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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오만석이라 더 특별한, 뮤지컬 ‘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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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노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조금 과장해 말하면, 감정 변화가 널뛰기 수준이다. 15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무대 위에서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을 그리자니 당연한 일이다. 놀라운 건 수시로 널뛰는 감정을 따라가기에 조금의 무리도 없다.

뮤지컬 ‘헤드윅’은 한국 공연만 15년째다. 매 공연 때마다 신드롬을 몰고 온 이 작품은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 한셀(헤드윅)의 이야기다. 결혼을 위해 이름을 헤드윅으로 바꾼 그는 성전환수술을 받지만 버려지고, 이후 미국에서 록스타의 꿈을 키우게 된다.

작품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보편적이지 않음을 다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헤드윅의 몸과 목소리를 빌려 두 시간여가 넘는 시간동안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사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헤드윅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처럼 작품은 관객의 마음을 허문다.

이번 공연(9월 10일 20시)에서 그 역할을 한 배우는 오만석이다. 그는 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시즌7과 시즌11, 그리고 이번 시즌 12까지 참여하면서 자신만의 헤드윅을 완성해왔다. 첫 등장부터 관객을 홀리며 등장한 그는 객석과 무대를 오가며 극이 끝날 때까지 한눈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만석은 기교적으로 노래를 매우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을 극에 몰입하게 하는 흡인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헤드윅이라는 한 인물의 특성을 적절히 살리는 농익은 연기에 각종 애드리브로 재미를 유발한다. 그의 참여 요구에 다소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관객의 행동도 극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모습에서 오리지널 캐스트로서의 연륜도 엿보인다.

오만석의 헤드윅이 더 특별한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감정의 변화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널뛰는 헤드윅의 감정선을 따라잡는 것에 다소 분주할 법도 한데, 관객들은 인물의 감정변화에서 오는 이질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그 상황에 스며든다.

헤드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이츠학이었다. 이날 헤드윅의 공연 파트너인 이츠학 역에는 유리아가 나섰다. 이츠학은 단순히 헤드윅의 ‘백업보컬’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만석의 보컬에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하고, 공연 중간의 공백을 채우는 데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나보다 잘하지 말라니까, 영혼까지 끌어 모았다”는 극중 헤드윅의 애드리브처럼 유리아의 감성적인 보이스와 폭발적인 성량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공간에서 오는 힘도 있다. 오만석은 이 무대를 영화 ‘분노의 질주’ 세트장으로 설정했다. 폐차 20여대가 들어찬 무대의 중앙에는 헤드윅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꾸며진 트레일러가 배치되어 있다. 특히 트레일러의 전면이 활짝 열리면서 수많은 가발이 걸려 있는 그의 화려한 공간이 드러나는 순간은 그의 삶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다만 공연이 올라가는 공연장의 특성 때문인지 가끔 대사와 음악이 충돌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극중 설정처럼 실제 록 공연장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 지점은 뮤지컬이 놓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어쩌면 극중 설정을 잘 살린린 성공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뮤지컬 ‘헤드윅’은 1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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