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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매치] ‘도어락’ VS ‘목격자’, 현실 공포 부르는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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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진짜 무서운 건 가까이에 있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귀신이던 시절이 있었다. ‘전설의 고향’이 매 여름에 새롭게 각색되어 등장했던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18년 현재,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올해 개봉한 작품인 ‘도어락’과 ‘목격자’는 현실적이라서 더 무서운 도시 괴담을 스크린으로 끌고 들어온 영화다. 두 작품의 닮은 듯 다른 매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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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어락’-‘목격자’ 현실이 주는 공포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도어락’의 주인공은 혼자 자취하는 여성 경민(공효진)이다. 평범한 계약직 은행원 경민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목격자’ 역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고 있는 소시민 상훈(이성민)이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범인의 추격을 받게 된다.

두 작품의 배경은 모두 주거공간이다. ‘도어락’은 1인 가구들이 주로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다. 심지어 오피스텔은 1인 가구들의 거주지 중에서 경비 시스템이 갖추고 있어 안전함을 위해 선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목격자’의 배경은 중산층의 꿈인 아파트다. 영화의 주인공인 상훈 역시 대출을 꼈지만 신도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소시민이다. 이렇게 가장 안락하고 안전해야 할 장소가 위험한 공간으로 바뀌면서 오는 공포를 극대화 시켰다.

스릴러는 관객이 인물로 몰입할수록 더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도어락’의 경민, ‘목격자’ 상훈은 딱 맞아 떨어진다. 평범하고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경민은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나도 모르게 인물에 몰입하게 된다. 상훈 역시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그가 살인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못하고 모습을 스스로에게 대입해 보면 쉽지 않은 결정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일상적 장소가 사건의 중심에 섰다는 것만으로 ‘도시괴담’으로 부르는 것은 아니다. ‘도어락’과 ‘목격자’가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은 냉소적인 현대인의 시선이다. 경민은 살인사건의 연루되면서 직장 계약 연장이 물 건너가고 이 오피스텔에선 이웃이 사라졌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목격자’에선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집단 이기주의,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진다는 제노비스 신드롬을 드러낸다. 주민들은 아파트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살인사건을 쉬쉬하고 심지어 같은 아파트 주인이 사라졌는데도 집값을 운운하며 전단지조차 붙이지 못하게 한다. 타인을 외면하는 모양새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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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어락’ VS ‘목격자’, 스릴러의 한 끗 차이


‘도어락’과 ‘목격자’의 가장 큰 차이라면 범인의 존재다. ‘도어락’은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쉴 타이밍이 없어서 피로할 정도다. 관객들은 경민과 같은 심정으로 범인을 찾아가야 한다. 반면 ‘목격자’는 초반부터 범인의 얼굴을 공개한다. 스릴러의 전형적인 구조를 빗겨간다. 살인자(곽시양)이 누군지를 알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의 다음 타겟이 되지 않기 위한 상훈의 고군분투가 긴박하게 그려진다.

‘도어락’과 ‘목격자’의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다. ‘도어락’에선 피해 당사자인 경민이 직접 사건 해결에 나선다. 경민이 전투적으로 범인을 잡는데 애를 쓴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다. 평범하고 제대로 된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경민의 목숨을 걸고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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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목격자’ 속 상훈이 각성을 하게 된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젊은 여성이 죽는 걸 목격했을 당시엔 침묵을 하던 그는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에 놓이자 범인과의 대결에 참전한다.

경찰의 태도도 두 작품에서 다르다. ‘도어락’에서 경민은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하려는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되돌아온 것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신고 접수도 안 된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남녀 치정 사건이라는 오해까지 받는다. 경민이 여러 번의 위기상황을 넘기고 나서야 이형사(김성오)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나마 ‘목격자’에선 범인 잡기에 몰두한 형사 재업(김상호)라도 있다. 윗선에선 사건을 간단하게 처리하려는 무능함을 보이지만 재업은 한 명의 목격자라도 찾아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한다.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주민들이다.

두 작품 모두 완벽하게 닫힌 결말이다. 그럼에도 냉소적인 현대 사회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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