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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솔비 아닌 ‘작가 권지안’의 인생, 편견과 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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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싸이더스HQ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채윤 기자] “본명 권지안으로 전시를 여는 이유는 선입견과 편견 없이 제 작품에 온전히 집중해주셨으면 해요.”

지난 13일 가수 솔비의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 개인전을 찾았다. 최근 몇 년 간 노래에 퍼포먼스를 접목시켜 미술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본 적 없는 솔비의 모습이었기에, 또 그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솔비의 개인전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은 레드, 블루, 바이올렛 색깔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레드는 여자 연예인으로서 안고 살아왔던 상처들을 표현했고, 불루는 계급사회의 진실을 다뤘다. 갑질 횡포들이 계속 일어나던 당시 상황을 보며 사회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바이올렛은 아름답게 포장된 사랑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넣었다.

3년 만의 개인전인데 소감은 어떤가?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주제 자체도 조금 더 자신에 대해서 꺼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상처를 건드리고 치유를 하는 과정이 다 담겨있는 거 같다.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성장한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뿌듯하기도 하다.”

작업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레드는 투쟁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상처를 받고 숨어있었는데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좀 더 용기 있게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컸다. 그러면서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 블루는 사회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내가 다 투영돼 있다. 불루를 하면서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바이올렛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빼고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원초적인 아담과 이브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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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싸이더스HQ



그림을 그리기 전과 후 어떻게 변화했나?

“그림 그리기 전에는 나에 대한 확신이 많이 없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걸 잘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몰랐는데 그림을 그리게 된 이후로는 내가 진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 진지함이 나조차도 어색하고, 재미있는 모습만 보여드려야 할 것만 같았는데 그림을 그리고 난 뒤에는 나 스스로가 솔직해졌다.”

신곡 ‘바이올렛’을 발매했다. 어떻게 작업했나?

“처음에는 굉장히 센 음악이었는데 파리 가서 바뀌었다. 현지에서 머물면서 자연에 빠져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새소리도 넣고 숲 속을 걷는 느낌을 나게 구성했다. 가사를 ‘멍’에 맞게 썼지만 악기 구성부터 스토리까지 고조되는 느낌으로 퍼포먼스를 염두하고 작업했다. 그래서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중음악을 지양하는 건가?

“지금 음악은 미술 작업에 비중을 많이 둔 음악이다. 미술 작업 재료가 음악인 것이다. 다음 음반은 기존에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모습으로 찾아올 것 같다.”

그림이 수천만 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어떤 점을 보고 좋아하는 것 같나?

“나는 솔직히 작품 가격도 잘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예인 솔비라서 사주시는 건 아니다. 연예인 솔비가 그린 거라고 1000만 원 이상의 돈을 쓰겠나. 연예인이라서 분명 혜택도 있다고 생각하고 관심 받는 것은 좋은 기회다. 그런데 그게 가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하나의 편견이다. 그림을 사신 분들은 음반을 구매하는 것처럼 하는 게 아니라 작가를 지켜보고 그의 삶을 본다. 작품을 산다는 건 사실 작가의 삶을 사는 거다. 많은 분들이 저의 삶을 주목해서 보고 계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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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싸이더스HQ



전시장을 찾아와서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가수가 오프라인을 통해서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지 않나. 전시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리고 벽들에 걸린 게 무대다. 그래서 직접 그림을 보시면 사진으로 봤던 거랑 다를 거다. 또 그림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에너지다. 그걸 느끼셨으면 좋겠다. 또 웬만하면 전시장에 머물 것이다. 근데 내가 존재함으로써 작품이 돋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권지안이라고 해서 호감을 가졌다가 ‘솔비라고?’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도 있다. 그래서 본명으로 전시를 여는 것도 그 이유다. 아무런 선입견과 편견 없이 온전히 내 작업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대중이 솔비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나?

“나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냥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데 같이 느끼고 공감하면서 치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교감이 된다고 하면 나는 굉장히 만족할 거 같다. 또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 ‘나답게’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도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도 받고 편견도 있었는데 그걸 뚫고 가는 게 내 평생 숙제인 것 같다. 많은 분들도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다치지 않고 그 편견을 스스로 깰 수 있는 ‘나다운’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고, 내가 ‘나답게’ 사는 거에 용기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조건 해외로 나갈 생각이다. 해외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도 계시고 감사하게도 계속 연락 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알리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음악과 미술을 결합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릴 자신이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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