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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장르 한계 넘은 ‘그날들’, 오래 사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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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오래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그날들’(연출 장유정) 얘기다.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의 명곡을 모아 만든 국내 창작극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날’의 미스터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줄거리만으로는 무거워 보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또 따뜻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이에 2013년 초연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날들’이 전 세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데 있다. 가요를 엮어 만든 뮤지컬의 경우 기존에 발매된 곡에 맞춰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구성이 허술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청와대 경호관 차정학의 시점을 따라 20년 전과 현재의 사건을 교차해 보여주는 ‘그날들’은 각각의 이야기가 비교적 잘 짜여 있다. 과거 차정학에게 충격을 안겼던 동기 강무영과 피경호인 그녀의 실종과 현재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영애의 실종, ‘그날들’의 두 축을 이루는 사건들이 닮은 듯 다른 대비를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듯 탄탄한 서사 쌓기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날들’이다.

여기에 남녀노소 불문, 많은 관객의 취향을 두루 저격하는 요소들을 갖춘 것도 흥행의 이유가 된다. 1980~90년대 김광석을 사랑했던 기성 세대에게는 ‘그날들’의 넘버(뮤지컬 삽입곡)가 향수를 불러 일으킬 터. 공연 문화 향유율이 적은 중장년층 관객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다. 그런가 하면 젊은 세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 신선한 캐스팅을 내세우기도 했다다. 인기 보이그룹 워너원 출신의 윤지성부터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인피니트 남우현까지 아이돌은 물론, 뮤지컬계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는 온주완이 이번 시즌 강무영 역에 새로 합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차정학 역할에 유준상·엄기준·최재웅 등 뮤지컬 베테랑들이 무대에 올라 극을 이끌며 안정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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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특히 ‘그날들’ 초연에서 강무영 역을 맡았던 최재웅은 차정학으로 변신해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연륜이 느껴지는 40대와 패기 넘치는 20대 시절을 오가는 자유자재로 오가며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그날들’로 뮤지컬 데뷔에 나선 윤지성도 기대 이상이다. 특유의 미성이 ‘그날들’의 주요 넘버와 잘 어울려 귀를 즐겁게 한다. 뿐만 아니라 두 배우는 극 중 절친한 사이로 등장하는데, 적재적소에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호흡도 남달라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만 대극장 뮤지컬 특유의 강렬한 넘버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맞춰 적절한 편곡이 이뤄졌지만, ‘그날들’의 원곡이 되는 김광석의 음악 자체가 잔잔한 감성의 포크를 표방한 탓이 크다. 게다가 한 곡을 둘 이상의 캐릭터들이 나눠 부르는 경우가 많은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그날들’이라는 작품과 캐릭터를 대표할 만한 넘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한편, 온라인 예매처 인터파크 티켓 기준 ‘그날들’은 3월 3주차(11일~17일)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명곡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제는 어엿한 공연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그 자체로 ‘명작’이 되기를 꿈꾸는 ‘그날들’은 오는 5월 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만날 수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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