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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안효섭은 아직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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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배우 안효섭의 행보는 20대 초반의 남자 배우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남다르다.

2015년 원오원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대중을 처음 만난 그는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LOVE)’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MBC ‘한번 더 해피엔딩’ ‘가화만사성’(2016) KBS ‘아버지가 이상해’ MBC ‘세가지색 판타지-반지의 여왕’(2017) 등에 캐스팅됐다. 신인인 것을 감안하면 작품마다 역할의 비중도 제법 컸다.

과연 ‘대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하다. 물론 안효섭 본인에게는 부담스러운 표현이란다. 그는 “잘되고 싶은 마음보다 여러 작품을 통해 경험을 쌓고 싶다는 갈증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 갈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니시리즈부터 단막극·주말극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이를 통해 차근차근 이뤄낸 성장이 지난달 종영한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하 서른이지만)’에서 빛을 발했다. ‘요즘 핫한 루키’에 머물지 않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향해 나아가는 안효섭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우 안효섭을 수식하는 ‘대세’라는 표현, 어떻게 생각해요?

“과분하죠. 잘되고 싶은 마음보다 여러 작품에 출연해서 경험을 쌓고 싶은 갈증이 더 커요. 배우로서 아직 못해본 게 많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 ‘서른이지만’도 도전인 작품이었나요?

“많은 걸 내려놓고 연기하긴 했어요. 대표적으로는 외모에 대한 부담감이요.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땀 때문에 화장이 지워져도 그 상태로 연기했죠. 이전에는 외적인 면이 부각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었거든요. 학교 킹카(‘세가지색 판타지-반지의 여왕’)나 얼굴로 사랑받는 축구 코치(‘아버지가 이상해’)처럼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내게 기대하는 얼굴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것 때문에 부담도 느꼈고요. 그런데 ‘서른이지만’을 통해 많이 벗어났어요. 오직 캐릭터에만 몰입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앞으로 또 멋진 캐릭터를 맡게 된다면 관리를 해야겠지만, 외모가 주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서른이지만’의 유찬은 실제의 자신과 많이 닮았나요?

“많이 달라요. 나이 차이도 좀 나고요. 나는 유찬처럼 엄청 밝고 쾌활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에 가깝죠. 스스로의 단점에만 집중하는 경향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서른이지만’ 대본 속 찬이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이 역할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싶기도 했고,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궁금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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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많이 웃고 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극 중 찬이가 ‘돈 씽크 필(Don’t think feel)’을 외치잖아요. 그 말이 나에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 ‘서른이지만’을 통해 칭찬도 많이 받았죠?

“댓글을 하나하나 읽는 편인데요. 그 말이 되게 좋았어요. ‘참 순수하고 맑은, 나의 실제 고등학교 생활이 생각나는 연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나 역시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유찬의 매력이 한없이 투명한 순수함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댓글이 더 와 닿았습니다. 중점적으로 연기하고 싶었던 부분을 알아봐주셔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15회, 서리(신혜선)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요. 그동안 끙끙 앓으면서 숨겼던 마음을 전한 거잖아요. 고백을 연습할 정도로 묵은 감정이었는데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아요. 한편으로 유찬이 엄청 멋있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되,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 ‘서른이지만’에서 보여준 연기에 만족했나요?

“많이 아쉬웠죠. 찬이라는 예쁜 친구를 더 풍성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요. 촬영하는 동안 항상 그랬어요.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면 우울한 거예요.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드라마 현장은 빠르게 진행되잖아요. 그런데다 유찬이라는 캐릭터는 늘 텐션이 업돼 있어서 간혹 연기가 과장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러면 정작 내가 준비한 표현을 제대로 못한 채로 넘어가게 됐죠. 그런 날은 샤워하면서 연기를 다시 해봐요.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라면서”

▲ 만족하지 못하면 자책하는 편인가요?

“‘서른이지만’ 이전에는 심했어요. 자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졌죠. 예전에는 촬영장만 가도 몸이 경직돼 있었거든요. 긴장하니까 원하는 표현도 안 나왔고요. 그런데 또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주기는 싫어서 OK 사인이 떨어지면 한번 더 하고 싶다는 말도 못 했어요. 그나마 밝은 찬이를 연기한 덕분에 아쉬워하는 정도에서 그쳤던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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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유찬에 동화(同化)되었봅니다

“맞아요. 전작들에 비해 몰입도가 높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잡생각이 사라졌고요. 예전에는 촬영 시작하기 전에 항상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거의 서른 명의 스태프와 PD님이 나를 보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요. 그런데 유찬으로 지낼 때는 그런 게 안 보였어요. 서서히 편해진 것 같아요. 익숙해졌달까요.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점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 같아요”

▲ ‘서른이지만’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우선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가 많았어요. 큰 도움이 됐죠. 일단 (양)세종이 형은 몰입도나 캐릭터를 생각하는 깊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요. 형을 보면서 ‘이 정도의 고민을 해야 이런 연기가 나오는구나’ 느꼈고요. 우리 삼총사(조현식·이도현)의 연기는 정말 자유로웠어요. 생각지 못한 애드리브가 많아서 여유를 배울 수 있었죠. (신)혜선 선배도 상상하지 못한 연기를 보여줬어요. 내가 대본을 보면서 떠올렸던 그림과 전혀 다른 표현이요. 그런데 그게 캐릭터와 찰떡같이 어울려서 ‘이런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구나’ 놀랐습니다. 예지원 선배님에게서는 작품을 크게 바라보는 시각을 배웠어요. 극 초반에 선배가 제니퍼를 로봇처럼 연기했잖아요. ‘너무 로봇 연기가 아닐까?’ 했는데, 그 덕분에 최종회에 그려진 제니퍼의 바뀐 모습이 더 임팩트 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 선배들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기도 했나요?

“세종이 형과 혜선 선배에게 항상 물어봤어요. 내 연기가 이상하진 않았는지,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요. 그럼 늘 격려해줬어요. 내가 생각하기에 잘 못한 장면도 응원해주고요. 항상 불안한 상태였는데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말에 힘을 얻고 안심을 느꼈습니다”

▲ 미니시리즈 주연은 처음이라 더욱 부담스러웠겠습니다

“원래도 주위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스토리를 끌고가는 인물 중 한 명이었으니 부담이 컸죠. 책임감도 남달랐고요”

▲ 실제 링거를 맞으며 촬영할 정도로 열심이었다고요?

“촬영 2개월 전부터 거의 매일 조정협회 코치님한테 훈련을 받았어요. 드라마 촬영 중에도요. 그러다 보니까 체력이 달려서 일주일에 두어번은 보충하기 위해 링거를 맞았습니다.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원치 않게 살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아쉽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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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당분간은 체력 회복이 우선이겠습니다

“살 좀 찌우려고요. ‘서른이지만’ 촬영하면서 몸무게가 60kg대까지 줄었어요. 키가 187cm거든요. 또 유찬이로 3개월을 살았으니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 긍정적인 유찬으로 쭉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건 안 돼요~ 에너지 소모가 엄청 크거든요!(웃음) 그리고 또 다른 연기도 해야 하니까요.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번에는 더 오래,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요. ‘서른이지만’은 급하게 들어간 경우여서요. 가능하다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리 드라마에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와 닿았어요. 누구나 자기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찬이처럼요. 나 역시 배우로서의 위치라든지 ‘주연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있겠죠?”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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