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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BIFF 리뷰] ‘초연’ 서로 다른 삶을 통한 이해, 하지만 헐거운 이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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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부산)=이소희 기자] 영화 ‘초연’에 등장하는 두 배우는 개인사로 인한 저마다의 불안을 겪는다. 이 불안은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두 배우가 느끼는 불안은 이들의 관계에서 충돌해 갈등을 빚어낸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

영화 ‘초연’은 라이벌로 지내던 위안시울링(정수문)과 허위원(량용치)가 같은 연극을 준비하는 일주일을 그린다. 극중 연극의 초연이 시작되기 전 두 배우에게 펼쳐지는 불안과 긴장, 그리고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는 두 배우의 기싸움을 연상케 한다. 주인공들의 스파크 튀기는 모습이 주로 나올 법하다. 하지만 작품은 예상을 뒤엎는다. 오히려 주인공들이 겪는 긴장감은 연극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개인에게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증폭된다.

영화가 이런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은 꽤 간접적이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위안시울링과 허위원은 새로운 등장인물인 푸 사(바이바이 허)를 통해 자신들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위안시울링은 허위원과 가까이 지내려는 자신의 친구인 푸 사에게 질투를 느끼고, 허위원은 푸 사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위안시울링을 견제한다. 푸 사가 두 배우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인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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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이 그리는 섬세한 감정선은 극중 위안시울링과 허위원이 오르는 연극 ‘두 자매’에서도 드러난다. ‘두 자매’는 이들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작품으로서 역할을 한다. 침착하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자신의 감정에 매몰된다는 약점을 지닌 위안시울링은 ‘두 자매’에서 온실 속 화초들에 둘러싸여 사는 언니로 표현된다. 당당하고 아쉬울 것 없는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완벽에 대한 강박을 보이는 허위안은 극 중 연극에서 엘리트 기자로 그려지면서도 자격지심에 시달리는 동생으로 나온다.

불안과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내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위안시울링은 힘을 주는 눈빛으로, 컵을 탁 내려놓는 행동 등으로 조용한 분노를 표출한다. 반면 허위안은 불안하다고 말하거나 연극 리허설에서 동선을 틀리는 등 행동으로 상태를 보여준다. 심지어 두 사람은 풍기는 이미지 또한 정반대다. 이는 다른 성향을 지닌 주인공들이 화합하는 과정을 보다 임팩트 있게 그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곳곳에 녹아든 꼼꼼한 연출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인물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게까지 개인사를 세세하게 강조한 데는 서로 다른 삶을 통해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깊은 뜻이 있다.

다만 정작 위안시울링과 허위원이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다소 빈약하다. 위안시울링과 허위원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데, 후반부 나눈 몇 마디로 마음이 동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들의 개인사를 알고 행동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전지적 시점으로 곳곳을 바라본 관객들 뿐이다. ‘초연’은 서사에 따라 보여준 감정의 고조는 너무 미미해 이런 메시지를 읽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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