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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차인표 “옹알스를 보고 사람들이 희망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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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전주)= 유명준 기자] 감독 차인표와 감독 전혜림이 휴먼 다큐버스터 ‘옹알스’를 공동으로 제작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털어놨다.

영화 ‘옹알스’는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공연한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가 세계 최고의 무대 라스베가스 도전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으로 구성된 옹알스는 제28회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코미디언 최초로 ‘디렉터스 초이스상’ 수상,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한국 코미디언 최초로 초청 공연 성사, 2016년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3000여 관객 앞에서 공연, 그리고 2018년도에는 국내 코미디언 최초로 예술의 전당 공연도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들의 목표는 라스베가스였고, 그 길을 차인표 감독이 전혜림 감독과 함께 담았다.

그러나 쉬운 길은 아니었다. 옹알스가 라스베가스에 가는 길도 힘들었지만,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영화 제작 과정 자체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은 옹알스와 첫 만남부터 제작하게 된 동기, 그리고 제작 과정을 털어놨다.

“연예인 봉사 현장에서 봤다. 주변에 물어보니 유럽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봉사 현장에서 몇 번 만났다. 그때만 해도 다큐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멤버 중 한 명인 조수원 씨가 암 투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옹알스가 궁금해졌다. 사실 옹알스가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루저잖냐. 지상파에서 부르지도 않고 밀려난 사람들인데, 낙담하지 않고 모여서 다른 일을 모색 한 것이다. 모토가 ‘길은 어디에나 있다’인데, 그것에 제 모습이 투영 되더라. 저도 1996년에 데뷔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본이 안 들어왔다. 옹알스의 행보가 지상파에서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고, 외국에서 길을 찾는 것이 요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차인표)

옹알스의 모습에 공감을 하고 시작했지만,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밖’에서 본 옹알스와 직접 만나 일을 진행하면서 ‘안’에서 본 옹알스는 달랐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나라 코미디 그룹이 ‘도장 깨기’처럼 라스베가스에 진출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 오디션을 보고 거기서 작은 쇼케이스라도 하고.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멤버들이 빚도 많고 가정 형편도 어렵고 라스베가스에 갈 사정이 안 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따라간 거다. 버전을 5개 정도 만들었는데, 어떤 것은 보니 옹알스가 너무 안 좋게 보이더라. 전 국민에게 라스베가스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아무 것도 안하는 거 같아 다그치는 제 모습도 있다. 어떤 것은 다 담긴 했는데 산만하기도 했다.”(차인표)

실제로 차 감독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옹알스 멤버들과 콘셉트를 고민하고, 답답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감독으로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해 적극 개입한 것이다.

“라스베가스 진출을 위해 타임라인을 짰다. 미국 스태프를 고용하고 새 멤버 타일러도 오게 했다. 그렇게 찍다보니 13개월이란 시간이 가버렸다. 미국 스태프들과 타일러도 가고 전 감독과 나만 남았다. (라스베가스 진출) 도전은 못했고, 영화는 안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이후부터는 우리 둘이 카메라로 찍었다. 그러다보니 내 모습이 자주 등장한 거 같다. 처음부터 도와주려는 생각이 있었으니 가능했다. 또 조수원 씨의 병이 롤러코스터처럼 아팠다가 나아졌다가 했다. 제 생각에는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차인표)

차 감독과 전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옹알스에게 실망도 많이 하고 포기할 생각까지 했단다. 목표는 확실한데, 뭔가 진행은 되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멤버 개개인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 이는 차 감독이나 전 감독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이었다. 차 감독과 전 감독 모두 ‘옹알스가 라스베가스에 도전한다’는 다큐에서 옹알스 멤버들을 모습을 보는 다큐로 시각이 바뀐 것이다. 실제 영화도 ‘도전기’라기 보다는 그들의 삶 속에 ‘도전기’가 일부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사실 개개인이 아니라 같이 있는 모습이 대단했다. 그래서 차인표 감독과 같이 하기로 한 거 같다. 그러다가 영화를 찍고 편집을 하면서는 힘들고 지치니까 옹알스 멤버들이 미워지더라. 왜 아무것도 안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워졌다. 그러다가 영화가 최종본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영화를 제작하면서 저 역시 저를 되돌아보게 되더라. 나는 과연 어떻게 꿈을 지켜가고 있는지 말이다. 꿈을 지켜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들에게 위로도 받았다.”(전혜림)

영화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며 희망을 전달한다. 차인표 말대로 ‘루저’일 수 있는 인생이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21개국 46개 도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줬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차 감독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영화가 큰 의미 남기를 희망했다.

“옹알스는 지금 보통의 서민들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크다. 라스베가스 진출은 그 다음 문제다. 사실 지속가능한 공연을 할 수 있느냐, 앞으로 5년 후에도 옹알스가 있을까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이들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이 영화가 옹알스가 활동하는데,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가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니까. 혹시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이 옹알스만큼 어렵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인표)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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