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소희의 B레이더] ‘식빵’ 같은 동네빵집의 음악, 맛보면 빠져든다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69. 금주의 가수는 동네빵집입니다.

이미지중앙

(사진=동네빵집 제공)



■ 100m 앞, ‘동네빵집’을 만나기 전

이름: 동네빵집

멤버: 한성욱, 김재훈

데뷔: 2013년 6월 26일 싱글 ‘버스’

대표곡: 데뷔곡 ‘버스’

디스코그래피 요약: 정규 ‘아주 오래된 이야기’(2014), 싱글 ‘그래 가을이다’(2015), 싱글 ‘서른’(2016), 싱글 ‘봄이 왔나봄’(2017), 미니 ‘우리의 하루’

특이점: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 해도 쉰 적 없는 꾸준함

해시태그: #소보로 킴&폴 바게뜨의 조화 #심심하고 담백한 빵의 맛

이미지중앙


■ 70m 앞, 미리 듣는 대표곡

사실 동네빵집의 대표곡을 꼽기는 어렵다. 예전에 발표한 곡이나 지금 발표한 곡이나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한결같이 소박한 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처음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기에 데뷔곡 ‘버스’를 대표곡으로 꼽았다.

이 곡은 멤버 한성욱이 쓴 미디엄 템포의 노래다. “해질녘 즈음에 오른 버스/한적한 뒷자리에 앉아/창문을 적당히 열어젖히고는/눈을 감고서 바람을 맞지”라고 시작되는 노래는 익숙해서 더 좋은 설렘을 안겨준다. 또 동네빵집이 앞으로도 정겹고 좋은 노래를 낼 것이라는 방향성을 잘 알려줘 의미가 있다.

이미지중앙

(사진=동네빵집 제공)



■ 40m 앞, 소박하기에 더 알차게 다가오는 밀도

세상에는 수많은 빵이 있다. 그만큼 취향도 다양하다. 짭짤한 조리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중 분명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빵은 바로 최소한의 간만 되어 있는 식사빵들이다. 예를 들면 깜파뉴, 치아바타, 식빵, 바게트 이런 것들이다. 이 같은 빵들의 매력은 바로 심심하지만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중독성 있는 빵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듀오 동네빵집은 ‘매일 먹어도 좋은 식빵’ 같은 음악을 하는 팀이다. 미니멀한 구성에 담담한 멜로디, 소박한 가사까지 냉정히 말해 새로운 음악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고 따뜻하게 마음을 품어준다. 흘러가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곡들이다.

동네빵집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서른이라는 길에 서 있는 자신들을 그리기도 하고(‘서른’), 지나간 인연이 아직도 자신을 아프게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괜찮아요’). “올해도 건강하길”이라며 안부를 묻는가 하면(‘안부’), 빛나던 그때의 ‘나’를 회상하며 아련함에 젖기도 한다(‘우리의 하루’).

이렇게 담백한 음악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아니다. 그것들의 자리는 마치 세월의 정취가 묻은 나무 인테리어를 한 작은 가게일 것만 같다. 끊임없이 단골손님이 들고 나는 정다운 풍경을 선사할 듯한 그런 곳. 듀오 동네빵집은 이런 곳에 머물며 어느 빵집에나 꼭 있는, 하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밀도 높은 그런 빵들을 부지런히 내놓고 있다.

이미지중앙

(사진=동네빵집 제공)



■ 드디어 만났다, 동네빵집
(이하 인터뷰는 반말로 재구성됐습니다)

▲ 만나서 반가워. 팀 이름이 특이해서 ‘빵’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아왔겠다. 그래도 여전히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동네빵집은 어떤 빵 맛과 비슷한 음악들을 하고 있는지 말해줘

“우리 음악은 자극적인 맛의 빵은 아닌 것 같아. 매일 먹어도 되는 식빵 같은 그런 음악인 거지. 식빵이 은근히 중독성 있기도 하고. 또 우리가 실제로도 빵을 너무 좋아해서 거의 매일 빵류(탄수화물)를 끊지 못하고 있어. 공연 때마다 쓰는 활동명인 소보로 킴(김재훈), 폴 바게뜨(한성욱)도 있고. 서로를 부르는 이름인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소보로빵을 좋아하고 바게뜨처럼 길어서? (웃음)”

▲ 재미있는 콘셉트네. 한편으로는 정말 동네 한 쪽에 자리한 빵집처럼 동네빵집의 노래도 소박하고 담백한 노래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오래 남는 노래’를 위해 신경 쓴 점이 있어?

“기타나 피아노, 이렇게 소편성으로 구성된 음악은 기본적으로 자극이 덜 해. 인기도 덜 하기도 하고. 하하. 그런데 언제 들어도 부담이 없어. 어쿠스틱이나 나일론기타는 마음의 내밀한 소리를 표현하기에 참 좋은 악기라는 생각도 들고. 슬픔, 외로움, 그리움과 같은 서정을 표현하기에 참 좋아. 이렇게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런 악기 구성의 요소도 있는 것 같아. 또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은 가사야. 멜로디도 중요하긴 하지만 가사는 그 곡을 쓴 사람의 세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

▲ 그렇게 동네빵집은 2013년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신곡을 발표했잖아. 참 대단한 게 사실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뮤지션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는 힘든 현실이잖아. 그 가운데서 어떻게 본인들만의 템포를 유지할 수 있었어?

“실은 힘든 일도 있었던 게 아니라 늘 힘들어. 하하. 물론 우리는 동네빵집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음반 작업이나 싱글 작업 비용 면에 있어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배부른 뮤지션은 아니거든. 가장 힘든 점은 음악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거대한 팬덤과 거대 자본 없이 음악을 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더라고. 우리도 서로 놀랄 때가 종종 있어. ‘와 우리 정말 오래했구나’ ‘함께 음악을 시작했던 동료 뮤지션들 중 해체된 팀도 있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뮤지션들도 있는데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구나’ 하고. 우리는 진짜 음악을 사랑하나봐. 그 이유 아니고서는 이렇게 오래 하기 힘들었을 거야”

▲ 그래도 이렇게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단골(팬)들도 많아진 것 같아. 동네빵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매력을 봐서일까?

“그러게, 우리를 왜 좋아해주실까? 얼굴도 가창력도 그리 뛰어난 팀이 아닌데. 그런데 우리는 음원보다 공연에서 매력이 터지는 팀이야. 공연에 오시는 팬 분들은 한 시간 넘게 깔깔 웃으시다가 또 눈물 짓다가 돌아가시는 것 같아. 아마도 동네빵집의 정서를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 우리의 감성을 사랑해주시다니 참 소중한 분들이지. 물론 콘서트를 자주 못하긴 하지만 말이야(이건 정말 아이러니야)”

▲ 그렇구나. 올해에는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앨범들을 낼지 귀띔도 해줘

“올해 역시 우리의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 쯤 그것들이 노래가 돼서 나올 거야. 재훈은 한국과 고향인 뉴질랜드를 오가며 음악을 만들 것 같고, 성욱은 포크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앨범도 작업하게 될 것 같아. 그리고 지난해 말 우리 미니앨범 ‘우리의 하루’가 나왔는데, 우리 모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서 콘서트도 한 번 못 했거든. 올해는 공연으로 팬들과 만났으면 좋겠어. 또 동네빵집의 음악은 계속되니까 많이 사랑해줘!”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