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악인전’은 기존의 범죄 액션 영화 장르를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일부 캐릭터의 전형성과 결말의 진부함은 이 같은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힘 빠진 모양새를 만들었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악인전’은 연쇄살인마의 타겟이 된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범인 잡는데 혈안이 된 형사 장태석(김무열)이 함께 살인마 K를 쫓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연쇄살인마와 형사, 조직 보스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 액션 영화는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장르가 됐다. 여기에 마동석의 거친 외양을 활용한 파괴력 넘치는 액션 또한 수차례 선보인 소재다.

이에 ‘악인전’은 사이코패스와 조직 보스 등 악역들끼리 대결을 붙이고, 여기에 형사까지 끼어들게 만들어 판을 키웠다. 늘어난 숫자는 물론,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또한 K는 그간 수많은 여성 피해자를 양산했던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조직 보스에게도 칼날을 휘두르는 제대로 미친 살인마로 이는 영화의 표현 수위를 한층 높이며 캐릭터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는다.

영화는 이를 증명하듯 초반부터 잔혹한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며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잔인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제시돼 폭력을 전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마동석 특유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장르의 쾌감을 배가시킨다.



전개 역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보여준다. 장동수와 장태석이 공공의 적 살인마K를 쫓기 위해 공조하는 과정부터 그를 차지하기 위해 수를 쓰는 모습과 결과까지. 영화는 수위 높은 묘사로 빠르게 구축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상세한 설명을 생략한 채 빠른 전개를 이어나간다.

전개의 탄탄함보다 장르적 쾌감을 강조한 것은 ‘악인전’의 장점이지만, 이 때문에 생기는 전형성은 아쉽다. 충분한 서사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기 보다는 전형성에 기댄 캐릭터들을 배치해 효과적인 몰입을 유도한 것이다. 무능한 경찰 조직에 답답함을 느끼는 형사 장태석은 시종일관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후배들을 향한 믿음만큼은 살아있는 여느 범죄 영화 속 형사와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학대 경험으로 이유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 역시 특별하지 않다.

또한 영화 후반부 거침없이 달리던 장태석이 자신의 행동을 두고 고민하는 장면이나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으며 현실 문제를 상기시키는 결말 부분은 ‘악인전’이 끝까지 달리는 데 걸림돌이 된다.

다만 마동석은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갈 데까지 간 조직 보스를 연기한 마동석은 화려한 외양과 대비되는 힘 뺀 느린 대사를 통해 개성 있는 갱스터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다른 게 더 있을까’ 싶던 액션 역시 마동석의 새로운 연기와 어우러져 보는 맛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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