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과정’을 켜켜이 쌓아 올리기 위해서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과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앨범 하나하나를 목적지라고 보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나아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어요. 그러면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죠. 나를 숨기고 만들어낸 이미지만을 바라보며 ‘난 대단해’라고 판단하는 거만도 없어지고요. 갑자기 ‘빵’ 뜨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모르게 묵묵히 해왔던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 또한 그렇게 해나가고 싶어요. 그 과정을 알아주시는 분들에게는 너무 감사하고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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