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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희열의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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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없다. 특별한 목적 없이 수다를 떠는 것은 별 일 아니지만 주고받는 말을 통해 무엇인가 얻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 순간 녹록지 않게 된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 태도는 내가 상대를 얼마나 알고 혹은 배려하는지에 따라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화는 이를 더 잘 이끌어가고 싶은 쪽에서 많은 준비가 필요한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첫 방송한 KBS 토크쇼 ‘대화의 희열’ 속 유희열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방송가에서 사라져가는 토크쇼의 명맥을 잇기 위해 기획됐다. 한 명의 명사를 게스트로 초대해 인생 이야기를 듣는 콘셉트다. 주목할 점은 대본이 없다는 것이다. 유희열을 필두로 함께 출연하는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 소설가 김중혁,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등은 게스트에 대해 사전에 수집한 자료만을 갖고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개그우먼 김숙이 첫 주자로 나선 ‘대화의 희열’은 1회부터 호평을 얻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네 MC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김숙이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중심을 잡은 이는 물론 유희열이었다. 유희열은 예능에 서툰 MC들이 김숙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자신은 필요한 순간에 등장했다. 이를 테면 김숙이 공감을 필요로 할 때 자신의 경험을 살려 리액션한다거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싶을 때쯤 매끄럽게 주제를 전환시키는 식이다.

이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한 2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스트의 말을 놓치지 않고 추임새를 넣으며 “그때의 심경이 어땠나” “그래서 뭐라고 했나” 등 아주 간단하지만 더 깊이있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들을 틈틈이 보탰다. 또 답변 내용이 길어지면 이를 한두 마디로 압축해 짚어주며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게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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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예능인으로서의 유희열은 몸보다 말을 쓰는 작품에 주로 출연해왔다. 지난 21일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이하 알쓸신잡3)’도 그 중 하나다. 유희열은 시즌1~2에 앞서 세 번째 시즌까지 고정 MC를 맡으며 ‘알쓸신잡3’에 없어선 안 될 존재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여기서의 유희열은 ‘대화의 희열’과는 조금 다르다.

‘알쓸신잡’ 시리즈의 주인공은 이른바 잡합박사들이다. 이에 따라 여태 유시민 작가·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김영하 작가·정재승 뇌과학자·유형준 건축가·장동선 박사·김진애 도시계획학 박사·김상욱 물리학 박사 등이 출연했다. 아는 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지식을 뽐내는 장이 바로 ‘알쓸신잡’인 것이다. 그렇기에 유희열은 ‘대화의 희열’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입을 여는 대신 귀를 기울이는 편을 택한다. 그러다가도 철저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대화 중간중간 한번 더 짚어줘야 할 것들을 묻는다. 이는 ‘알쓸신잡’이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벌써 시즌3까지 사랑받는 토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앞서 신수정 PD는 “게스트를 섭외할 때 유희열의 힘이 크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왜곡하거나 자극적으로 담아내지 않을 거란 신뢰가 있다”고 엄지를 추켜세운 바 있다. 제작진을 넘어 게스트에게까지 신뢰를 얻게 된 배경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9년째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 중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이 주가 되지만 짧은 토크도 알짜배기다. 여기서는 유희열의 또 다른 매력이 빛을 발한다. 바로 장난기 어린 성격이다. 특유의 재치로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게스트는 물론, 방청객 나아가 TV 밖 시청자들까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한편 22일 방송하는 ‘대화의 희열’에는 프로듀서 겸 아이돌그룹 블락비의 리더 지코가 출연한다. 유희열과는 음악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유희열이 과연 동종업계 동료이자 후배 지코와는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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