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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매치] ‘기묘한 가족’에 ‘부산행’이 등장하는 이유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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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한국형 좀비의 시작인 '부산행'의 존재감은 '기묘한 가족'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16년 ‘부산행’은 국내에선 보기 드물었던 좀비물이었다.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이를 피해 부산으로 향하던 인간들은 기차 안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부산행'은 개봉 당시 화제를 모으며 1000만을 돌파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좀비물로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부산행’이 등장한 지 3년이 지난 후 좀비는 어느덧 킬러 콘텐츠가 됐다. 그리고 가장 이상한 좀비가 나왔다. 농촌 좀비 영화인 ‘기묘한 가족’이다. 두 영화의 중심은 좀비지만 결은 다르다. 같은 듯 다른 두 영화의 좀비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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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가족’에 ‘부산행’은 왜 나왔을까.


13일 개봉한 ‘기묘한 가족’은 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다룬 작품이다. 시골 마을에 떨어진 좀비 쫑비(정가람)에게 망한 주유소집 아버지인 만덕(박인환)이 물리면서 좀비 바이러스는 퍼지게 된다. 좀비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 쫑비를 좀비로 인식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부산행’이다. 집안의 브레인 민걸(김남길)은 가족들에게 대놓고 ‘부산행’을 보여주며 좀비 존재를 알려준다. ‘부산행’과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좀비 완전 정복 노트도 완성했다. 아마 ‘부산행’이 없었다면 ‘기묘한 가족’의 이 설정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일단 관절을 꺾고 팔을 앞으로 뻗은 채 걷고 빛과 소리에 민감하다. ‘부산행’에서 그렇게 날 뛰던 좀비들은 기차가 터널 안에 들어가자 잠잠해진다. ‘기묘한 가족’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묘한 가족’ 속 백미인 좀비 나이트 장면만 보더라도 좀비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부산행'과 '기묘한 가족'이 공통적으로 조명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다. ‘부산행’에선 위급 상황임에도 이를 조용히 덮으려고 하는 국가 시스템의 무능함을 보여준다. 결국 주어진 환경에서 인간들은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지켜야하고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이다. 좀비가 되면 바로 칸에서 분리해버리고 홀로 살아남겠다고 욕 먹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기묘한 가족’은 ‘부산행’과 결이 다르지만 결국은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다. 쫑비는 실험실에서 탈출한 좀비다. 인간은 기술 발전을 위해 쫑비를 실컷 이용해 먹었다. 그리고 주유소집 가족들이 쫑비를 받아들인 것은 그를 돈벌이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비에게 물리기 위해 줄을 서는 마을 사람들도 젊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코믹하게 포장되긴 했지만 결국 좀비는 인간의 이용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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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가 채식주의자?

‘기묘한 가족’ 속 좀비는 ‘부산행’과 약간의 차별점이 있다. 바로 좀비 숙주가 채식주의자라는 설정이다. 쫑비는 인간의 뇌와 닮은 양배추를 씹어 먹고 질리자 케첩을 뿌려 먹는다. 여기에 좀비 바이러스는 회춘 효과까지 있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면 ‘부산행’에서 숙주 역할을 한 심은경은 승무원에게 달려들어 그의 단박에 감염시킨다.

또 다른 차이라면 좀비에 대항하는 인간들이다. ‘부산행’ 속에서 마동석의 존재감은 놀랍다. 좀비를 맨주먹으로 때려잡는 일당백 캐릭터다.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좀비지만 마동석에게 부딪치면 한 방에 날라 간다. 거기다가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아는 따뜻함도 가졌다. 같은 편이라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엔 마동석 같은 존재가 없다. 아버지가 좀비에게 물리자마자 아버지에게 삽을 휘드를 준비를 하는 인간들이고 아버지 걱정에도 밥은 잘 먹는다. 자기 목숨도 지키기 힘들다. 결국 주유소집 가족들은 민걸이 완성한 좀비 노트를 보고 스스로 생존 싸움에 뛰어든다. 좀비에 물려도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보호대를 차고 두꺼운 오리털 점퍼에 냄비를 쓴다. 주위만 둘러봐도 바로 구할 수 있는 도구들이 넘쳐난다. 현실적이라서 웃음이 터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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